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재임 시절 韓美 FTA 체결 등 '국익' 위한 실용적 모습도...반면 文대통령은 '진영 논리'에 매몰
文정권 대표 경제정책 '소주성'이 철저히 실패한 것으로 결론났지만...文대통령, 철회할 생각 없어 보여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1대1 영수회담 제안도 끝까지 거부하는 등 '불통 대통령'의 면모
정규재 대표 "文 지력으로는...이해관계 복잡다단한 대한민국 통치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

故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故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거행됐다.

이날 추도식엔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정당 대표,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민주평화당 유성엽·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지난 18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악수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논란'을 일으켰던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참석해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보였다. 황교안 대표는 불참했지만, 한국당은 조경태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추도식에 참석시켜 예를 표했다.

정부 측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정영애·윤태영·천호선·전해철 이사 등 노무현재단 임원과 참여정부 인사,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 등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모친상,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재판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추도식은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의 사회로 국민의례, 유족 인사말과 추모 영상 상영,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문희상 국회의장 추도사, 가수 정태춘 씨 추모공연, 이낙연 국무총리 추도사, 정영애 노무현재단 이사 인사말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추도사를 통해 "오늘 저는 한국 인권에 대한 그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한에까지 전달되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주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민주주의 확산과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저희는 물론 의견차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차이점은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차이는 아니었다"며 "저희 둘은 동맹을 공고히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한국은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해주신 중요한 동맹국이었다"며 "미국은 이라크의 자유수호 전쟁에서 한국이 기여한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중한 마을에서 수천명의 시민이 모여 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며 "이 엄숙한 10주기에 노 전 대통령을 기리는 이 자리에 함께 해 영광"이라고 전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읊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국민은 봉하마을을 사랑했지만 '이야 기분 좋다'고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다"며 "이별은 너무도 비통했고 마음 둘 곳 없어 황망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은 국민을 사랑했고 당신의 정치는 국민통합에서 시작됐다"며 "주변의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동서통합을 위해 다시 부산으로 향한 그 발걸음은 지역주의의 벽을 넘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결단이었다"고 했다.

문 의장은 마지막으로 "60대 시절 대통령님과 함께 했던 저 문희상이 일흔 중반의 노구가 됐다. 보고 싶다. 존경했다"고 울먹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추도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변함 없는 정치적 레토릭인 '촛불'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님은 저희에게 희망과 고통, 소중한 각성을 남기셨다"며 "사람들의 각성은 '촛불혁명'의 동력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한 "대통령님의 생애는 도전으로 점철됐지만 기성질서는 대통령의 도전을, 대통령님 자체를 수용하지 않으려 했다"며 "그들은 대통령님을 모멸하고 조롱했으며, 빛나는 업적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는 "사회는 다양성을 더 포용하게 됐고, 약자와 소수자를 보는 시선도 조금씩 관대해졌다"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님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권양숙 여사 등 참석 내빈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국화꽃을 들고 너럭바위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양숙 여사 등 참석 내빈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국화꽃을 들고 너럭바위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 총리의 자화자찬과 달리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의 '진영 논리'에만 매몰돼 반대 세력을 전혀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생전 항상 '동서통합'을 강조했다.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노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인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재임 시절 탄핵 위기까지 몰리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크 파병 등 여당 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던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며 실용적인 모습도 보였다. 스스로 해당 정책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을지라도 '국익'을 위해서 비판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린 것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단 한 번도 자신의 '실정(失政)'을 인정하지 않고, 제1야당 대표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불통 대통령'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문 정권 대표 경제정책인 소위 '소득주도성장'이 철저히 실패해 최근 -0.3%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가 파탄 직전인데도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1대1 영수회담 제안에도 끝까지 5당 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회담을 고집하고 있다. 야당 대표와 단둘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마저 거부하는 문 대통령에게 '국익'을 위한 '실용 정치'를 바라는 건 '사치'라는 일각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 겸 주필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故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소회를 밝히며 "문재인에게 절대 정치하지 말라고 한 노무현의 당부가 단지 더러운 정치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라는 뜻이 아니란 것을 문재인만 모르는데. 오히려 '네 머리와 실력으로는 안된다. 절대 나서지 말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것이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정규재 대표는 "문재인의 지력으로는 5천만 인구가, 전세계와 거래하고, 대형 산업국가이며, 국민 대부분이 대졸자이며, 첨예한 이념적 대립이 존재하고, 후진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팔자를 고친 나라이며, 6.25전쟁을 거쳐 중국·소련과 붙어 승리한 나라이며, 국민들의 마음이 죽 끓듯하고, 이해관계가 복잡 다단한 이런 나라를 통치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던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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