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이름 단독 거명한 문 대통령... '역사의 정치화' 우려 나와
현충일 추념사에서 '김원봉' 이름 단독 거명한 문 대통령... '역사의 정치화' 우려 나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모식 추념사에서 약산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로 지목하여 파장이 예상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김원봉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독립 유공자 서훈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던 중에 나온 대통령 발언이라 일종의 정지 작업들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습니다 …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되었습니다”라며 김원봉 이름만을 직접 거명했다.

이를 두고 역사학계는 대통령의 역사인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주익종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조선의용대는 장개석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져 중국군 현역 중장이 통솔하던 부대”라면서 “만약 조선의용대에서 국군 뿌리를 찾는다면 우리 국군의 뿌리는 중국군이라는 얘기”라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청년전지공작대(韓國靑年戰地工作隊)와 조선의용대(朝鮮義勇隊)는 1940년 광복군 창설 이전에 중국에서 활약하던 무장세력이다. 이들은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 이후 각기 다른 과정을 거쳐 광복군에 편입되었다. 1939년에 결성된 한국청년전지공작대는 섬서성 서안을 거점으로 하여 1940년 말 약 100여명에 달하는 부대원을 확보한 상태에서 1941년 임시정부의 포섭으로 광복군에 합류하게 되었다.

조선의용대는 중국관내의 요구로 김원봉을 대장으로 하여 1938년 10월 10일 결성된 무장세력으로 장개석의 중국군에 배속된 부대였다. 그러나 이들은 장개석의 중국 군사위원회도 모르게 중국공산당 지역인 화북지역으로 넘어갔고 중경에 있던 대본부에는 김원봉을 포함한 20명 남짓의 간부들만 남게 되었다. 장개석 정부는 자신들이 지원한 무장세력이 중국공산당으로 가버린 사실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아 임시정부 광복군과 남은 조선의용대를 1942년 5월 통합시키게 된다.

이에 대해 주 전 실장은 “김원봉은 1941년 임정 합류를 시도하면서도 중국정부에 광복군을 승인하지 말라고 계속 요청한 인물이다. 김원봉이 광복군에 합류한 게 아니라 중국 정부가 편입시킨 것”이라 부연했다. 끝까지 김원봉은 통합과정에서 임시정부 몰래 ‘이중플레이’를 하며 중국정부의 지원을 독점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임시정부는 광복군에 부사령직을 증설해 이 직책에 김원봉을 앉히며 임시정부 주도의 통합을 관철시켰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김원봉이 애초부터 자의로 광복군에 조선의용대 전체 병력을 데리고 통합시킨 것처럼 묘사했다. 실상은 중국공산당의 주은래 등이 거부한 김원봉이 중공군에게 자신의 부대 전체를 넘긴 뒤 남은 일부 간부들만 데리고 임시정부에 궁여지책으로 합류한 것이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회
출처: 한국학중앙연구회(우측부터 김일성, 박헌영, 김원봉 순으로 계단에 오르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본지에 “김원봉이 김일성과 달리 임시정부와 광복군에 소속된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현 정권이 독립 유공자 서훈 시도를 강행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25 전범으로 전쟁 중 북한에서 최고훈장인 '노력 훈장'까지 받은 인물을 대한민국 대통령이 따로 챙기는 것은 상당히 문제”라 지적했다. 학자들은 "김원봉이 좌익 무장세력 출신으로 항일전선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6.25 때 신생국가인 대한민국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던 인물이며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국군은 김원봉이 아니라 남침한 김일성 이하 북한 공산주의 세력에 맞서 젊은 나이에 피흘리며 싸운 세대로부터 비롯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흥행한 영화 <암살>과 <밀정>의 주요 모티브가 김원봉이라는 점, 그리고 이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특정 정치세력에서 끊임없는 ‘역사의 정치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학계와 사회 전반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