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빈 자리는 같은 인권법 출신 김영식 前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맡아
채명성 "인권법, 한 자리 하려면 우리 편 붙으라 '시그널'보내는 문화 만들어"
이석연 前법제처장 "대통령이 법제처장을 참모쯤으로 생각하는건 아닌지 우려스러워"

김형연 법제처장 [연합뉴스 제공]
김형연 법제처장 [연합뉴스 제공]

좌파성향 법원 내 사조직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의 초고속 승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28일 법제처장에 임명된 김형연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53)이 주인공이다. 그는 인천지법 부장판사로 근무하다가 현 정권 출범 직후 사표를 낸지 이틀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됐다.

그로부터 2년 뒤 정부 내 법률해석을 총괄하는 법제처 수장(차관급)이 된 것이다. 현재 법무부 차관에 그보다 사법연수원 아홉 기수 선배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빛의 속도로 승진을 한 것이다.

김 법제처장은 인권법연구회에서 간사를 지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이 연구회 출신들이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사법부 요직을 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선 또 ‘코드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 법제처장은 판사 시절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정권의 ‘코드인사’로 주목받으며 사법부 독립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의 주창자가 하루 아침에 '코드인사의 상징'이 된 것이다. 사법부 독립 주장은 말만 다른   '나를 발탁해 달라'는 광고였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의 빈 자리는 앞서 지난 17일 같은 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김영식 전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맡게 됐다.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법관 출신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행정부 수장은 대통령이지만 대통령도 특정 정당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민주주의는 3권분리의 원칙 아래 행정부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중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을 보좌하는 법무비서관이 사법부에 몸 담았던 사람이라면 사법부 내부 정보들을 행정부에 전달하고 행정부의 의중을 사법부에 반영토록 할 가능성도 있다.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 [연합뉴스 제공]
김영식 청와대 법무비서관 [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인권법 출신들의 인사들을 두고 현직 판사 중 한 사람은 “분위기를 쇄신한다는 취지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코드인사들끼리 돌려가면서 자리 바꿔서 기분전환하는 정도의 의미 밖에 더 있겠나”라며 “법제처라는 곳이 모든 법률제정에 관여하고 필요하면 유권해석까지 하는 곳이라 여기에 코드인사를 꽂아 두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법의 제정 과정에서 코드에 맞는 용어를 선정하고 코드에 맞게 유권해석을 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방부장급을 차관급으로 쉽게 올려 앞으로 많은 법관들이 정규적인 루트 없이 정권과 코드를 맞추어 고속 승진을 노릴 공산도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의 채명성 변호사는 “이번 인사 역시 전형적인 ‘우리편 챙기기’”라며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을 법무비서관에 이어 법제처장에 임명하고 후임 법무비서관 역시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 출신이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채 변호사는 “한자리 받으려면 우리편이 돼야 한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고 법관들을 줄세우기 하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사법부의 독립은 딴 나라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법제처장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이번 인사를 두고 한 마디를 했다.

그는 2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법제처의 모습을 보면 참 씁쓸하다”라며 “법제처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법령에 유권해석을 내리는 가장 중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이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전 법제처장은 “대통령과 같은 로펌에 있었던 변호사(김외숙 전 법제처장)나 직전 청와대 비서관(김형연 현 법제처장)이 수장을 맡을 기관은 아니지 않나”라며 “대통령이 법제처장을 자신의 참모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권은 김외숙 전 법제처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로펌(법무법인 부산) 출신이라 청와대의 눈치를 본다고 비판해온 바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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