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물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보는 무역흑자를 줄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는 미국 정보통신(IT) 기업들에게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HUAWEI)와의 거래를 끊도록 요구했다. 강력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길들이기 행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라는 광물로 위협구를 던졌다.

희토류는 화학 원소번호 57~71번에 속하는 15개 원소를 말한다. 이 원소들은 다른 금속보다 안정성과 열 전도율이 뛰어나고 전기·자성·발광 등의 특성을 갖춰 소량으로도 전자기기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용 영구자석과 배터리, 액정디스플레이(LCD) 형광체,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 렌즈, 태양전지, 반도체, 발광다이오드(LED) 등에 쓰인다. 

희토류는 생산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해 선진국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환경오염을 크게 염두하지 않는 중국이 글로벌 희토류 생산량의 90% 가까이를 책임진다. 중국 외에는 호주와 말레이시아 등에서 가공하고 있다.

지난 20일 시진핑 주석은 희토류 생산공장을 시찰했고 21일 중국 인민일보 산하 온라인매체 '협객도'는 시진핑 주석의 행보를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는 말로 요약해 보도했다. 이는 1992년 덩샤오핑이 희토류를 추어올리며 했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최근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게 '희토류를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을 삼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로 위력시위를 한 바 있다. 중국은 2010년 센카구 열도 영유권 대립 때 일본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 정부는 사태 초기에는 외교 라인을 동원해 항의했지만 중국의 대일(對日) 희토류 압박은 결국 중국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일본은 중국의 행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소했고, 희토류 수입처를 말레이시아 등으로 다변화했다. 또 정부와 기업들이 합심해 희토류 대체 기술도 개발했다.

미국 역시 호주로 희토류 수입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화학업체인 '블루라인'이 호주 최대의 희토류 생산업체인 '라이너스'와 손잡고 미국 텍사스에 희토류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 존재했던 희토류 생산공장이 지난 2015년 파산한 후 현재 미국 내 희토류 생산공장은 없다. 작년 기준으로 중국은 12만t의 희토류를 생산했고 미국은 자국에서 사용하는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블루라인은 미국 유일의 희토류 생산공장을 통해 미국과 전 세계에 안정적으로 희토류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루라인과 합작에 나선 라이너스는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희토류 생산규모가 가장 크다.

중국 언론과 미국 언론은 희토류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희토류 산업은 단기간에 일으킬 수 없다"며 "미국이 희토류 산업 체인을 건설하려면 15년을 걸릴 것"이라고 조롱하는 듯 보도하고 있고 미국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과 무역 전쟁에서 꺼내 든 희토류 카드는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은 중국 화웨이에 이어 드론업체 DJI에 대한 공격도 시작했다.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최근 미국 기업들에게 "권위주의적인 정권의 영향력 아래 있는 업체가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드론을 사용하면 사용자 개인이나 조직의 정보가 수집돼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발송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드론시장의 80% 점유율을 갖고 있는 중국의 DJI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DJI는 "우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 정부와 대형 기업들이 기술 보안을 독자적으로 검증했다"고 반박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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