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시위대에 얻어맞으며 가까스로 5·18 기념식 행사장 진입
문재인 김정숙은 "문재인 사랑합니다" 구호 속 유유히 입장
시위대에 밀려 경찰 통제선 무너지고 종이컵, 신발에 의자까지 던져
黃 펜앤 통화에서 "행사장서 진정한 광주시민 폭력 행사 않는다는 말 들었다"고 밝혀
文, "화해-국민통합-상생"거론하면서도 黃이 겪은 폭력에 대해선 입장 안 내놓아
폭언과 폭력이 타당한가 묻는 질문에 광주시민 A씨 "그만큼 감정이 상했다는 것!"
자영업 종사자 B씨 "광주경제 어려운데 文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것 사람들이 몰라"
한국당 논평 "김진태-김순례-이종명 등 징계 절차 조속히 마무리 할 것"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18 행사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18 행사장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광주사태 39주년 기념행사가 18일 전라남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이하 민주묘지)’에서 열린 가운데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흥분한 시위대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렀다. 이날 현장에는 펜앤드마이크 생중계팀이 출동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민주묘지 입구에 도착하자 주변을 서성이던 일반 시민들이 갑자기 흥분한 시위대로 돌변해 황 대표가 탄 버스를 포위하고 “황교안은 물러가라” “황교안을 때려 죽여라” 등의 폭력적인 구호를 외쳤다.

한국당 관계자들이 우선 버스에서 내려 길을 트고 그 후에 황 대표가 등장했지만 몰려든 시위대로 인해 한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황 대표가 민주묘지의 정문인 ‘민주의문’까지 가는 동안 시위 군중이 지속적으로 몰려들어 경찰의 통제선도 무너졌다. 황 대표 주변 인물들은 민주의문을 통과한 이후 군중에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

펜앤드마이크 현장출동 생중계를 진행 중이던 김민찬 기자는 황 대표를 향해 신발로 추정되는 물체가 투척됐다며 현장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황 대표에게는 물과 종이컵과 같은 물체도 날아들었다. 황 대표를 향해 의자를 던진 사람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관계자들은 우산을 펴 막기도 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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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문' 앞에서 흥분한 시위대에 포위된 황교안 대표 방문단. [펜앤드마이크]
'민주의문' 처마 밑에서 흥분한 시위대에 포위된 황교안 대표 방문단. [펜앤드마이크]

 

통제불능의 현장 [펜앤드마이크]
통제불능의 현장 [펜앤드마이크]

 

바닥에 누워 황교안 대표의 진입을 막는 시위대 [펜앤드마이크]
바닥에 누워 황교안 대표의 진입을 막는 시위대 [펜앤드마이크]

황 대표가 버스에서 내려 100여미터 안팎의 행사장 천막까지 도달하는데 걸린 시간은 20분이다. 시위대는 황 대표가 가는 길목 마다 드러누워 진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비상통로를 통해 행사장에 들어갔다.  황교안 대표는 펜 앤드 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다친데는 없고 주변 사람이 넘어져도 자신은 넘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장 주변에 광주 사람들이 있었는데 자기들이 보니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진짜 광주 사람은 보이지 않더라'고 말하더라면서 진정한 광주 시민은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고 폭력보다는 평화와 대화를 선호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9시 50분께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유유히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문 대통령이 도착하자 진입로가 정돈됐고 흥분한 시위대가 다시 차분한 시민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이 걸어들어갈 때 "문재인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풍당당하게 입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펜앤드마이크]
위풍당당하게 입장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펜앤드마이크]

 

행사장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펜앤드마이크]
행사장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 [펜앤드마이크]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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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라며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월은 더는 분노와 슬픔의 오월이 아닌, 희망의 시작이자 통합의 바탕이 돼야 한다"며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며,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임을 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위 '광주형 일자리'를 언급하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가 이제 경제민주주의와 상생을 이끄는 도시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화해, 국민통합, 상생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자신의 도착에서 앞서 현장에 온 황 대표가 흥분한 시위대의 폭력적 언동에 곤욕을 치른 것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펜앤 현장 취재에서 인터뷰에 응한 광주 시민 A씨는 황 대표에게 신발 등이 날아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만큼 (광주 사람들이)감정이 상한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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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광주에서 자영업에 종사한다는 또 다른 시민 B씨는 "(광주사람들은) 정치나 경제에 큰 관심이 없고, 정확한 내용도 모르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게 많다"라며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만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고 한국당을 지지하면 사람 취급을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B씨는 "그래서 황교안 대표를 왜 미워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광주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이게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모른다. 유튜브 우파 매체를 보면서 균형을 갖춘 사람도 거의 없고 대부분 편향된 언론만 보면서 갇힌 사고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행사가 끝난 후 정문을 통하지 않고 다른 통로를 통해 자동차 편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당은 이날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 3명에 대한 징계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5·18 관련 징계 절차를 조속한 시일 내에 당내 의견을 수렴해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5·18 폄훼' 발언을 한 김진태 의원에겐 경징계, 김순례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 이종명 의원은 제명을 결정했다. 다만 이 의원 제명에 필요한 의원총회는 열리지 않았고, 김순례 의원의 최고위원직 유지 여부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민 대변인은 "우리를 향한 광주 시민들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잘 알고 있다"면서 한국당은 5.18정신을 부정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민 대변인은 "5.18특별법을 제정해 이 날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한 것은 한국당의 전신인 문민 정부가 한 일"이라며 "우리가 역사를 부정하고 5.18의 정신을 폄훼한다는 지적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행사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이러한 황교안 대표의 반응이 알려지자 자유 우파 시민들 사이에선 "호남 사람들의 정서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황 대표의 노력을 인정하자"는 목소리와 "민주화의 광주는 존중하고 존경해야 하지만 광주를 성역으로 만들어 비판적 접근을 봉쇄하는 것은 옳지 않은데 왜 옳은 말을 한 의원들을 징계하느냐"라는 비판적인 의견이 대립했다. 

유화적인 태도로 일관한 황 대표와 달리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독재자의 후예’ 운운하며 한국당과 광주를 편가르기 한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반쪽짜리 기념식”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 원내대표는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모두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다”면서도 “오늘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듯하여 씁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지연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며 “한국당의 전신이 바로 민주화 운동 특별법을 만들었고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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