"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 편입돼...마침내 민족 독립운동역량 집결"
"애국 앞에 보수-진보 없어...기득권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 아니다"
주익종 "국군과 김원봉 연결하는건 난센스...국군의 뿌리가 중국군이라는 이야기"
정규재 "대통령이나 되는 사람의 눈과 귀는 왜 이다지도 철없이 가벼운 지 모르겠다"
"김원봉을 한국 군대의 뿌리로 치켜세운다면...文, 너무 가벼워 대한민국 무게중심 되기에 곤란"
한국당 "귀를 의심케하는 대통령의 추념사...文, 최소한의 상식 선 안에 있는지 묻고싶다"
"文, 오늘 억장 무너져내렸을 호국영령들께 진심어린 사죄 드리는 것이 도리"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하신 호국영령들을 추모해야 할 현충일에 6.25 남침으로 김일성에게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로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 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 역량을 집결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그 힘으로 1943년, 영국군과 함께 인도-버마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고, 1945년에는 미국 전략정보국(OSS)과 함께 국내 진공작전을 준비하던 중 광복을 맞았다"며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다"고 했다.

의열단 활동과 영화 '암살'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김원봉은 1948년 4월 남북 협상에 참가하기 위해 평앙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고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후 국가검열상, 노동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한 공산 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6.25 전쟁 중인 1952년 3월에는 김일성으로부터 소위 조국해방전쟁(6.25) 노력 훈장까지 받았다. 노력 훈장은 북한 최고 상훈(賞勳)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현충일에 대한민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을 한껏 치켜세웠다. 자유 우파 진영에선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6.25 전쟁 전사자들만 추모해도 모자랄 현충일에 대통령이란 사람이 북한에서 요직을 역임하고, 훈장까지 받은 인물을 '국군 창설의 뿌리'로 격상시키는 발언을 한 게 제정신이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고 "애국 앞에 보수와 진보가 없다"며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이 애국이다.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 또한 어폐(語弊)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광주 5.18 기념식에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을 향해 "독재자의 후예'라고 공개 비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국가공동체' 발언은 '통합'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야당을 '독재자의 후예'로 생각하는 사람이 통합을 이야기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원봉을 재평가하는데 보수와 진보를 뛰어넘자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했다.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국군과 김원봉을 연결하는 건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주익종 연구위원은 "김원봉의 조선의용대는 중국군 부대이자 선전대였다. 중국 정부 군사위원회 산하에 조선의용대 지도위원회가 있었고, 그 위원장은 중국군 현역 중장이었다. 조선의용대에서 국군의 뿌리를 찾는다면, 국군의 뿌리가 중국군이라는 이야기가 된다"고 했다.

또한 "김원봉은 1941년 임시정부 합류를 시도하면서 중국 정부에 광복군을 승인하지 말라고 계속 요청했다"며 "김원봉이 광복군에 합류한 게 아니라 중국 정부가 1942년 5월에 조선의용대 잔여병력 20여 명을 광복군에 편입시킨 것이다. 김원봉은 대장이었지만, 그럴 권한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사진=펜앤드마이크)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사진=펜앤드마이크)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 역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원봉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현충일 추념사에 언급한 것은 너무도 부적절하여 그 심각성을 지적해두지 않을 수 없다"며 "김원봉은 상해임시정부 시절에도 끊임없이 조직에 '분탕질'을 해대던, 그리고 임시정부를 분해하고 무너뜨리려던 대표적 종파분자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더구나 해방 후에는 북한으로 들어가 침략전쟁인 6.25 전쟁을 도발하는데 기여했고, 이것으로 김일성이 내리는 큰 상까지 받은 인물이다"라고 강조했다.

정규재 대표는 "대통령이나 되는 사람의 눈과 귀는 왜 이다지도 철없이 가벼운 지 모르겠다. 판도라 영화 한 편으로 탈(脫)원전을 결행하였듯이 암살 영화 한 편으로 김원봉을 한국 군대의 뿌리로까지 치켜세우는 식이라면 문재인은 너무도 가벼워 대한민국의 무게중심이 되기에는 더는 곤란한 자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더구나 6월엔 피를 철철 흘리는 민족 전쟁이 일어났고 기어이 대한민국이 승리를 거두어 오늘까지도 위대한 국가이도록 만든 6.25 전쟁이 일어난 달이다. 대통령은 더는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말라"고 했다.

한국당도 즉각 반응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귀를 의심케하는 대통령의 추념사였다"며 "독립과 건국이라는 역사의 갈래를 분별하지 않고, 6.25 전쟁이라는 명백한 북의 침략전쟁을 부각시키지 않다 보니 6.25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창설의 뿌리, 한미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 정부에서 김원봉에 서훈을 안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 보훈처를 넘어 방송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며 "여기에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가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나라와 가족을 위해 붉은 피를 흘린 6.25 전사자들을 뒤에 모셔두고, 북의 전쟁 공로자에 헌사를 보낸 문 대통령은 자신의 말대로 최소한의 상식의 선 안에 있는지 묻고 싶다. 오늘 억장이 무너져 내렸을 호국영령들께 문 대통령은 진심 어린 사죄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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