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 현장] 닷새간 진통 겪은 현대重 물적분할案, 주총場 바꾸며 결국 통과...민노총 "총파업 할 것"
[펜앤 현장] 닷새간 진통 겪은 현대重 물적분할案, 주총場 바꾸며 결국 통과...민노총 "총파업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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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민노총이 닷새간 불법 점거까지 일삼으며 저지해온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결국 통과됐다.

31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물적분할 안(案)을 승인하고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회사와 조선・특수선・해양플랜트・엔진・기계 사업 등을 주력으로 하는 자회사(신설회사)로 나누기로 했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고 현대 그룹으로 편입하려는 행마였다. 현대 측은 새로운 중간지주회사는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하고 상장법인으로 남기기로 했다. 현대 측은 신설 자회사는 ‘현대중공업’이라는 기존 명칭을 쓰고, 비상장법인으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닷새 간 주총 예정지 불법점거한 채 만행 일삼아온 민노총...취재기자도 경계

현대중공업의 이날 물적분할 승인까진 진통이 있어왔다. 민노총 측은 현대 그룹의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인력 구조조정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전락 가능성 ▲현대중공업의 울산에서의 본사 이전 가능성 등을 들어 반대해왔다. 이번 물적분할이 현대 사주 일가의 경영권 세습 ‘편법’이며 사익 편취 강화의 일환이고, 근로자들의 타격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회사와 노조 사이를 중재해야 할 송철호 울산시장도 지난 29일 삭발을 하는 등으로 노조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사측은 민노총 측이 주장하는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며, 근로자들의 고용과 복리후생 등을 유지하겠다고 해왔다.

민노총 조합원들이 점거한 31일 오전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사진 = 김종형 기자)

하지만 민노총은 지난 26일부터 4000여명 이상의 조합원을 울산에 집결시키고, 주총 예정지인 한마음회관을 불법 점거하며 현대중공업 경영권 개입 행보를 이어왔다. 법원의 개입 불허 판단도 소용없었다. 주총 예정지로 거론된 장소들엔 민노총 현수막과 포스터들이 빼곡했다. 민노총은 주총 하루 전인 전날(30일)에는 일부 기자들의 취재까지 막았다. 노조 측이 만든 노란 색의 ‘보도’ 완장을 차지 않은 민간인에게는 다짜고짜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일부 울산 동구 시민들은 주변 상황을 ‘전쟁터‘에 비유하며 불안에 떨기도 했다. 

30일 저녁 울산 도착 후 기자가 사진 촬영을 하던 중 민노총 조합원들에 팔을 낚아채 화면이 흔들린 모습. 사진을 삭제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지만, 사진은 클라우드에 저장돼 안전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사진 = 김종형 기자)

30일 저녁 현장에 도착해 민노총 집결 모습을 사진 촬영한 기자에겐 민노총 조합원들이 달려와 위협하며 “휴대폰을 내놓든 사진을 지우든 해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초상권’을 운운했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집회 인원에게는 초상권 침해가 적용되지 않는다. 자신을 민노총 간부라고 소개한 한 조합원은 “기자가 돼서 그것(초상권)도 모르냐”는 인신공격까지 했다. 민노총 조합원 4명의 압박에 이기지 못한 기자는 사진을 지운 뒤에야 ‘풀려났다’.

 

주총 당일 ‘막무가내’ 행보 더 심해져...사측 고용인에 욕설하는가 하면 폭력 부추기는 말까지

물적분할이 결국 통과된 이날 오전에도 ‘전쟁터’와 비슷한 상황은 이어졌다. 취재진이 자리한 ‘촬영 명소’에는 이미 다수 민노총 조합원이나, 조합원의 가족들이 들어서 있었다. 현장을 촬영하는 사람들의 어깨에는 ‘보도’ 완장이 있었다. 소위 ‘메이저’ 언론사라 불리는 몇몇 방송사 직원들 외엔, 완장을 찬 것은 좌편향・친노동 성향 매체 인원들 뿐이었다. 조합원들의 가족이라는 사람들 역시, 일부 조합원들과 함께 사측 고용인원에 “자본의 개” “돈 받고 깡패짓하니 좋으냐”는 등의 욕설을 일삼았다. ‘강경 진압‘ 논란을 예측한 듯, 경찰은 배치 후 대기 외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31일 한마음회관 앞 도로에서 민노총 조합원의 가족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우)이 사측 고용인원들을 노려보고 있다. (사진 = 김종형 기자)

이날 오전 8시경부터 주총장이 변경된 오전 10시40분경까지, 당초 주총장으로 예정돼 있던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앞에서는 경찰-사측/민노총 측의 대치가 이어졌다. 민노총 조합원 2000여명은 전날과 같이 ‘민주노총 결사투쟁 / 주주총회 박살내자’는 구호를 외치며 “물적분할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은 없어지는 것이다” “생존권 확보를 위해 한마음회관에 현수막을 친 것은 불법 점거가 아니다” “물적분할이 통과되면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등으로 발언했다. 일부 발언자는 “나는 꼭 싸워야 하겠다 하는 분은 앞으로 오시기 바란다. 회사에서 보낸 용역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제 투쟁의 시간”이라며 폭력을 부추기는 듯한 말까지 했다.

 

현대重, 민노총 주총 예정지 진입 저지에 ‘주총장 변경’ 강수...민노총 “총파업 나설 것” 협박

주주들을 비롯해 주총 진행 인원의 한마음회관 진입이 지속해서 저지되자, 대치 현장에서는 ‘주총장 변경’ ‘주총 무산’ 등의 입소문이 오가기도 했다. 실제로 민노총은 울산대학교・울산과학기술대학교・현대중공업 본사 등 여러 곳에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0시30분경 민노총 저지에 주주들이 한마음회관을 벗어나자, 조합원들은 주총 무산・연기로 받아들여 ‘승리’를 자축하는 함성을 내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민노총의 주총장 진입 저지에 맞서 10시40분경 주총장을 약 20km 떨어진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긴급 변경, 오전 11시20분경 물적분할 안을 통과시켰다.

31일 갑작스러운 주총장 변경 공지에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민노총 조합원들. (사진 = 김종형 기자)

갑작스러운 주총장 변경 소식에, 민노총 조합원들은 단체로 오토바이나 버스 등을 이용해 개별적으로 변경된 주총장인 울산대로 향했다. 다만 물리적 거리(차량 약 40분 거리)로 인해, 저지활동은 한마음회관 앞에서보다 적극적이지 않았다. 분할안 통과 후 뒤늦게 도착한 민노총 조합원들이 울산대 캠퍼스 일부를 점거하고 불법시위에 나서, 학생들이 눈쌀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주총은 자본과 정부의 합작이자 날치기”라는 주장을 하며 20여분간 울산대 캠퍼스 안에 머물다가, 일시에 대거 빠져나왔다. 이 때도 경찰은 배치-대기 역할만 했다.

31일 울산대 캠퍼스 일부를 점거하고 불법 집회를 하고 있는 민노총 조합원들. (사진 = 김종형 기자)

한편, 주총 결정으로 현대중공업은 내달 중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 측은 갑작스러운 주총 소식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기존에 주장해왔던 대로 전국 총파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한섭 민노총 울산본부장은 이날 “현대중공업 법인분할은 조선 산업 경쟁력과 관계 없다”며 “울산 총파업 후에 전국 총파업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민노총 측은 현대중공업 측의 주총장 변경 및 통과를 두고 “주주들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하겠다는 의견도 냈다.

이날 분할안 통과까지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민노총이 그간 강성 행보를 보인 데 미뤄,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막 나가는‘ 일을 벌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 =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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