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분간 10여 가지 주제 두고 격론...색다른 면모-참신한 관점 보이지 않은 점은 '아쉬움'
북한 핵 문제-우파에 대한 생각 등 사사건건 '충돌'...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한 견해는 '비슷'
文정부, 최대 화두 '경제' 문제 나오자...유시민 "올바른 방향" 홍준표 "IMF 이후 서민경제 최악"
대권 출마 여부 두고는...유시민 "정치 절대 안해" 홍준표 "불펜투수로 나갈수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右),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右),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잠재적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3일 유튜브 공동 방송 '홍카레오'에서 약 2시간 40분 동안 10여 가지 주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다만 두 사람의 색다른 면모나 참신한 관점보단 평소 대중이 익히 알고 있던 생각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쳐 아쉬움도 남겼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주장보다는 당리당략에 바탕을 둔 입씨름이 많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홍준표 전 대표와 유시민 이사장은 3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100분 분량으로 녹화한 방송을 같은 날 오후 10시 각자의 유튜브 채널인 'TV홍카콜라'와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통해 동시 공개했다.

북한 핵 보유에 대한 상반된 시각

두 사람은 이날 토론 시작부터 북한 핵 문제, 우파와 좌파의 핵심 가치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유 이사장은 북한 핵 포기 가능성에 대해 "체제 안전이 다른 방법으로 보장된다면 굳이 핵을 가질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거기도 나름 (체제 안전 조건 등을 놓고)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김정은이) 자기 삼촌도 죽이고, 장성택이도 죽이고,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이복형을 독살하는 체제가 보장할 가치가 있냐"고 반문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문명적 기준으로 저런 체제가 오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면서도 "(혁명 등은) 북한 인민들이 할 문제"라고 했다.

북핵과 미사일 개발 의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상반된 견해를 드러냈다. 홍 전 대표는 "핵과 탄도미사일을 만든다는 건 적화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막고 남침 통일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저는 우리 우파들이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본다"며 "북한은 자기 인민들 밥도 못 먹인다. 적화통일이라는 것도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회자가 북한이 위기에 몰리면 핵을 쏠지 여부를 묻자 유 이사장은 "(북한이 핵을) 갖고 있으면 쓸 수는 있다. 우리가 그것을 쓸 상황을 안 만드는 게 현명한 것"이라고 했다. 또 "조건이 맞으면 (북한이 비핵화)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유 이사장의 북한 관련 발언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파는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원한 '주적'으로 항상 경계하고 맞서 싸워 이겨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생각을 할 뿐인데, 그것을 두고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궁핍한 경제 상황과 핵 보유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로 묶는 듯한 발언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좋다는 식의 사고가 과연 상식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됐다.

유시민 "우파가 존경하는 이승만-박정희, 자유 탄압한 분들" VS 홍준표 "박정희 대통령, 5000만 국민 가난에서 구해준 사람"

유 이사장은 우파에 대해 "우리나라의 보수우파 붙여 쓰는 분들이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이런 분들을 존경한다. 그분들이 (우파 가치인) 자유를 되게 탄압한 분들"이라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이승만 대통령은 종신 집권하려다 잘못은 있었지만 해방 이후 공산주의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킨 분"이라며 "박정희 대통령은 5000만 국민을 가난에서 구해준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는 "한국 보수 우파 진영이 궤멸 상태까지 오게 된 배경은 탄핵"이라며 "지금도 보수 우파는 탄핵을 두고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힘을 합해도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여력이 안 생기는데, 서로서로 물어뜯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제 탄핵 때 어떻게 했다고 논쟁하지 말고 잊어버려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고 문재인 정부에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줘야 한다. 이렇게 안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달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 취임 후 아스팔트 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태극기 시민들을 모욕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을 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거리에서 돈 통 놓고 박근혜 팔아 정치생명 이어 갈려는 양아치 같은 사람들을 보면 대한민국 보수, 우파들은 참으로 순진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그러니 탄핵 당하고 구속 당하고, 아직도 핍박을 받는 것이다. 미몽에서 깨어 나야 한다"고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左),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TV홍카콜라 방송 화면 캡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左),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TV홍카콜라 방송 화면 캡처)

황교안 한국당 대표 평가 놓고는 '비슷한 견해'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 대해선 두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유 이사장은 "특히 황교안 체제가, 이 분 리더십 스타일이 왠지 몇 십년 전에 흔히 보이던 스타일 아닌가"라며 "제1야당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라고 홍 전 대표에게 질문했다.

