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법원, '호혜원칙' 따라 우리나라 판결 첫 승인...사법협력 통해 고립 피하나?
중국법원, '호혜원칙' 따라 우리나라 판결 첫 승인...사법협력 통해 고립 피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채명성 "자국이기주의와 과도한 패권주의 탈피하려는 노력 일환으로 보여"
한-중 법무부, 사법 협력 양해각서 체결, 지난 23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정부과천청사에서 펑리쥔 중국 사법부 고급 고문과 양국 간 사법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한-중 법무부, 사법 협력 양해각서 체결, 지난 23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오른쪽)이 정부과천청사에서 펑리쥔 중국 사법부 고급 고문과 양국 간 사법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중국 법원이 우리나라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첫 판결을 내린 것을 법률신문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같은 날 우리나라 법무부는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중국사법부와 형사사법공조 및 수형자 이송 등 양국간의 형사사법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업무협정(MOU)을 체결했다. 

이 판결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민사판결을 상호 승인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내용의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호주의(호혜원칙)에 의해 나왔다는 점에서 양국 법률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일각에선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진행 중인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을 병행하며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국제사법협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외국계 기업들의 비위를 맞추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3월 25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한국인 A씨가 중국내 거주하는 한국인 B씨를 상대로 낸 채무변제청구소송에 관한 수원지방법원 판결을 승인하고 집행력을 부여하는 판결을 내렸다.

A씨는 B씨가 빌린 돈 8000만원을 갚지 않자 수원지법에 소송을 내 승소했다. 판결 확정 이후 집행에 나섰으나 B씨는 한국에 없었고 재산도 대부분 중국에 있어 A씨는 B씨가 거주하는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에 수원지법 판결의 승인과 집행력 부여를 청구했다.

중국 법원은 A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수원지법 확정 판결을 근거로 B씨 재산에 강제집행할 것을 허가했다.

중국 민사소송법 제282조에 따르면, 중국법원은 외국법원이 내린 확정 판결·결정의 효력과 집행에 대한 신청이나 청구를 받았을 때 중국이 체결했거나 가입한 국제조약 또는 호혜원칙에 따라 심사를 거친다.

그런 이후에 중국 법률의 기본원칙 또는 국가주권·안전·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으면 그 판결문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고, 집행이 필요한 경우 집행영장을 발부해 민사소송법 관련 규정에 따라 집행이 가능하다.

중국 법원은 “중국 민사소송법 제281조의 규정에 따라 외국법원의 확정 판결·결정에 대해 중국 법원의 승인과 집행이 필요할 경우 당사자는 직접 중국내 관할권이 있는 중급인민법원에 효력의 인정과 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며 “B씨는 10년 전 중국으로 와서 칭다오시에 상주하고 있으므로 칭다오시 중급인민법원에 관할권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외국법원의 판결을 승인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중국은 2016년 12월 9일 싱가포르 판결에 대해, 2017년 6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판결에 대해 승인 및 집행을 허가한 사례가 있다.

이러한 관행을 깨고 중국 법원이 우리 판결을 승인한 이유는 20년 전 우리 법원이 중국 법원의 판결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던 것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문에 따르면 과거 서울지법은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 중급인민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중국공상은행을 상대로 낸 신용장 대금 청구소송(99 가합 26523)에서 중국 법원 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하고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중국 법원도 “과거 한국 법원이 산둥성 웨이팡시 중국인민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문의 효력을 인정했다”며 “호혜원칙에 따라 한국 법원이 내린 민사판결도 효력에 대한 인정과 집행의 조건에 부합되고, 한국 법원이 이 사건의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국가주권·안전·사회공공이익을 위반하지 않기에 판결 효력 인정은 물론 이를 근거로 한 집행도 가능하다”라고 판시했다.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의 채명성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중국이 과거 자국이기주의와 과도한 패권주의에서 탈피하고자 노력의 일환으로 본다"며 "‘일대일로’ 개방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고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압박의 결과로 볼 수도 있지만 향후 중국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태도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국 기관이 체결한 형사사법 협력관계 강화 MOU에 따르면 앞으로 ▲국제형사사법공조, 국제수형자 이송 협의를 위한 실무회의를 원칙적으로 연 1회 정기 개최 ▲양국간 공동의 이해가 있는 법률 사안에 관한 데이터와 정보, 양국의 법률 제·개정 관련 정보 교환 ▲한국 법무부 국제형사과와 중국 사법부 국제합작국을 중심으로 합동 교류 실무 전문가단을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