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정철 밀담 뒤늦게 합류한 MBC 김현경 기자 "총선얘기 없었다"…'그러면 북풍 논의했나?'
서훈·양정철 밀담 뒤늦게 합류한 MBC 김현경 기자 "총선얘기 없었다"…'그러면 북풍 논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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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 시기에 정보책임자, 여당 선거전략책임자와 3시간 반 이상 얘기하고 기사도 안써...15만원 밥값도 현금으로 내
북한전문기자이면서 통일방송추진단장 맡아...MBC 북한 관련 협력사업에 영향력 행사할 수 있는 간부
"내가 남북관계나 정치이슈에 대해 불편한 쓴소리했다"...취재가 아니고 훈수하는 게 MBC 북한전문기자 역할?
사진 왼쪽부터 서훈 국정원장,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연합뉴스 제공)

국가정보원 수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전문가 사이에 이뤄진 은밀한 만남에 대해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서훈 국정원장과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강남 최고급 한정식 식사 현장에 함께 한 MBC 북한전문기자 김현경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총선 관련 이야기는 없었다'며 민주당 입장을 대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양 원장도 총선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8일 저녁 늦은 시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며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민감한 이야기가 오갈 자리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민감한 정치적 이야기는 없었고 남북관계나 정치이슈에 대해 오히려 제가 두 사람에게 불편한 쓴소리를 많이 했다"며 "그날 만남이 엉뚱한 의혹과 추측을 낳고 있어 참석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매우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30분 늦게 도착한 김 씨가 4시간 가량 진행된 밀담 전체 내용을 다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총선 이야기는 없었다'는 식으로 확정적 표현을 쓰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서원장이나 양원장도 정치 얘기, 총선 얘기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식사 후 김 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향했고 서 원장과 양 원장은 길에서  둘만의 대화를 했다.  두 사람이 따로 보낸 시간을 감안하면 김 씨가 알 수 없는 둘 만의 대화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현경 씨가 단순한 기자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현경 기자는 북한 전문기자이면서 통일방송추진 단장이라는 보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북한 관련 협력사업에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북한과의 교류에 관한 '쓴소리'는 없었는지도 해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양 원장은 29일 자신과 서 원장의 비공개 면담을 둘러싼 야당의 지속적 의혹 제기에 "상식적으로 판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권에서 나오는 '총선기획설' 등 주장과 관련해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무슨 총선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겠느냐"며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동석한 언론인이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면 기사를 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양 원장은 그러나 김 씨가 오기 전에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MBC 북한전문기자 김현경 씨.(연합뉴스 제공)

기자 신분으로 국정원장과 민주당 씽크탱크(think tank) 책임자를 만난 김 씨는 단 한 줄의 기사도 쓰지 않았다. 국가정보, 북한정보의 최고 책임자인 서 원장과 차기 총선의 병참역할을 하겠다고 자청한 양 원장이 현직 기자와 3시간 이상 저녁을 먹으면서 나눈 대화가 일상적인 '잡담'만 있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비논리적, 비상식적, 비합리적이다. 작은 단서에도 기사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전문기자의 역할이다. 국정원장과 민주당 씽크탱크 책임자와 만나 15만원짜리 한정식을 하면서 몇시간 동안 잡담을 할 수 있는 기자는 한국에 거의 없다고 해야할 것이다.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매우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 이례적인 만남에 대해 민주당과 김 씨는 '사적인 모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국정원과 집권여당, 그리고 이 정부에 가장 친화적인 공영언론사인 MBC의 만남이 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1인당 15만 원에 달하는 식대를 현금으로 계산했다는 김 씨의 설명도 설명도 석연치않다. 다른 사람이 냈다면 김영란법 위반이다. 개인적인 취향일 수는 있으나 카드 사용이 압도적 대세인데다 카카오 페이 등 다양한 비현금 결제수단이 존재하는데도 굳이 15만원이나 되는 큰 돈의 밥값을 현금으로 결제한 이유도 김 씨가 설명해야할 대목일 수 있다. 현금으로 계산함으로써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언론계 일각에서는 김 씨가 기자가 아니라 대변인처럼 행동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밀담에 대해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의당도 서 원장과 양 원장의 은밀한 만남에 대해 '촛불을 흔드는 것'이라고 비판 성명을 냈다.

한국당은 29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246호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밀담에 대한 대책을 추가로 논의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당은 이날 공개발언을 통해 서 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국정원에 대해서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 정권에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했다며 국정원장과 직원들을 한꺼번에 적폐로 규정해 감옥에 보냈다"고 말했다.

또 황 대표는 "서 원장은 이미 국정원장 자격을 잃었고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파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양 원장은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인물인데 이번 만남이 과연 혼자서 한 것이겠는가"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른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정말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을 문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물었다.

나 원내대표는 "총선을 기획하는 책임자와 정보수장이 만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있을 수 있다"며 "총선을 1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두 사람의 만남만으로도 상당한 우려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나 원내대표는 "국정원장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기는커녕 한국당 의원들이 방문하자 도망갔다"며 "동석했던 기자를 통해서 해명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기자를 통해 해명을 들어야하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서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최교일 법률지원단장은 "서 원장이 양 원장과 비공개 만찬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국정원의 정치관여 행위를 금지한 국정원법 제9조를 위반한 의혹이 있다"며 "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한국당 명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국정원법 제9조는 원장·차장과 그 밖의 직원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관련 대책회의에 관여하는 행위'와 같은 정치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원내부대표단과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이은재·김도읍 의원은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을 항의차 방문했다.

서 원장이 외부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워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은재 의원은 "서 원장과 통화를 했고 국정원을 방문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외부 회의가 있다는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만남이 대중들에게 알려지자 즉시 논평을 냈다. 당시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양 원장이 '문재인의 남자'로까지 불리는 대통령의 최측근이고 서 원장은 19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바 있는 현재 정보기관의 최고 수장"이라며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두 사람이 밀회를 가졌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이날 공식 논평을 통해 “사실이라면 매우 부적절한 만남이자, 촛불의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 원장과 양 원장의 독대 의혹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중립을 망각한 과거 국정원의 그늘이 촛불의 시작이었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결백함을)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경 씨 페이스북 글 전문.(김현경 씨 페이스북 캡처)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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