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 성장률 전망치 내놓았던 OECD도 두달만에 0.2%p 내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위축되고 있어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KDI는 22일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고 이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였다. 작년 하반기에 전망했던 2.6%에서 0.2%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
김현옥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의 가장 큰 요인은 당시 예상한 것보다 대외경제 상황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낮아진 데 있다"면서 "우리 경제의 전반적 경기가 수출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KDI는 우리 경제가 투자 위축과 내수 증가세 둔화 등의 악재 속에 수출까지 감소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경기가 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반도체 경기 호황이 작년 이후 조정 국면에 진입해 올해 부진을 보이고 있다.
KDI는 수출이 금액 기준으로 올해 6.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하반기 4.6% 증가 전망에서 마이너스 전망으로 돌아선 것이다. 수출은 내년에도 2.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올해 582억 달러에서 내년에는 559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도 올해 4.8% 감소할 것으로 KDI는 전망했다. 작년 하반기 1.3% 증가할 것이라는 설비투자 전망치도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다. 건설투자 역시 올해 4.3%에 이어 내년에도 3.1%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KDI는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 하락과 교역조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실질구매력이 떨어져 올해 2.2%, 내년 2.4%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 물가는 올해 0.7%, 내년에는 1.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만에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OECD 외에도 주요 경제기관들이 일제히 우리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2.1%까지 하향했다. 무디스의 평가는 국내 외국인 투자자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21일 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OECD는 올해 한국이 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지난 3월 2.6%로 낮췄고 이번에 다시 2.4%로 내렸다. 두 달 만에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2.4% 성장률은 문재인 정부의 전망치(2.6~2.7%)는 물론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2.8~2.9%, 한국은행 추산)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OECD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유독 큰 폭으로 낮췄다. OECD는 올해 미국 경제는 당초 전망했던 2.6%보다 높은 2.8%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고 유로존 전망도 1%에서 1.2%로 상향 조정했다.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인 미국은 오랜 기간 저성장에 시달렸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시행된 강력한 기업 친화적 금융통화산업정책에 힘입어 성장률이 3%에 육박하는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성장이 가속화하면서 고용시장도 개선돼 미국은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보이고 있다.
OECD는 한국에 대해 "내수와 교역 부진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며 "해외 수요 감소에 직면한 일부 제조업 구조조정과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평가했다.
OECD는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확정적 재정정책,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구조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OECD는 "한국의 핵심 과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과거엔 낮은 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보완해왔으나 이제는 주 52시간제 도입과 생산기능인구 감소로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OECD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2.6%에서 2.5%로, LG경제연구원은 2.5%에서 2.3%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노무라증권은 2.4%에서 1.8%로 대폭 낮췄다. 지난 3월 전망치를 큰 폭으로 하향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1% 성장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희성 기자 uniflow84@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