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일본 등 美 동맹국들, 화웨이 장비 이미 차단...기업까지 확산 조짐 보이며 美 손들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노선 정해야" 지적 커짐에도 文정부는 별도 입장 안 내

베이징의 화웨이 로고. (사진 = 연합뉴스)
베이징의 화웨이 로고. (사진 = 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커지면서 전세계가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기로에 선 가운데, 우리 정부가 별다른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는 자세를 취하는 데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외교부는 23일 “미국 측에서 5G장비 보안 확보의 중요성을 (우리 측에) 강조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화웨이 상속녀인 멍완저우 체포 이후 동맹국들에 화웨이산(産)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해온 데 이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에 들어서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제재 폭을 넓히고 있다. 이에 앞서는 미국 구글이 먼저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는 지난해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을 차단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소프트뱅크와 파나소닉 등 굵직한 기업들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호주도 지난해 8월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제품 청산을 선언했다. 유럽 내 기업들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세계 1위의 반도체 설계 업체인 영국 ARM은 23일(현지시간)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ARM의 거래 중단은 화웨이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스마트폰 개발에 치명타가 된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데 대한 논란도 커진다. 그동안 한국은 안보와 경제 문제를 두고 미국과 중국 사이 노선에서 줄을 타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노선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본다.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실패와, 미국과 중국 간 이권 충돌로 이제는 확고한 노선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24일 칼럼에서 “(최근 상황은) 문재인 정권의 기회주의적 친중 친북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라며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고 국제적 미아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손을 확실하게 들지 않는 경우 문재인 정부 이후 균열이 간 한미동맹에 치명타를 입어, 안보뿐 아니라 경제 제재도 동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날 조선일보도 사설을 내놓고 “미·중이 노골적인 패권 경쟁에 들어간 이상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함께’라는 식의 전략은 통할 수 없게 되고 있다”며 “미국은 경제적 이익의 문제가 아니라 ‘안보 위협’을 이유로 화웨이를 제재했다. 한국이 화웨이의 출구 역할을 하게 되면 미국은 한국이 미국 안보와 국가 전략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기게 된다”고 했다. 신문은 한국의 높은 대중 수출 비중을 거론하며, 한국이 중국의 보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미국 측 입장을 전달하면서도 “한미 양국은 이 이슈에 대해 지속 협의해 오고 있지만 구체적인 협의 내용을 밝힐 수 없는 점은 양해바란다”는 말만 남긴 바 있다. 정 대표도 이 점을 지적하며 “문 정권으로서는 정권의 명운을 건 딜레마에 봉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런 판에 청와대는 외교관들의 입만 틀어막으면 된다며 전화를 압수하는 등의 호들갑을 떨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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