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만남이 성과없이 끝난 이유가 조금씩 공개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북한에게 수소폭탄 제조시설 폐쇄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중앙일보는 28일 미국이 북한에 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트리튬(tritium) 시설의 폐쇄를 요구했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영변 핵시설은 전부 폐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트리튬 시설도 포함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내놓지 못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당신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요지의 말로 대화를 끝냈다.

최 부상이 트리튬 시설 폐쇄 여부에 대해 답변하지 하지 못한 것이 트리튬에 대한 정보가 북한 최고 지도층과 일부 과학자들만 알고 있는 기밀이어서 최 부상이 하노이 당시에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일부 외교 소식통의 분석도 있었다.

하지만 최 부상이 몰랐더라도 김정은이나 다른 지도층에서 트리튬에 대해 몰랐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과의 대화가 결렬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최 부상이 답변을 하지 못하면 다른 담당자라도 답변을 했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북한이 미국에 감추려 했던 트리튬 제조시설 정보를 미국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당황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트리튬은 삼중수소를 뜻하며, 수소폭탄 제조의 주요 원료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자탄이 터질 때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는데 그때 트리튬을 만나면 엄청난 핵융합이 발생하면서 수소폭탄이 된다"며 "트리튬은 핵융합의 원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렸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만남이 결렬된 이유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에는 5개의 핵시설이 있다"며 "김정은은 그중 1~2개만 없애길 원하길래 내가 '다른 3개'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다른 3개'에 트리튬 시설이 포함되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 내에선 이미 북핵 위협 중 하나가 트리튬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게이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담당 조정관은 하노이 만남이 결렬된 후 '38노스'에 <영변의 폐쇄는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고 "트리튬은 우라늄·플루토늄과 함께 북한 핵의 불확실성을 구성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영변의 핵물질 생산시설을 폐쇄한다고 해도 트리튬 시설이 존재할 경우 미국이 느낄 위협은 동일할 것"이라며 "북한의 다른 비공개 핵물질 생산시설에서 우라늄·플루토늄을 생산한 트리튬 시설에서 수소탄을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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