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 여성조직 '경찰젠더연구회', "비하적 댓글을 멈춰달라" 입장문 내...경찰 비판 여론 두고 '여경 비하'로 치부
'대림동 여경' 영상 등장한 경찰 2명은 경찰 비판 댓글 단 네티즌 고소하기도...구로경찰서는 사전 공문까지 보내
"경찰당국 고소 협박, 조직 이미지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국민이 직무유기한 경찰 고발해야하는 것 아닌가" 비판 커져

조선족에게 뺨을 맞는 남성 경찰관(좌)과 범인 검거 중 남성 시민에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 경찰관(우). (사진 = 유튜브에 게시된 '대림동 여경 사건' 원본 영상 중 캡처)
조선족에게 뺨을 맞는 남성 경찰관(좌)과 범인 검거 중 남성 시민에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 경찰관(우). (사진 = 유튜브에 게시된 '대림동 여경 사건' 원본 영상 중 캡처)

조선족에게 뺨을 맞은 뒤 제압하는 과정에서 일부 경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대림동 여경’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여성 경찰들이 ‘경찰 비판 여론 차단’과 고소전까지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조직 내 여성경찰 조직인 ‘경찰젠더연구회’는 21일 SNS를 통해 “(대림동 사건이) 여성 경찰에 대한 혐오의 확산으로 오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연구회는 이번 논란을 ‘대림동 주취자 공무집행방해 사건’이라 규정하며 “출동한 경찰관은 현장의 판단에 따라 최선을 다해 공무집행을 했다. 범죄는 진압됐다”고 했다. 이는 앞선 경찰 입장과 같은 내용이다. 연구회는 “비하적 댓글을 멈춰달라. 경찰은 시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지만, 시민으로부터 모욕을 받아도 무방한 존재는 아니고, 출동한 경찰관이 여성이라고 해 과도하게 비난받아야 할 이유 또한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는 구로경찰서 등을 통해 ‘대림동 여경’ 영상에 나온 A경위와 B경장(여성)은 지난 16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비판 댓글을 단 네티즌들을 고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B경장은 논란이 되는 여경으로, 이번주 말까지 휴가를 간 것으로 전해진 바 있다. 이에 앞서도, 구로경찰서는 지난 17일부터 사이트 관리자에게 비판성 댓글을 삭제하라는 공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문에는 “신상노출, 비방, 명예훼손 등 ‘여경 비하’ 게시글이 게재될 시 공식 고소까지 하겠다”는 내용까지 담겼었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는 경찰의 이같은 대응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대림동 여경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해당 경찰이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경찰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NS에 경찰 자격과 관련한 문제제기를 이어온 한 시민은 “경찰당국이 고소 협박을 시전했다. 조직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남자 시민 하나 빨리 튀어나와서 수갑 채우라고 호통 치는 여경에 쇼크먹은 국민들이 직무유기한 경찰조직을 대상으로 고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대림동 사건 관련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 (사진 = 국민일보 "‘대림동 여경’ 악성 댓글 네티즌 고소… 충격에 휴가도" 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대림동 사건 관련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 (사진 = 국민일보 "‘대림동 여경’ 악성 댓글 네티즌 고소… 충격에 휴가도" 네이버 기사 댓글 캡처)

인터넷상 댓글 역시 이 시민과 비슷한 반응이다. “경찰의 업무 처리가 부족하다 말하면 악성 댓글이 되고 고소를 당해야 하는건가?이게 상식에 맞는 일인가?” “도둑들었는데 여경오면 내가잡고 내가 수갑채워야 되는일이 없어야할텐데” “본인의 해야할일을 시민에게 미루는 것 자체가 잘못된일이고, 이에대해 욕을 먹을것을 본인이 감당해야 할 일 아닌가” 등, 여경 비판보다는 경찰 자격 자체를 문제삼는 식이다.

다만 경찰 내 일각에서는 ‘여경’에게로 지나치게 핀트가 맞춰진 점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에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공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인권경찰' 기조를 만든 문재인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전날 경찰 입장을 대변하며 여경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주요 언론들도 이날은 “성별 떠나 취약한 공권력이 근본 문제(동아일보)” “미국 경찰은 원칙적으로 피의자보다 한 단계 높은 물리력을 쓰는 것이 허용된다(조선일보)”는 등으로 ‘공권력 훼손’을 문제삼는 모습을 보였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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