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이름 부끄러운 한국의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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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7.12.25 13:23:15
  • 최종수정 2018.01.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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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NHK 방송은 지난해 9월 정례 국정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율과 각 정당 지지율 등을 조사한 내용이었다. 국정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57%였다. 반면 요즘 한국의 여론조사 응답률 5%대에 그치는 사례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일본은 100명에게 전화를 걸었다면 절반 이상이 응답한 조사 결과인 반면 한국은 5명에 불과한 결과가 여론조사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셈이다. 어느 쪽의 신뢰도가 높을지는 명약관화하다. 70% 안팎으로 나오는 여론조사의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얼마나 정확한 민심을 반영하고 있는지 회의하는 국민도 늘어나고 있다.

● ‘뚜껑 열어봐야 아는’ 선거 결과, 여론조사 뭐하러 하나

2016년 4월 총선은 대표적인 여론조사의 ‘헛발질’로 꼽힌다. 같은달 8일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은 국민의 36%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1%에 그쳤다.

리얼미터는 ‘4‧13 총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가 여당에 유리하다’는 요지의 여론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총선 여론조사 결과가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에 더 유리하는가의 질문에 ‘여당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51.8%로 절반이 넘었고 ‘야당에 유리하다’는 의견은 12.2%였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6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였다.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얻은 데 반해, 새누리당은 12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과 뿌리가 같은 국민의 당도 약진해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됐다.

2017년 5월 치러진 조기 대선 때도 여론조사는 실제 선거결과와 달랐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인 2016년 5월 3일,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지도 1위는 문재인 후보, 2위는 안철수 후보, 3위는 홍준표 후보였다. 대선이 치러지는 내내 문재인‧안철수 양자구도가 기정사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1위인 문재인 후보에 이어 홍준표 후보가 2위를 차지하며 안철수 후보를 앞질렀다. ‘투표함 뚜껑을 열어볼 때까지는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 응답률 5%의 여론조사, 대표성 결여 문제

전문가들은 절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해 10월부터 조사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의 평균 응답률은 약 5%에 그쳤다. 평균 46,583명 중 3,580명이 응답했다. 한국 갤럽의 평균 응답률도 평균 18% 정도였다.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은 “낮은 응답률을 전체적인 국민의 의견으로 보면 안된다”며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대해서는 “출범 1년도 안돼 국민들이 부정평가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여론조사상 높은 지지율이라 하더라도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찬반 조사도 마찬가지다. 리얼미터는 지난해 10월 ‘국민의 60.5%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찬성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응답률이 5.1%(9,769명 중 501명 응답)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응답률이 낮아지면 여론조사의 대표성이 결여될 뿐만 아니라 편향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특정 집단의 의견이 집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선거의 역사가 긴 선진국과 비교하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일본의 NHK,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주요 언론사가 발표하는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50%를 웃돈다. 미국도 여론조사의 공정성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미국 여론조사협회는 자율적으로 응답률이 30%를 넘지 않은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유도하고, 왜곡하고’…허술한 여론조사 문항 구성

여론조사 문항과 답변 구성도 허술하다. 질문과 응답 문항에 특정 대답을 유도하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식이다. 여론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되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찬반 여부를 조사한 리얼미터는 ‘현 정부는 국민의 안전 등을 고려해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짓지 않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을 질문에 포함했다. ‘탈원전 정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60.5%로 나왔지만 설문 문항 자체가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식으로 만들어져 신뢰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북 정책’에 대한 여론을 조사했던 한 여론조사 기관은 응답지를 매우 지지한다 어느정도 지지한다 별로 지지하지 않는다 보통이다 항목으로 구성하기도 했다. ‘지지’를 표시하는 응답엔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한 반면, ‘반대’에는 한 가지 선택지만 제시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렇게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꼼수’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의 결과는 기본적인 내용을 신뢰할 수 없을 정도로 응답률이 낮다”며 “ARS조사를 개선해 표본 대표성을 확보하여 낮은 응답률의 폐해를 개선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기웅 기자 skw424@pennmike.com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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