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합의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로 해석 가능... 여기서 물러나면 지지층 재이탈은 불 보듯 뻔해

협상결렬, 떠나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연합뉴스 제공)
협상결렬, 떠나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연합뉴스 제공)

원내대표들 간의 주말 담판은 사실상 총선 모드로 돌입한 거대 양당의 전초전이었다. 3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들은 최종 합의 직전까지 갔지만 패스트트랙에 대한 문구 일부를  조정하지 못해 끝내 결렬되었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문구 하나가 총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르고 있다.

여야 3당의 원내대표는 2일 오후 2시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이인영 의원실에서 국회 정상화 타결을 위해 모였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가야 했다. 패스트트랙 문구에 관해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이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대표는 “합의를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문구 두개 차이지만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의 해석이 가능해진다. 전자는 패스트트랙 법안을 두고 ‘한국당의 의사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후자는 ‘한국당이 비협조적일 경우 불가피하게 배제될 수 있다’는 암시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지지층이 결집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총선과 지지층의 여론을 의식해 패스트트랙에 관해선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상태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국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감행했고, 황교안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로써 ‘문재인 정권 심판론’의 명분을 갖추고 보수 통합의 첫 단추를 꿰매 제1야당의 입지를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상승에 지지층이 위기의식을 느껴 다시 뭉쳤으며, 패스트트랙으로 ‘적폐 청산’을 이어가겠다는 구실을 확보해 불리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문구 하나에도 서로 물러서지 못한다. 그럴 경우 지지층의 재이탈이 발생해 총선을 위한 포석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게 된다.

나경원 대표는 3일 아침 최고위원회에서 “(여당은) 말로는 함께 국회를 열자고 하면서 정작 문을 걸어 잠그고서는 무조건 항복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정치인이라면 그 어떤 순간에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될 가치가 있다. 의회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붕괴시켜 버린 패스트트랙 폭거를 이대로 덮고 넘어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정춘숙 대변인은 이날 아침 정론관에서 “20대 국회가 채 일 년도 남지 않았다.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라면서 “자유한국당은 아무 조건 없이 즉각 국회정상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수위를 높였다.

안덕관 기자 penn@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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