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젊은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 원리와 ‘이기는 법’ 가르칠 것”
“국제적 보수 네트워크 통해 스마트하고 인텔리전트한 버전으로 싸워야”

이정훈 KCC 초대 회장(울산대 법학과 교수)
이정훈 KCC 초대 회장(울산대 법학과 교수)

이정훈 엘정책연구원장(울산대 법학과 교수)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연합 단체 ACU(American Conservative Union: 미 보수연합)를 모범으로 삼는 KCC(Korean Conservative Coalition)의 초대 대표를 맡았다. ACU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보수주의 연합 단체로 미 정치계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올해 ACU가 개최한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회에서 장장 2시간 동안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이 대표는 22일 펜앤드마이크(PenN)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승리하는 보수’를 모토로, 도덕적 보수주의로 무장한 젊은 보수 리더들을 양성하고 미국, 일본 등의 보수 세력과도 연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1950년대 미국에서도 ‘보수’라는 말을 쓰면 왕따를 당하는 등 지금 우리나라와 상황과 비슷했다”며 “그런데 러셀 커크, 베리 골드워터 같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보수주의를 체계화시키고, ACU 등을 통해 뛰어난 보수 정치인, 시민운동가, 저널리스트 등을 길러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국의 보수가 망한 이유는 ACU와 같은 단체도 없고 젊은 인재들을 길러내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며 오는 10월이나 내년 3월 ACU와 CPAC 코리아를 한국에서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KCC(Korean Conservative Coalition)’는 어떤 단체인가?

“KCC는 미국 ACU(American Conservative Union: 미 보수연합)를 모범으로 삼아 이른바 ‘신(新) 보수운동’을 추진한다. ‘승리하는 보수’를 모토로 젊은 보수 리더들을 양성하고 미국, 일본 등의 보수 세력과도 연대할 계획이다.ㅂ

 

-ACU(American Conservative Union)란 어떤 단체인가? ACU와 ‘파트너 관계’라는 것은 정확히 무슨 뜻인가?

“ACU는 1964년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보수주의 연합 단체다. 정치계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에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교육이다. LI(Leadership Institute: 리더십 양성기관)를 통해 20대 젊은 보수 리더들을 양성한다.

ACU가 파트너십을 표현하는 방식은 CPAC을 함께 개최하는 것이다. CPAC(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은 학문적인 컨퍼런스가 아니라 행동을 위한 실제적인 컨퍼런스다. 25세 이하 젊은 보수들이 많이 참가한다. 굉장히 파워풀하다. 이것이 미국의 보수를 살리고 지탱하는 힘이다. 올해 CPAC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참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시간 동안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한국의 보수단체들이 스스로 ACU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단체를 구성한 뒤 CPAC 개최를 제안하고, ACU의 이사회가 이를 승인하면 파트너십이 결정된다. ACU 사무총장과 나는 오는 10월이나 내년 3월에 CPAC 코리아를 한국에서 개최를 할 생각이다.”

 

-LI는 주로 어떤 내용을 교육하는가?

“실질적인 테크닉 위주로 ‘이기는 법(how to win)’을 가르친다. 대중과 소통하는 법, 펀드를 모으는 법,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법, 선거 전략을 짜는 법 등에 대한 장단기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미국의 뛰어난 정치인, 시민운동가, 저널리스트 등이 LI를 통해 양성된다.

그런데 한국의 문제는 자유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과 원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테크닉을 배울 수준이 아니다. 법치주의, 헌정 민주주의 등 기초개념부터 가르쳐야 하는 척박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은 건국된 지 70년이 넘었는데 ACU같은 제대로 된 보수단체 하나 없고 CPAC같은 것을 개최한 적도 없다. 한국의 보수가 망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CC는 어떻게 설립됐나?

“결성준비는 이전부터 있었다. NI(New Institute) 대표 앤드류 박사가 ACU 사무총장 댄 슈나이더와 소통을 하면서 한국에도 ACU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활동하는 보수단체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KCC가 설립됐다. KCC가 한국의 기존 보수세력을 규합하는 단체인 줄 아는 분들이 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KCC는 도덕적 보수주의로 무장한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 제가 강조하는 것은 도덕적 보수주의, 그 정신은 기독교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전 세계 ACU 파트너십은 몇 개나 있나?

"일본, 호주, 대만에 있다. 대만은 아직 미약하다. 강력한 곳은 일본과 호주다. 역시 자유민주주의 전통이 있는 곳에서 강력한 보수 연합 단체들이 탄생한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4번째다."

