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와의 대면 앞두고 美 개별기업, 수입 농산품 등에 직접 보복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기술 이어 '미국 內 중국인 유학생 규제'까지 꺼내들어

이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의 대미 저항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정부는 3일 미국 유학 경계령을 내린 뒤 하루만에 2건의 ‘미국 여행 경보’를 발동했다. 미국 내 유학생은 36만 명으로 미국 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110만여 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난 2018년 미국을 여행한 중국인은 무려 3백만 명에 달한다. 무역관세와 화웨이 등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사실상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는 중국이 최후의 보검인 ‘인해전술’을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다.

●中 “미국 유학-여행 자제하라”...사드 때보다 독한 ‘유커 보복’, 효과는 글쎄?

중국은 4일 미국행 유커(遊客, 중국인 여행객)를 상대로 미국 여행 경보 2건을 발효했다. 미국 유학 경계령을 발표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중국정부는 미국 경찰의 중국인에 대한 괴롭힘과 미국 내 범죄를 ‘여행 경보’ 발효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사실상 중국이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강력한 대미 보복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中교육부 ‘유학 경계령’ 발표 불과 하루 뒤 ‘여행 경보’ 2건 발효

중국의 문화여유부(文化旅遊部)는 4일 오후 미국행 중국인 여행객에게 안전 경고를 발동했다. 문화여유부는 “최근 미국에서 총격, 강도, 절도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며 “중국 유커는 미국 여행의 위험을 충분히 판단해 여행 목적지의 치안과 법률·법규 등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과 방범의식을 제고해 안전을 확보하라”고 경고했다. 이번 경고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

이날 중국 외교부도 미국행 안전 경고를 발표했다. 외교부는 “최근 미국의 법률 집행기관이 출입국 취조, 방문 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을 찾는 중국 국민을 괴롭히고 있다”며 “외교부와 주미 대사관은 미국 내 중국 국민과 주미 중국 기관들의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방범의식을 강화해 적절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발표했다.

중국정부가 발표한 2건의 여행 경보는 앞서 중국 교육부가 전날 미국 유학 비자 발급 등에 주의하라는 내용의 ‘2019년 제1호 유학 경계령’을 발효한지 불과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면 앞두고 시진핑 ‘對美 보복카드’ 모두 꺼내들어

중국은 이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미 보복 카드를 총동원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을 G20 정상회의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동 결과에 따라 결정적인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부터 재선 체제로 들어가야 하므로 미중 무역 분쟁을 수습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잘 아는 시진핑 주석은 미국 내 여러 분야에서 반(反) 트럼프 여론을 조성하려고 희토류, 농산물, 유학, 여행 등 가용한 모든 카드를 꺼내고 있다.

5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오는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분쟁을 수습하는 방향을 모색한다는 큰 틀의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미중 무역협상 때까지 일방적으로 미국에 끌려간 중국이 이제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희토류부터 시작해 유커의 미국 방문 제한까지 들고 나오면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농민을 겨냥해 미국산 대두를 비롯한 농산물 수입 제한을 위협한 데 이어 미국 내 유학생, 여행객에 대한 주의보를 발동해 사실상 교육과 문화 분야까지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여행경보를 발표한 것은 2016년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를 배치했을 때 내부 지침으로 단체관광을 금지한 것보다 한 단계 강화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을 찾은 중국인 방문객은 약 290만 명이다. 이날 발표에 따라 앞으로 중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중국인의 미국 여행을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정부는 군사적 대결 수위도 높이고 있다. 미국과 갈등을 빚는 남중국해 해역에서 대규모 해상 훈련을 벌인 데 이어 보하이만에서 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은 고위관료와 관영매체를 통해 미중 간 협력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협상의 문은 열려있다”며 미국에 러브콜도 보내고 있다.

이달 초부터 꺼내든 중국의 수많은 대미 보복 카드도 대부분 위협에 그쳤을 뿐 실제로 시행된 것은 별로 없다는 점도 이를 반영한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갑자기 대미 총공세에 나선 것은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협상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패를 잡아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뒤집어보면 중국이 그만큼 이달 말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다음 무역전쟁 타깃...미국 內 중국인 엘리트

반면 미국은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을 새로운 무역전쟁의 타깃으로 삼은 듯하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유학 중인 중국인 및 협력 연구자와의 관계를 숙고하고 이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의 무역과 기술에 이어 재능을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에모리 대학이 중국 출신 교수 2명이 정보를 빼돌릴 수 있다는 이유로 해고를 하는 등 미국 내 중국 유학생들의 취직과 연구 환경은 최근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에 오는 중국 유학생 숫자는 지난해 대비 3.6%p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최근 올 3월 현재 학생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 숫자는 36만 9364명으로 일 년 전보다 2% 감소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가 중국인 유학생에게 발급하던 비자는 예전보다 발급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3주에서 한 달 이상으로 껑충 뛴 것. 중국정부가 지원하는 유학생의 비자 거부율도 올 1분기에 13.5%로 뛰었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부율은 3.2%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각종 연구시설에 들어가 정보를 도둑질한다고 비난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 비자 유효기간은 기존의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단축됐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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