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남 탓'..."국회 파행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시정연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아"
'자화자찬'도 빠지지 않아..."1월부터 4월까지, 지난해보다 내수-수출 모두 30%가량 늘어"
한국당, 文대통령 강력 비판..."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마이너스. 그 낯 두꺼움에 기막힐 지경"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보고에 대해 "우리나라만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진 데 이어, 20일엔 국회를 향해 조속한 추경안(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촉구했다.

지난달 1분기 성장률이 -0.3%로 발표되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악을 기록하는 등 각종 경제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전문가들은 '국가부채 위험성'을 경고하며 문 대통령이 소위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철회하고 재정 건전성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국가채무비율 40% 근거' '추경 촉구' 등의 발언을 보면 국민 세금을 투하해 일시적 경기 부양만을 노리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부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한 달이 다가오도록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국회 파행이 장기화되면서 정부의 시정연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했기 때문에 국회가 파행된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또 "IMF(국제통화기금)는 우리에게 재정 여력이 있음을 이유로 9조 원의 추경을 권고한 바 있지만, 정부의 추경안은 그보다 훨씬 적다"며 "국민들 사이에 경제에 대한 걱정이 많은 만큼 국회도 함께 걱정하는 마음으로 추경이 실기하지 않고 제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속한 추경안의 심의와 처리를 요청 드린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이후 문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추경안 처리를 촉구한 것은 벌써 여섯 번째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번 추경은 미세먼지, 강원도 산불, 포항 지진 등 재해 대책과 경기 대응 예산 등 두 가지인데, 어느 하나 시급하지 않은 게 없다"며 "재해 대책 예산의 시급성은 정치권 누구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달 친환경 차 내수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60%가량, 수출은 40%가량 늘었고, 1월부터 4월까지 전기간으로 보더라도 지난해보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30%가량 늘었다"며 "정부의 제정투자와 정책지원이 산업 초창기에 미래산업을 이끄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한편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청와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채무 비율 마지노선 40% 근거'를 따지며 재정 확대를 시사한 데 대한 질문이 나왔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40%가 넘었다고 비판했을 때와는 입장이 바뀐 것인가"라는 질문에 "(회의에서) 어떤 발언이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가지고 예전 (문 대통령) 발언과 함께 비교해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한국당은 같은 날 민경욱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추경안 처리 촉구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보(수석보좌관) 회의에서 6조 7000억원짜리 세금 청구서를 흔들며 국회를 압박했다. 미세먼지와 강원도 산불, 포항 지진 등 재해 대책 예산과 경기 대응 예산이라던 말도 되풀이했다"며 "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다 안다. 대통령이 흔드는 종이의 '재해 대책 예산'은 진짜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들을 위한 예산이 아니고, '미세먼지 대책 예산'은 진짜 미세먼지 해결 대책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미 언론에서 밝혀졌듯, 산불재난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한 예산 중 주민 인명 피해나 주거 시설 복구에 사용되는 비용은 전체의 12.5%뿐이다. 나머지 87.5%는 군사시설, 문화 관광 시설 등 정부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라며 "일 잘하는 정부로 눈 속임하기 위한 '쇼' 예산을 편성해 놓고, 산불 피해 이재민 운운하는 모습은 뻔뻔하다 못해 그 낯 두꺼움에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민 대변인은 마지막으로 "국민 세금은 절대로 허투루 쓰이면 안 된다. 세금은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적절하게, 가장 보수적으로 쓰여야 한다"며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대한민국 곳간을 거덜 내면 안 된다. 이미 대한민국은 모든 것이 마이너스다. 추경은 또 다시 '마통(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일이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를 못한다는데, 나라님께 구제는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팍팍한 경제로 괴로운 국민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지나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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