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단 한 번도 北김정은 비판한 적 없는 文대통령...도대체 누굴 향해 '독재자 후예'라 칭했나
한국당-황 대표 향해 '독재자의 후예'라 칭한 게 아니라면...김정은에게 독재자라 한 것이냐는 일각의 지적
靑-민주당, '적반하장'식 반응...고민정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 일으키는 발언 난무해"
이재정 "아무도 한국당-황 대표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 한 적 없어...도둑이 제발 저린 격"

문재인 대통령(左),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左), 북한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사실상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독재자의 후예"라고 비판한 후 누가 진짜 독재자인가를 두고 여야(與野)의 공방이 치열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진짜 독재자인 북한 김정은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대변인을 하지 않는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한국당 몇몇 의원들의 5.18 관련 논란의 발언에 대해 황교안 대표가 제대로 징계하지 않고 5.18 기념식에 참석하면 안 된다는 좌파 세력의 일종의 '시비'에 문 대통령이 그대로 '동조'한 것이다. 사실 징계는 이미 이뤄진 상태다. 지난달 한국당 중앙윤리위원회는 해당 의원들에게 '경고',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린 바 있다.

광주에서 문 대통령에게는 '독재자의 후예'라는 모욕성 발언을 듣고, 영부인 김정숙 여사로부터는 의도성이 다분한 '악수 패싱'을 당한 황 대표는 21일 인천 중구 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에 헌화한 뒤 작심한 듯 "내가 왜 독재자의 후예인가. 제가 황당해서 말도 안 하는 것"이라며 "진짜 독재자의 후예에게는 말 하나 못하니까 (북한의) 대변인을 하지 않는가. 진짜 독재자는 김정은"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황 대표는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진짜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해 달라"고도 했다.

황 대표의 직격탄에 더불어민주당은 '발끈'했다. 민주당은 이날 이재정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아무도 한국당과 황 대표를 콕 집어 '독재자의 후예'라고 한 적이 없는데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 아니고서야 무엇이 그리 억울해 못 견디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또 "공당의 대표가 할 짓이냐"며 "최소한의 예의도, 기본적 역사인식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일말의 책임의식도 없는 발언"이라고 '짓'이라는 부적절한 표현까지 써가며 황 대표를 비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비판을 두고 진짜 도둑이 제발 저려야 할 사람은 북한 김정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당과 황 대표를 향해 '독재자의 후예'라 칭한 게 아니라면 '독재자'라는 비판을 들어야 사람은 김정은밖에 없는데, 그럼 문 대통령은 도대체 누굴 대상으로 '독재자의 후예'라 한 것이냐는 의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단 한 번도 김정은을 직접 겨냥해 비판한 적이 없다.

청와대 역시 '적반하장'식 반응을 보였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같은날 "연일 정치에 대한 혐오를 일으키는 발언, 국민을 편 가르는 발언이 난무한다"고 했다. 이에 야권 한 관계자는 "정치에 대한 혐오는 문 대통령이 일으키고 있다"며 "황당하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독재자의 후예' 타령은 문 대통령을 향하는 '독재자'라는 비난이 그만큼 뼈저리다는 자기 고백"이라며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민주주의 위기를 초래하는 독재의 길을 맹렬한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독재자의 후예라고 말해야 할 사람은 북한 김정은"이라며 "진짜 독재의 후예와 세계에서 가장 거리낌 없이 잘 지내는 대통령이 아니신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신가"라고 반문했다. 전 대변인은 아울러 "문 대통령께서 한국당에 대한 적개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독재의 후예 발언을 철회하길 촉구한다"며 "나아가 독재자의 후예라는 타이틀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북한의 한 사람에게 이름표를 제대로 붙여주시는 때를 간절히 기다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끊임없이 '남북 평화'를 강조하며 김정은에게 '헌신' 해왔지만 최근 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여있다.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향해 "오지랖 넓은 중재라"라고 비아냥댔고, 지난 4일과 9일에는 연달아 '미사일 도발'을 자행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발사체'라 부르는 등 아직도 김정은을 감싸는 데 급급하다. 21일 발생한 '해프닝'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군(軍) 주요 지휘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단도 미사일"이라고 표현했고, 청와대 대변인이 오찬이 끝난 후 "단거리 미사일을 (잘못) 말한 것"이라고 정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 중 '단도'가 문제였다. 얼핏 들으면 '탄도'로 들렸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4일 북한이 발사한 것은 '발사체'로, 9일 발사한 발사체는 '단거리 미사일'로 일단 규정하고 "분석 중"이라며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이 쏜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이라면 유엔 결의안 위반이다. 드디어 문 대통령이 북한의 미사일을 '탄도 미사일'로 규정하기로 결심했나 했지만, 역시 아니었다.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오찬간담회 후 대변인에게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뜻을 전했다"고 해명했다. 문 대통령은 고민정 대변인이 "탄도미사일이라고 말씀하신 게 맞나"라고 묻자 "단거리미사일"이라고 답했다는 전언이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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