 

-‘보수주의’의 정확한 뜻은 무엇인가? 일각에선 ‘보수’라는 말 대신에 ‘자유 우파’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도 1950년대에는 ‘보수’라는 말을 쓰면 왕따를 당했다. 지금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하다. 그런데 러셀 커크, 베리 골드워터 같은 사람이 등장하면서 보수주의를 제대로 체계화시켰다.

특히 러셀 커크가 쓴 ‘보수의 정신(Conservative Mind)’이라는 책은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접목시켰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내가 이야기하는 보수주의는 러셀 커크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다.

그 책에는 몇 가지 보수주의 원칙들이 나오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보수주의가 기독교 신앙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독립선언서는 ‘피조물로서 인간의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창조주로부터 창조된 창조물인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노력한다고 완벽해질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인간은 겸손한 자세로 자연법(natural law)을 존중하고 창조주와 창조질서에 대한 경외감을 가져야 한다.

보수주의자가 시장의 원리를 중시하는 이유는 인간이 계획을 가지고 함부로 시장에 개입하면 오히려 시장을 망치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경제체제가 공산주의보다 우월한 이유는 인간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우더라도 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메커니즘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주의는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한다. 보수주의자는 이러한 겸손한 자세를 바탕으로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고 시장의 질서를 존중한다.

KCC의 제1 목표는 미국과 같은 ‘도덕적 보수(moral conservative)’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좌파를 타도한 뒤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답이 없다. 이에 대해 우리는 ‘도덕적 보수주의’라는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좌파는 최저임금의 인상을 주장하면서 도덕적 근거를 제시한다. ‘인간의 최소 생활 유지를 위해 회사는 이정도의 급여는 주는 것이 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보수 우파는 ‘돈이 없다. 회사가 어렵다’고 대답한다. 도덕적 주장에 실제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보수적인 것이 아니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당신이 회사에 기여하는 것에 비례해서, 회사가 성장하는 것에 비례해서 임금을 받는 것이 정의(定義)’라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좌파에게) 지는 것이다.

 

-한국에는 자신이 ‘보수 우파’라고 주장하면서 낙태, 동성애 등도 개인의 자유이므로 허용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보수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주의자(libertarian)다. 미국의 보수는 기독교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댄 슈나이더도 기독교인이다. 고든창도 기독교인이다. ACU의 핵심 멤버, 이사회 구성원들은 거의 대부분 기독교인이다.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Conservative Mind)’는 기독교 가치에서 나온 것이다. 보수주의가 지키는 생명, 자유, 인권과 같은 가치들도 기독교에서 나왔다. 사실 인권은 종교개혁의 산물이다. 보수주의와 기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다. ACU는 낙태 반대와 같은 분명한 색깔과 가치를 지향한다. 그런데 보수가 왜 좌파에게 지는가? 커뮤니케이션을 못 하고 펀드 레이징을 못 하기 때문이다. 조직구성을 못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의 보수는 강력해질 것이다. 우리는 많은 위대한 리더들을 배출할 것이다.”

 

-한국 보수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새물결이 뒤덮지 않을까. 새로운 마인드를 지닌 새로운 보수가 탄생할 것이다. 한국은 국제관계로 국내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나라다. 이승만 박사가 탁월했던 이유는 국제외교로 국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승만 박사는 당시의 세계질서를 읽고 한미동맹을 만들었다.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을 중국의 팽창에 대항할 새로운 국제 질서로 구축했다. 미국의 ‘인도 태평양 질서’의 핵심 국가는 일본이다. 그런데 한국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읽지 못하고 반일 감정을 조장한다.

 

-KCC가 형성되면 미국 공화당, 미국 대통령까지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인가?

“그렇다. ACU가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를 공유하기 때문에 우리의 활동과 생각이 미국쪽에 전달될 수 있다.”

 

-문재인 좌파 정부를 견제하기가 훨씬 쉬워지는가?

“그렇다. 그리고 워싱턴이나 미국의 주류 리더들은 한국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 정당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선진국에선 민간 지식인들이 네트워크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 아스팔트에 나가 집회를 하는 것만으로는 국제적 네트워크를 맺을 수 없다. 우리는 매우 스마트하고 인텔리전트한 버전으로 싸워야 한다.”

 

-원로들의 인정과 협력을 어떻게 얻어낼 것인가?

원로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한국 보수들이 모여서 사진 찍고 그 뒤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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