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 좁혀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에 거듭 요구
한국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이유로 미루기만
성주의 사드 기지는 시위대 방관으로 부대 시설 열악한 상황

미국이 지난달 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정식 배치’를 한국 정부에 거듭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30일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회의 분위기는 “‘미국이냐 중국이냐, 빨리 택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 일부 참석자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또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배치와 성주 기지 리모델링에 대한 미군 인내심도 한계에 달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미국 정부의 내부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계속 늦춰지게 되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방부는 ‘사드 정식 배치’ 요구가 미국의 기존 입장이라며 미국 요구를 이례적인 것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애쓰는 모양새다.

출처: 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이 안보와 경제 전체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이틀간 열린 이번 회의에서 ‘사드 정식 배치’를 한국 정부에 압박한 것은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해석들이 나온다.

그간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화웨이 고사 작전,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지지 등 첨예한 사안마다 동참해줄 것을 요구받아왔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수 년 동안 ‘사드 정식 배치’조차 미루면서 성주 기지 입구의 시위대로 인해 육로 반입이 불가능한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

2016년부터 롯데 소유의 골프장을 사드 기지로 바꾸는 시설 공사가 진행되었지만 부대시설 일체가 임시 야전용에 지나지 않아 매우 열악한 상태라고 한다. 최근 미군이 헬기를 통해 컨테이너 1개를 반입한 것이 알려질 정도로 기지 내부의 환경 개선이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난달 27일 지역 주민 일부와 사드 반대 단체 회원 350여 명은 성주 사드 기지 인근서 ‘9차 평화행동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포기한 외교안보 적폐 사드 철회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계속된 투쟁 의지를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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