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체르노빌 사태 될 뻔 했다"는 시민단체의 시각에 동조(同調)?
환경단체 "한빛 1호기는 물론 3, 4호기도 속히 폐쇄하라" 압박
원자력 전문가, "당국의 기강해이와 무능한 감독기구 문제이지 탈핵, 탈원전으로 호도할 일 아냐"

출처: JTBC 캡처

지난 21일 손석희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에서는 지난 10일 전남 영광에 위치한 한빛 1호기 원전 제어봉 조절 문제가 한국판 체르노빌(Chernobyl, 1986년 4월 26일에 일어난 원전 폭발 참사)이 될 뻔 했다는 환경단체의 극단적 구호를 뉴스 제목으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JTBC는 방송 중에 체르노빌 폭발 사고 현장 영상을 약 10초 가까이 내보냈다.  

같은 날,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사장과 한수원 측이 체르노빌 비유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며 화제를 모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의하면 한수원은 한빛 1호기 재가동 승인에 따라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원자로 내부의 제어봉으로 출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원자로 가동은 여러 개의 제어봉을 같은 높이가 되도록 들어올리고 내리며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제어봉 테스트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은 출력을 높이기 시작한 지 6시간이 지난 오전 9시 30분부터 높이가 서로 맞아야 하는 제어봉 간 편차로 인해 발생한 출력 조절 문제였다. 원자로의 열 출력이 제한치인 5%를 초과할 경우 한수원은 규정에 따라 원전 가동을 즉시 멈추어야 한다. 그런데 원안위와 한수원은 이상이 발생한 지 1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2분에야 가동을 정지시켰다. 특히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조절했다는 원안위의 발표는 환경운동연합, 녹색당 등 각종 환경단체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탈핵, 탈원전 단체들은 사건을 일으킨 한빛 1호기는 물론 한빛 3, 4호기까지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환경단체와 일부 언론들이 이번 문제를 체르노빌에 비유하며 탈핵,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처사다.

익명을 요구한 원전 안전 관리 분야의 전문가는 본지와의 대화에서 "한빛 1호기 문제는 원안위의 무능으로 발생한 것이며, 2012년 고리 원전 1호기의 전원 상실 문제의 재판(再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한수원이 무면허자에게 제어봉을 조작시킨 일이나, 정부가 무능력자에게 원안위를 맡긴 것 모두 심각한 위험신호”라며 당국의 기강해이와 원전에 대한 현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꼬집었다.

한국의 원전 설계 기술과 시공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의 원전 운용 과정에서 조작 미숙과 제어봉 등의 부품 고장 문제가 반복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재발을 막기 위한 당국의 철저한 대처를 촉구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문제를 두고 체르노빌보다 훨씬 나은 기술로 안전하게 보강 및 운영되어 오고 있는 한국 원전을 끔찍한 체르노빌 폭발 사고에 빗대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나 탈핵, 탈원전을 통해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선전선동임을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JTBC를 위시한 일부 좌파 언론들이 이번 사건을 다루며 체르노빌 폭발 사고를 연상하도록 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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