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싸움"이라며 구조대 급파 지시에 적절한 조치인가 의문 제기되기도...文은 헝가리 총리, 대통령?
비행하는데만 12시간 이상 걸려...현지 구조당국은 생존자 가능성 희박하다 기자회견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에 현지 당국이 구조에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에 현지 당국이 구조에 나서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인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된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헝가리 정부와 협력해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구조활동을  긴급지시했다. 총력 대응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 대통령이 이웃국가도 아닌 멀고 먼 동유럽 국가의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사고가 가지는 물리적, 제도적, 실질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마치 국내 사고처럼 대응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헝가리 총리가 내렸을 법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헝가리 행정 수반은 대통령이 아니고 총리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헝가리 사고 상황을 보고받은 뒤 이같은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시간으로 오늘 새벽 4시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부다 지역에서 우리 국민 단체 여행객이 탑승한 유람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헝가리 정부와 협력하여 가용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구조활동을 긴급지시했습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함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대책본부 즉시 구성 ▲국내 피해자 가족과의 연락 유지와 상황 공유 ▲신속대응팀을 급파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전 11시 45분 관계부처 장관과 긴급대책회의를 청와대 여민1관 회의실에서 개최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하며, 구조 인원과 장비를 최대한 빨리 투입해 사고 수습과 조치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국가안보실장, 외교부 장관, 국방부 장관, 행안부 차관, 국정원장, 해경청장, 소방청 서울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외교부에서 소방청 구조대 2개팀 12명을 포함한 18명을 1차 신속대응팀으로 급파했고 세월호 구조 유경험자 등으로 구성된 해군 해난구조대 1개팀(7명)과 해경 구조팀(6명), 국가위기관리센터 2명 등을 후속대로 파견해 현지에서의 구조와 사고 수습에 총력을 다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시는 사고발생 후 약 8시간 만에 나왔다.

정부는 현지에 파견할 신속대응팀을 증원했다. 증원된 신속대응팀에는 실종자를 찾기 위한 군 소속 심해수색 인력 등이 포함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신속대응팀은 총 39명"이라며 여기에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신속대응팀에는 SSU 심해잠수사 작전대대 인력 7명을 포함해 해경청 6명, 국가정보원 4명, 소방청 12명, 외교부 8명, 청와대 2명 등 각 부처 인력이 포함됐다.

이날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을 비롯한 외교부 직원 4명도 현지로 출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현지 당국자들과의 협의 및 대응 지휘를 위해 이날 오후 11시 30분 출국해 현지 시간으로 오전 8시 헝가리에 도착할 예정이다. 최규식 주헝가리 한국대사도 헝가리 인적자원부 차관과 경찰청장 등을 면담하는 등 현지 고위당국자들과의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앞서 외교부는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단체여행객 31명과 헝가리인 승무원 2명이 탄 유람선이 크루즈선과 충돌 후 가라앉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국인 관광객들 중 7명은 사망했고, 7명은 구조됐다. 실종자는 19명으로, 현재까지도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자가 많아 사망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헝가리 구조당국은 기자회견을 통해 생존자가 있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한국인 승객들은 참좋은여행사의  ‘발칸+여유있는 동유럽 6개국 12/13일’ 패키지로 헝가리를 여행 중이었으며 9개 가족 등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에 대한 문 대통령의 지시 내용과 관련,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지시 같아서 '현실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첫 지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 5시간가량이 지난 뒤에 나왔다. 관계장관 회의는 약 8시간 이후에 열렸다.

또한 구조활동의 주체는 헝가리 재난당국이어서 당장 몇명 안되는 한국 외교관들이 현지에서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 구조활동"을 긴급지시함으로써 마치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응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문 대통령이 보내기로 한 신속대응팀의 역할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구조에 중요한 것은 "속도"다. 그런데 대통령의 소방청 구조팀, 해난 구조팀 파견지시는 사고 발생후 한참이 지난 뒤에 나왔다.

게다가 민항기로 부다페스트로 가는데만 12시간 이상이 걸린다. 신속대응팀이 현지에 도착해 활동에 착수할 때에는 이미 생존자 구조작업의 대부분이 진전됐을 수 있다.  대통령의 지시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