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과 갈등 중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문제와 관련해 최근 우리 정부에 “중국이 부당하게 영유권을 주장하며 항행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미국측의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다고 조선일보가 24일 보도했다.

미국이 ‘반(反) 화웨이 캠페인’에 이어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문제에서도 우리 정부의 동참과 지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복수의 한미 정부 소식통은 이날 “미 국무부가 최근 외교부에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에 관한 입장과 최근 미측 대응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의 지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90%에 해당하는 ‘남해 9단선’을 그어 안쪽은 모두 자국의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카보러 암초 일대를 비롯한 주요 인공섬에 군사시설 등을 구축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주변국들과 분쟁을 빚고 있다. 지난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함 등을 남중국해 주요 해역에 항해시키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이달 들어 두 차례(6, 20일)나 작전을 실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0일에도 미 해군 7함대의 주력 구축함인 프레블함은 남중국해 핵심 수역인 스카보러 암초 12해리 안쪽을 항해했다. 미 7함대 측은 이날 작전의 목적이 “과도한 영유권 주장에 도전하고 수로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밝혔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왔다. ‘남중국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최근 미국이 재차 확실한 지지를 촉구함에 따라 양국 사이에서 입장이 난처해졌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오는 5월 31일~6월 2일 한·미·중·일·러·아세안 국방장관 등이 참석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아시아·태평양 전략’과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에 한국이 미국의 편에 서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중국의) 위압적인 시도에 심각한 우려와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같은 회의에서 한국에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MD 참여, 한미일 군사 동맹 불가) 입장’의 재확인을 요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은 6월말 추진했던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협의를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 달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한국이 전략적 행보를 보여주지 못하면 이 회의를 계기로 한·미·중·일·러 정상 외교전에서 한국이 소외될 조짐이 보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2015년 우리 정부는 남중국해 관련 미중 갈등에서 미국 편에 선 전력이 있다.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은 그해 11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서 “남중국해에서 항행,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한국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조선일보에 “원유 수송량의 95%, 수출입 물동량의 40%를 남중국해에 의존하는 우리로선 항행의 자유에 관한 한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는 게 국익에 맞는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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