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칼럼] 승리하는 보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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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5.29 14:00:36
  • 최종수정 2019.05.29 16:28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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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는 것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 美보수계 원로 모튼 블랙웰의 일침
美보수가 건재한 이유는 러셀 커크가 '보수주의' 개념 체계화하고 '이기는 법' 후대에 전수했기 때문
유머-철학-비전 겸비한 진정한 리더를 알아보는 집단 지성의 출현이 보수의 살 길
"우리도 미국의 LI와 ACU와 같은 체계적 보수주의 운동 시작해야 한다"
이정훈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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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성공적 보수주의의 역사를 공부하면서, 존경하는 모튼 블랙웰(Morton Blackwell)과 Leadership Institute(이하 LI)의 존재감을 음미하는 것은 지친 오후의 아메리카노만큼 그 맛이 쓰다. 이 위대한 존재감이 달콤하지 않은 이유는 한국의 보수가 왜 망했는지 LI의 존재 자체가 여실하게 알려주기 때문이고, 그 쓴 맛이 신선한 이유는 지치고 무기력해진 자신을 각성시켜 주기 때문이다.

블랙웰은 지금도 백전노장으로서 LI를 이끌고 있다. ‘원로’란 이런 분에게 붙여지는 명예로운 호칭이다. 그의 인생은 마이크를 한번 잡으면 놓지 않고 질투와 텃세로 분열기법과 이전투구를 다음 세대에게까지 전수하는 한국적 ‘수구’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경륜’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는 역사를 만든다.

공화당의 청년집단 리더였던 블랙웰은 “옳다는 것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지금도 많은 젊은 리더들이 그를 존경하고 따른다. 정치적으로 패배하는 것은 그 뜻이 아무리 정당해도 의미가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그는 진정한 보수주의 운동은 승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이 메시지를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일단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싸워서 비열하고 천박하더라도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의 ‘메세지’는 한국인들의 기대와 달리 그런 뜻이 아니다.

1964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베리 골드 워터는 “무엇이 옳은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고, 옳은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압도적으로 선거에서 패배했다. 좌파는 그를 “전쟁광” 또는 “미치광이”로 몰아붙였고 그의 투박한 연설과 발언은 항상 꼬투리를 잡혀 극우 프레임이 씌워졌다.

이후 프레임도 발목을 잡을 수 없었던 레이건이라는 인물이 등장했고 그는 이전의 리더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늘 유머로 상대를 압도했으며 대중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다. 일방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설득했다. 그는 강력한 미국의 보수주의 전통을 계승하는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유머를 섞어 전달함으로써 대중을 설득하고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소통기법과 조직의 구성과 확산, 펀드 레이징 기술 등 이기는 방법은 체계화 되었고, 위대한 보수의 선배들이 후배들을 가르치고 그 ‘노하우’가 전수될 수 있도록 비영리 교육기관인 LI의 설립과 발전으로 이어졌다. 좌파들의 거친 공격 속에서도 미국의 보수가 지금까지 건재한 이유이다. ACU(American Conservative Union)라는 보수 최대 조직이 유지되고 보수의 비전이 공유-강화되어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컨퍼런스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이 성공적일 수 있는 것도 LI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가 아니라 욕설이 우파 진영에서의 인기요인이 되고, 문재인 정부와 주사파에 대한 비난과 우울한 원망 외에 비전이나 전략이 없는 우파의 비참하기까지 한 현 상황에서 설령 좌파의 자멸로 권력을 다시 손에 쥔들 “가짜뉴스”와 프레임 공격으로 다시 쉽게 붕괴 될 것임은 불보듯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미국 보수주의의 승리는 러셀 커크가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명저를 통해 그 개념을 체계화 하고 보수의 탁월한 이념과 철학으로 무장한 유능한 보수의 전사들이 이기는 법을 선배들로부터 배워 계승-발전시킴으로써 이뤄낼 수 있었다.

승리한 미국 보수주의에 대해 공부하고 그 철학과 전략-전술을 습득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보수”라는 단어가 인기가 없으니 사용하지 말자는 한심한 주장이나 펴면서, “자유 우파”라고 부르자고 외치지만 정작 자신들이 부르짖는 “자유”의 개념도 설명하지 못하는 비참한 우파는 분열과 이전투구를 거듭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사파에게 권력을 바치는 충실한 좌파 도우미로서 그 존재의미를 확고히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이라도 변해야 살 수 있다. 야유와 조롱이 아닌 따끔한 풍자와 유머로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소통할 줄 아는 리더들이 등장해야 한다. 욕설과 강도 높은 원망의 무한 반복을 기대하고 이를 숭앙하는 대중이 바뀌지 않으면 이러한 리더들의 출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파를 분열시키는 거칠고 자극적인 언어에 쉽게 선동되는 대중이 아니라 유머와 철학을 겸비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진정한 리더에게 지지를 보내는 집단 지성의 출현이 보수의 살 길이다.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는 미국의 LI와 ACU와 같은 체계적 보수주의 운동을 이제 시작해야만 한다.

이정훈 객원 칼럼니스트(울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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