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국가정보원장.(연합뉴스 제공)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국내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정보 수집 자체가 정치 개입이 될 수 있다던 서 원장이 그동안 국내 정보를 직접 수집하고 다닌 것이 MBC 김현경 기자의 증언으로 밝혀진 것이다. 국정원장이 고위 언론인, 재벌 관계자, 정.관계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니며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했다면 불법 정보 수집 활동이 될 가능성이 크다.

김 기자는 지난 28일 서 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전략 책임자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이 만난 자리에 자신도 있었다며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을 게재했다. 김 기자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서 원장이 국내 정보 수집을 위해 직접 다니고 있었다. 

김 기자는 "서 원장은 이미 단행된 국정원 개혁에 대해 말했다. 국내 조직을 없애다보니 원장이 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었다. 국내외 씽크탱크, 전문가, 언론인, 여야 정치인 등과 소통을 원장이 직접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고 글을 작성했다.  이 얘기가 맞다면 특종 거리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폐지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을 국정원장이 하고 다녔음을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지난 29일 의원총회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서 원장의 이율배반적 행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 국정원장 4명을 포함해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한 사람이 서훈 원장이다"라며 "정치 관여 여지를 없앤다면서 국내 정보를 수집하던 직원들까지 재교육해 재배치했는데 서 원장이 대통령 측근이나 언론인들 만나고 다니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을 적폐로 규정한 문재인 정권은 국내 정보를 수집하던 국정원 내부의 '국익정보국'과 국내 정보를 분석하던 '국익전략실'을 폐쇄했다.

서 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 원장의 만남 자체가 국정원법 제9조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법 제9조는 정치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국정원장과 차장, 그 밖의 직원은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국정원법 제9조는 정의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따르면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에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김현경 MBC 기자(연합뉴스 제공)

두 사람의 만남에 함께 한 김 기자에 대한 MBC 노동조합의 비판 성명도 나왔다.

MBC 노조는 "비밀 정보수집 기관의 장과 여당의 선거전략 기획자가 남의 눈을 피해 만난 사실은 여당 스스로도 신중하지 못했다고 평하는데 MBC의 국장급 기자가 회동에 합석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기자란 어느 상황에서든 정보가 있으면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직업인데 정치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자리에 기자를 불렀다는 것은 MBC 기자를 기자가 아닌 동업자 내지 내부자로 여긴 결과라는 점에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MBC노조는 "당사자인 김현경 국장은 '누구와 누가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소동이 발생해 상당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는데 도대체 기자로 국장까지 오른 사람이 무엇이 부적절하고 국민의 의혹을 받는 것인지 이해조차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MBC의 수준이 어찌 이리 되었나. 국정원장과 여당 총선 지휘부 인사가 비공개 회동하는 것은 국민의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경솔하고 경우에 따라 불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제발 좀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아나운서로 MBC에 입사했다. 1989년 방송 프로그램인 '통일전망대' 진행을 맡았고 현재는 북한전문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통일전망대 기획을 맡고 있다. 30년 가까이 통일전망대에 관여하고 있다. 취재를 위해 20여 차례 북한을 방문한 바 있고 2000년, 2007년, 2018년까지 세 번의 남북회담 특별생방송을 모두 진행했고 경남대 북한전문대학원대학에서 북한학 박사학위도 취득해 북한전문기자로 MBC에서는 국장급 기자로 분류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고 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역임한 이종석 씨.(연합뉴스 제공)

김 기자는 2006년에는 '미스터 김정일, 차 한잔 하실까요?'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이 책에서 김 기자는 당시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이라는 표현으로 북한을 규정하던 상황에서 경색된 남북관계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 기자의 책은 손석희 JTBC 사장과 김대중 대통령과 같이 평양을 방문했고 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이종석 씨가 추천사를 썼다. 

이 씨는 성균관대 행정학과에 입학 후 학생운동을 시작했고 북한에 대한 비판은 내재적 접근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모든 것이 기획·통제된 북한의 정보를 진실로 믿자는 학문적 흐름을 만든 간첩 송두율 씨의 주장을 국내 북한학계에 전파한 인물이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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