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민단체 주도 첫 집회... '천안문사태' 진상규명과 중국 인권 문제 정면 거론
"국내 민주화 세력들이 중국 인권을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 오랫동안 봐왔어"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은 우물 안 개구리... 중국에 대해 애써 침묵한 것도 사실"

4일 오전 11시 명동중앙우체국 앞에서 '천안문사태 30주년' 항의집회가 열렸다. 글로벌인권네트워크를 비롯한 17개 시민단체가 주최한 이번 집회는 "천안문 학살의 진실 규명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한 뒤 바로 옆 중국대사관에 "천안문 학살 진실규명 성명서"를 제출하는 순으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주최 측이 중국대사관으로 이동하는 중에 벌어졌다.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 이하 경찰들은 중국대사관에서 100m 떨어진 곳에 기동대를 배치하여 이후 진로를 막았다. 많은 인파의 행진도 아니었을 뿐더러 10명 남짓의 주최 측이 성명서를 제출하려는 것이었는데도 경찰은 100m 보다 더 먼 거리에서부터 주최 측의 접근을 차단하고자 했다. 이에 항의하자 경찰은 기동대를 뒤로 조금 더 물러세운 뒤 5명 이내로만 진로를 허락했다.

이날 집회를 주도한 서정민 글로벌인권네트워크 대표는 "국내 지식인들이 침묵해온 천안문사태와 중국 인권 문제를 국내 시민단체가 처음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이라며 집회 의의를 밝혔다. 또 서 대표는 "국내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며 인권 개선에 핏대를 세웠던 이들이 천안문사태와 중국 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이중적 태도를 오랫동안 지켜보았다"며 한국 사회에 각성을 요구했다. 그는 이번 집회를 위해 "국회의원들과 접촉도 해보았지만 대부분 협력을 거부했고 한사람 정도만 참여를 고려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의장은 국내 민주화 세력들이 중국 인권에 침묵하려는 태도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80년대 민중민주주의(PD) 계열에서 활동했던 그는 "지금도 1989년 천안문사태가 기억에 생생하다. 나는 당시 수천명의 동지들 앞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사람 중 한사람이었다. 그런데 중국에서 탱크까지 동원해 민주화 운동을 강경 진압했다는 얘길하며 중국 인민들에 대해 묻던 누군가의 질문을 받고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라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주대환 의장은 심상정, 노회찬 등과 함께 정당 생활까지 한 뒤 한국 사회에 사회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하고자 노력한 바 있다. 그런 주 의장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은 우물 안 개구리로 국내에만 갇혀있었다. 중국 뿐 아니라 이외 국가들에서 이루어진 민주화 운동에 무관심했다"면서도 "특히 중국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젠 중국이 워낙 강대국이 되니 더 위축되는 것 같다"며 탄식했다. 주 의장은 "세대가 바뀌어야 인식 개선도 될 것"이라며 "청나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던 조상들을 기억한다면 독립문 건립기념일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좌우 할 것 없이 모두 무관심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끝으로 주최 측은 중국 인권 개선이 북한의 인권 개선으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중국의 '강제 북송' 문제는 비근한 사례이다.

이번 행사는 국내 시민단체가 주도한 첫 '천안문사태' 항의집회라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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