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5시간 후에야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외교장관 강경화 급파하는 '쇼' 보여준 文정부, 헝가리 사법부에 "선장 보석 부당" 요청
선체 인양하겠다는 헝가리 정부에 "잠수부 직접 선체 들어가 수색하겠다"고 주장하기도
언론들도 편파보도...文정부 대응 잘한다 찬사 일색에 야당 정치인 발언만 문제삼아...일부 언론 헝가리에 '훈수' 두기도
정규재 주필 "대한민국은 비현실적 헛소리 내뱉는 것이 정당화되는 원시주술적 국가...대통령이 노란색 구호복 입고 쌩쇼"

다뉴브강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헝가리 총리와 사고 관련 통화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재난상황에 주로 입는 '노란색' 구호복을 입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다뉴브강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청와대에서 헝가리 총리와 사고 관련 통화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재난상황에 주로 입는 '노란색' 구호복을 입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갈수록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건 5시간 이후에야 구조팀을 급파하라는 첫 지시에 이어, 마치 한강에서 일어난 유람선 침몰 사고에 대응하듯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가용한 역량을 총동원해 긴급구조하라"고 지시했다. 현지에서도 헝가리 당국에 ‘이래라 저래라’식 요청을 잇고 있어, 국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커진다. 이와 관련한 소식을 다루는 주요 언론들은 정부 대응을 꼬집기보단, 이와 관련한 야당 정치인들의 발언을 문제삼는 보도를 잇고 있다.

다뉴브강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후, 인터넷 상에는 문재인 정부의 다뉴브강 사고에 대한 대응 비판 게시물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고 이후 ‘현지 합동신속대응팀’을 만들어 운영 중인데, 이 팀은 헝가리 정부의 유람선 인양을 반대하며 잠수부가 직접 들어가 선체를 수색하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헝가리 정부는 4일(현지시간) “우리는 영웅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뉴브강 사고와 관련, 헝가리에 다녀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다뉴브강 사고와 관련, 헝가리에 다녀온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를 받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4일엔 헝가리 정부에 내정간섭으로 평가될 수 있는 ‘요청’까지 했다. 헝가리 사법부는 지난 1일(현지시간) 유람선 충돌을 일으킨 크루즈 선장에 대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고로 다수 희생자가 발생했고, 사고 이후에도 현장에서 대응을 하지 않았으며, 이후 진행된 수사 등에서도 혐의를 부인해 선장 유리.C를 구속하겠다는 것이었다. 헝가리 법원은 구속 수사 방침을 밝히면서 보석 조건(1500만 포린트, 약 6100만원)을 함께 제시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유리.C 선장의 보석 허가는 부당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는 사고로 인한 사망자와 한국・헝가리 ‘여론’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지 사법체계를 무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중앙일보-"[단독] 정부, 부다페스트 검사장에 "추돌한 크루즈 선장 보석 부당"" 기사에 달린 댓글. (사진 = 네이버 포털 뉴스 댓글 캡처)
4일 중앙일보-"[단독] 정부, 부다페스트 검사장에 "추돌한 크루즈 선장 보석 부당"" 기사에 달린 댓글. (사진 = 네이버 포털 뉴스 댓글 캡처)

 

한 시민은, 문재인 정부가 파견한 팀(세월호 구조 경력이 있다는 잠수사 등)이 ‘유람선 인양을 반대하며 물에 들어가 선체를 수색하겠다’고 한 소식을 전하며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죽은 사람을 찾기 위해 산 사람을 죽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결정한다”며 “비정상 국가에서는 쟤들이 죽었는데 너는 왜 살아있냐며 들어가서 같이 죽으라고 요구한다. 비정상 국가의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다른 시민도 “그래도 대통령이 정예 잠수요원들 출동시켰으니 ‘잠수 쇼’는 한 번 하고 한국 돌아가야 대통령 면이 서지 않겠냐”라고 했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문재인 정부 사고 대응 비판 게시물들.
페이스북에 올라온 문재인 정부의 다뉴브강 사고 대응 비판 게시물들.

주요 언론들의 행태도 비판받고 있다. 언론들이 혈세를 쓰며 현지 파견까지 됐지만 헝가리 정부에 ‘요청’만 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는 현지 팀 활동은 큰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면서도, 정부 대응이 적절치 못하다는 야당 비판은 ‘막말’이라 보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뉴브강 사고 관련 보도가 쏟아지던 지난 2일, 포털에 집계된 조회수 상위 기사들은 이보다 이틀 전(지난달 31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안타깝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는 정부 비판 발언 관련 기사였다. 다수 언론들은 “또 막말” “막말 중독” “위로는 못할 망정” 등으로 야당을 비난했다.

네이버에 "다뉴브강 유람선은 여전히 성업 중"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들. (사진 = 네이버 검색 화면 캡처)

헝가리 당국에 ‘이래라 저래라’ 식 보도를 낸 곳도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2일 <[르포] 다뉴브강 유람선은 여전히 성업 중.. “밤 9시 관람은 매진입니다”>라는 기사에서,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에 불구하고 현지에선 유람선 운행이 ‘성업 중’이라며 다뉴브강을 오가는 대형 여객선의 안전조치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기사 댓글로도 “헝가리인이 죽은 사고였으면 운행을 하겠냐” “유람선 운행이 당연히 금지된 줄 알았다”는 내용이 달렸다. 노후 선박 ‘허블레아니호’가 사고가 났으니, 모든 다뉴브강 유람선 관광영업을 멈추라는 식이다. 몇몇 시민들은 “정부나 언론이나 한 목소리로 헝가리에 ‘훈수’를 하니, 헝가리인들에 ‘혐한’ 정서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농담까지 하고 있다. 헝가리 당국은 문재인 정부와 국내 언론 ‘훈수‘에도 선체를 인양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수중·수상 수색도 이어진다.

다뉴브강 사고와 관련,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지난 3일 페이스북 글에서 “우익은 거짓말에 화를 내고 좌익은 진실과 사실에 화를 낸다”며 “허둥대면서, 열렬히 뒷북을 치면서 소위 구조대라는 이름의 지원단을 보내 ‘속도가 문제’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는 대통령이 비현실적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지, 민 대변인이 잘못된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대한민국은 과잉된 비과학적 비현실적 헛소리를 내뱉는 것이 정당화되는 그런 원시주술적 국가다. 고함만 내지르고 헛소리를 많이 떠들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되는 그런 나라다. 미개한 나라도 아니고, 헝가리에서 사고가 났는데 한국의 대통령이 노란색 구호복을 쌩하니 갈아입고 쌩쇼를 하는 정말 이해 불가능한 나라”라고도 덧붙였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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