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돈 아껴쓰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린 文정권...국가부채 급증할 듯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처럼 국가부도 위기의 악순환 가능성 높아졌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5월 3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비율이 2022년에 45%를 돌파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은 38%인데 둑이 무너지듯 빚이 늘게 되는 것이다. 이건 부총리가 아니라 대통령 문재인의 뜻으로 봐야 한다. 홍부총리는 지난 5월16일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부채지율의 마지노선을 40%로 관리한다고 보고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40%의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마지노선 같은 것 지키지 말라는 뜻 아니고 뭐겠는가. 그러자마자 부총리가 45%로 올리겠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지금처럼 나라 돈 쓰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이라면 45%를 훨씬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지켜온 국가부채 비율 40%는 EU 회원국 가입조건에서 비롯되었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은 EU 회원국의 가입조건 중 하나로 국가부채비율 60% 이하이면서 재정적자 비율 3%이내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GDP에 대한 비율). 한국 정부는 여기에 한국의 특수 상황 반영을 위해 20%의 버퍼를 둬서 40%가 됐다. 통일에 대비한 10%, 고령화에 따른 연금적자 10% 이다. 40%를 잘 지킨 덕분에 한국은 재정이 세계적으로도 가장 건전한 나라였다. 그 덕분에 세계최악의 강성 노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비교적 높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둑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국가부채 마지노선의 붕괴가 더욱 치명적인 것은 태도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 돈을 아껴 쓰다가 어쩔 수 없이 부채가 늘게 되는 것은 그리 염려할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가 시작하는 국가 부채의 급증은 아껴 쓰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린 결과다. 이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그리스의 국가부도 사태가 잘 보여준다.

그리스는 원래 재정이 탄탄한 나라였다. 1980년 국가부채비율이 22.5% 였다. 하지만 사회주의정권이 집권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1981년 PASOK(범 그리스지역 사회주의 운동)이라는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했다. 총리가 된 안드레 파판드레우는 하버드대학 경제학 박사였는데 철저한 사회주의자이자 포퓰리스트였다. 집권하자마자 약속한대로 복지를 늘려갔다. 일자리 부족은 공무원 채용을 늘려서 채워나갔다.

 

국민들은 신이 났다. 복지 확대, 공무원 증원은 국민이 바라던 바였다. 1981년 선거에서 사회주의당인 PASOK를 지지한 비율 48%, 공산당 지지율 12%, 둘을 합치면 60%였다. 국민의 2/3가 사회주의정책을 지지한 것이다. 보수당인 민주자유당 지지율 38%를 압도했다. 파판드레우는 국민 다수의 뜻대로 국민에게 베풀었고 국민은 공짜 돈을 쓰면서 행복했다.

문제는 그 행복이 공짜가 아니라는 것. 그리스 정부는 부족한 돈은 빚을 얻어 해결했다. 1981년 22.5%이던 그리스의 국가부채비율이 12년 후인 1993년 100.3%가 됐다. 그 후 돌려막기를 해가며 그럭저럭 지나다가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인한 국제금융위기를 맞아 결국 부도에 이르고 말았다. 2015년에는 국가부채 비율이 177%까지 치솟았다.

1981년부터 20여 년 동안 그리스 국민은 행복했다. 빚을 내기는 했지만 돈을 쓴 덕분에 경제도 성장을 계속해서 2009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29300달러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건 모래성이었다. 2010년 국가부도 사태 이후 경제는 끝없이 추락했다. 2009년 3만 달러에 근접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17년 18,000 달러로 떨어졌다. 생산성으로 뒷맏침되지 않은 소득은 물거품이다.

그리스의 사례는 국민이 어리석으면 나라가 어떤 꼴이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리스의 사회주의정권이 택한 길로 들어섰다. 빚을 내서 공무원 늘리고 공짜 의료도 더욱 늘릴 것이다. 공짜 돈이 흥청망청 풀리니 국민은 좋다할 것이고 정권 재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10년이면 국가부도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국가부채비율이 230나 되는데도 괜찮은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과 한국은 위기발생시 처할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일본 돈은 안전자산인 반면 한국 돈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 그림은 2008년 국제금융위기 당시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의 달러화에 대한 환율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듯이 위기 이전 100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이 거의 1500원선까지 치솟았다. 위기를 맞아 투자자들이 한국을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급속히 떨어졌다. 투자자들이 다른 자산을 팔고 엔화 자산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즉 위기가 닥쳤을 때 원화는 기피대상인 반면 엔화는 선호 대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국가채무비율이 높아도 큰 문제가 안 생긴다. 최악의 경우 화폐를 발생해서 갚으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그렇게 한다면 환율이 치솟아서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 것이다. 국가부채에 관한 한 한국은 일본을 따라하면 안된다.

다음의 표는 국가부채비율과 CDS 프리미엄을 보여준다. CDS 프리미엄이란 국채가 부도났을 때 대신 갚아주는 보험의 보험료를 말한다. 이것이 높으면 국가부도 위험이 높음을 뜻한다. 일본의 국가부채비율은 234%인데 CDS 프리미엄은 22, 미국은 국가부채비율 109%에 CDS 프리미엄 15이다. 반면 터키는 국가부채비율이 27%에 불과한데도 CDS 프리미엄은 496으로 국가부도위험이 매우 높게 평가된다. 경제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필리핀, 아르헨티나도 국가부채비율은 높지 않은데 국가부도위험은 높다.

 

나는 한국이 국가부채의 둑을 무너뜨리면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처럼 국가부도 위기의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이 그 둑에 큰 구멍을 뚫고 있다. 우리 국민은 그리스 국민처럼 공짜 돈을 즐기며 행복에 빠질까, 아니면 공짜는 싫다며 뚫린 구멍을 막으려 나설까.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김정호의 경제TV 대표, 전 연세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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