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국정원장의 동선은 왜 노출되었나
정권 내부의 깊은 곳으로부터 외부 유출 의심돼
정통 국가관료들이 '바로 서기'를 시작한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左), 서훈 국가정보원장(中),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서훈 국가정보원장(中),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사진=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서훈 국정원장 간의 밀회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것과 관련, 외교부의 기밀 유출 사건과 비슷한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1일 여의도 정가에 따르면 가장 은밀한 국정원장의 동선이 노출된 것은 국정원 내부고발이나 청와대, 더불어민주당 내부 등 권력의 심장부로부터 의도적 유출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인터넷 언론 ‘더 팩트’는 지난 21일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그리고 김현경 MBC 국장이 서울 모처의 한정식 집에서 ‘비밀 회동’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총선 전략 수립을 책임진 문재인 정권의 최고 실세가 정보기관의 수장을 이 시점에 만나려 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야당은 선거 승리를 위한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정치공세를 펴고 있고, 양원장 등은 지인들끼리 모처럼 만나 잡담을 나눴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신원 노출을 극도로 경계하는 국정원장의 동선이 어떻게 그리 쉽게 노출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미묘한 시점에, 그것도 친정부 매체로 지탄받는 MBC의  북한 전문기자까지 부른 가운데 현금으로 밥값을 낼 정도로 신경을 쓴  은밀한 만남이. 

기자들이 우연히 밀회 장소를 지나다 현장을 포착했다고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양정철원장이  국회의장을 만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정원장까지 저녁식사에 소환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자, 안으로부터 위기 의식이 확산돼 누군가가 외부에 누설한 것이라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10일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료들이 말을 안 들어서 꼭 정권 후반기 같다"고 불평한 대화가 고스란히 공개된 바 있다. 조기 레임덕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그렇다면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청와대, 군(軍), 외교부, 국정원 등의  기밀유출 참사는 단순한 기강 해이 수준으로 볼 수만은 없지않을까. 정치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는 집권 초 문 정권의 압력에 굴복한 정통 관료들이 ‘바로 서기’를 시작한 것이거나, 20년 집권을 외치며 보복과 탄압으로 권력을 유지해온 현 정권이 실력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다. 관료사회는 물론 핵심 권력층내부에서 이미 레임덕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안덕관 기자 penn@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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