홍 전 대표는 "그건 말하기도 곤란하고 말할 수도 없다. 괜히 잘못 말했다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유 이사장이 "몸 사리시는 거냐"고 다그치자, 홍 전 대표는 "난 정치 24년 동안 몸 사림의 정치를 해본 적 없다. 몸사릴 상대가 아니다"라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홍 전 대표는 최근 우파 지지자들의 관심이 황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페이스북을 통해 황 대표를 비판해왔다. 대표적으로 황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설전'을 주고받는 와중에 황 대표의 편을 들긴커녕 "5공 공안 검사의 시각으로는 바뀐 세상을 대처하기 어렵습니다"라고 '내부 총질'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다.

文정부, 최대 화두인 '경제' 문제 나오자...유시민 "올바른 방향" 홍준표 "IMF 이후 서민경제 최악"

문재인 정부가 '실정(失政)'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 문제가 나오자 두 사람은 다시 격렬하게 맞붙었다. 홍 전 대표는 "IMF 이후 서민경제가 최악"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 서민들이 살게는 해줘야 할 텐데 지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유 이사장의 의견을 물었다.

유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성과를 내려면 조금 더 힘 있게 밀어붙이고 과감하게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추경안을 6조7000억원 규모로 책정했던데 작년 세수 잉여금이 20조원임을 참작하면 너무 적은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장의 주장을 들은 홍 전 대표가 "근로소득보다 이전소득이 많은 인구가 대한민국 인구 5000만 중에 1000만 명에 달했다. 일해서 받는 소득보다 국가에서 배급받아 사는 계층이 더 늘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유 이사장은 "하위 20% 소득계층의 이전소득이 높아진 건 인구구조에서 고령층 비율이 늘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이같은 저소득 계층 지원 강화는 지난 정부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이나 문 대통령의 인식이 그렇다면 내년 선거는 우리(한국당)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라는 불행해질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각종 경제 지표는 유 이사장의 '문 정부 경제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전분기 대비 0.4% 하락했다. 이는 지난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만에 역성장한 것으로 10년여 만에 최저 수준이다. 수출 역시 지난 2017년 4분기 -4.5%를 기록한 이후 5분기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2000년 통계 작성된 이래 가장 높은 11.5%를 기록했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고 있다. 한 마디로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선거법-공수처법 등에 대해선 기존 입장 '재확인'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4당이 한국당 동의 없이 지정 강행한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시각차는 확실했다.

유 이사장은 먼저 선거제 개편을 두고 "국민의 정당과 정책 노선에 대한 지지가 어느 정도는 국회의원 점유비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지역구 투표와 정당투표는 다르다. 지역구 투표에서 사표가 나오는 것은 미국도 그렇다"고 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요새 미국이 엉망"이라고 했고, 홍 전 대표는 "대한민국이 엉망"이라며 맞섰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대해서 "홍 전 대표는 "검찰이 잘못한다고 검찰 위에 검찰을 또 하나 만들자는 것"이라며 "만약 공수처법과 선거법이 통과되면 한국당은 전부 (의원들) 배지 떼라고 내가 그랬다"고 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세계 어느나라에도 우리 검찰 같은 곳 없다"며 "(사법제도는 국회 입법) 절차로 타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권 출마 여부를 두고 유 이사장은 기존의 '정치 안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고, 홍 전 대표는 자신을 '불펜 투수'라고 표현하며 여지를 남겼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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