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의 회의 후 2주만에 재정 확장 지지로 돌아서...국가채무 당초 계획보다 70조원 이상 늘게 돼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경제정책 유지하면서 확장적 재정 펼쳐야"
靑 "이제민 발언은 개인의견...홍남기는 부서 차원에서 검토해 본 것"...논란 일자 발뺌?

 

국내총생산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2년엔 45%에 까지 이를 것이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홍 부총리가 이를 다시 한번 긍정하는 발언을 해 파장이 예상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과감한 재정 확장 정책' 주문에 국가채무비율을 40%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2주만에 백기를 들고 '재정 확장 노선' 지지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브레이크 없이 재정폭주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는 3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45% 발언은, 올해 세수 여건이 안좋은 점, 앞으로 8조원 이상 지방으로 재원이 넘어가는 여건을 감안할 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40% 중반까지 올라갈지 모른다는 전망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재정 정책상 2022~2023년쯤엔 국가채무비율이 45%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한다"며 "이는 OECD국가와 비교해 높은 것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과감한 재정 확장 정책' 주문에 국가채무비율을 40%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홍 부총리의 워크숍 발언대로면 2022년 국가채무는 당초 계획치인 897조원이 아니라 971조원으로 뛰게 된다.

홍 부총리가 말한 2022년 국가채무비율 45%는 지난해 기재부가 내놓은 전망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 계획에서 기재부는 작년 680조7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가 2022년에는 897조8000억원, GDP 대비 비율은 41.6%가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채무비율을 3.4%포인트 높이겠다는 것은 국가채무를 당초 계획보다 70조원 이상 늘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목 GDP가 재정운용 계획대로 유지되고 국가채무비율이 45%가 되면 2022년 국가채무는 971조원까지 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30일 워크숍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며 경제정책 기조의 수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 부총리에 이어 발제를 맡은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적절했고,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며 "경제정책의 기본 방향은 흔들림 없이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부의장은 "단기적으로는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재정 상태를 활용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펴고, 중·장기적으로는 불평등한 분배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바람직한 경제 운용 방향"의 하나로 확장적 재정 정책을 위한 "중·장기적 증세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31일 이제민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 30일 여당 국회의원 워크샵에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관련해 중장기적 증세(增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데 대해 "개인 의견"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증세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부의장의 전날 발언이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냐는 물음에 이렇게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오는 2022년 4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담당 부처에서 살펴본 차원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전망과 방향에 대해 살펴봐야 하는 부서가 거기다. 그런 차원"이라며 "해당 부처는 여러 상황을 가정하면서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는 상황이라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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