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된 울산 현대중공업 파업 관련 불참자 압박...집행부서 하위 조합원 두고 '쥐새끼'라 불러
지난 3일에는 파업 불참자에 집단 폭행까지 저질러...내부 문건서는 "노동자의 분노로 맞서자" 독려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통과된 날, 울산 거리에 민노총 조합원들이 빼곡히 서 있다. (사진 = 김종형 기자)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장소를 사전에 불법 점거하는 등 경영 개입 행보를 저질러온 민노총에도 내부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는 5일 현대중공업 물적분할(법인분할) 안건 주주총회 통과 반대 집회에 모두 참여했다는 한 민노총 조합원의 ‘반성문’을 보도했다. 이 조합원이 쓴 편지에는 민노총 집행부의 만행이 드러나 있었다. 하위 조합원들을 ‘쥐새끼’라 부르면서 파업 불참자들을 적(敵)처럼 대했다는 것이다.

반성문은 “불법 파업, 불법 점거, 불법 폭력은 언론의 관심을 끌고 조합원을 선동하기는 좋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다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아무것도 얻을 게 없는 잘못된 길을 따를 게 아니라 좁은 길이라도 넓히고 따르게 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등 내용으로 1000자가량 작성됐다고 한다. 반성문을 작성했다는 민노총 조합원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안건이 결국 통과된 지난달 31일 한 임원 앞으로 글을 보냈다고 한다.

민노총 내부에도, 파업과 관련한 갈등은 지속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에는 파업 중인 민노총 조합원들이 파업에 불참한 조합원들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이 폭행을 저지른 조합원 3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반성문을 작성했다는 조합원은 조선일보에 “(민노총은) 쇠파이프를 들라는 선동을 서슴없이 했다. 생존권 사수라는 절박함은 폭력으로 지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을 폭력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려는 것이, 마치 이번 파업 이후의 일들을 준비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라며 “내가 생각이 부족한지 모르겠지만, 조합원들을 모아 놓고 집회를 할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답답함과 불편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민노총 현대중공업 지부 내부 문건.

갈등이 지속되자, 민노총 내부에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3000명 수준이었던 파업 참가 인원은 이번 주 들어 2000명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전날(4일) 7시간 부분 파업에는 인원이 더 줄어 1500여명만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노총은 5일 내부 문건에서 “현중 자본의 끝없는 탐욕, 노동자의 분노로 맞서자”라는 등 독려에 나섰지만, 조합 게시판에는 “왜 화풀이를 파업하지 않은 조합원에게 하느냐”는 불만성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민노총 관계자는 5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생존권이 달린 문제로 조합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결하고 있다”며 “저번 주총에서 울산대 체육관을 파손한 것은 현대중공업이 고용한 용역 깡패지, 우리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아니었다. 우리는 날치기로 넘어간 물적분할 주총의 위법성을 드러내고 승리를 거둘 때까지 투쟁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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