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
"핵-화생방만 빼면 北겁낼 이유 없어...정량분석 치우치다 보니 北강한 것처럼 느껴져"
9.19 南北군사합의 관련해선..."대한민국 역사 바꿔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합의서로 평가받길"
여론 들끓어..."대한민국 전 국토를 무장해제시킬 생각인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안보 학술 세미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9 안보 학술 세미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에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불과 8개월 전까지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졌던 사람이었던 걸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송영무 전 장관은 1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국방연구원 '2019 안보학술세미나' 기조강연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송 전 장관은 "이제는 우리가 한국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며 "과거 북한은 구소련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지원받았지만 현재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찾아가 '전쟁할테니 지원해달라'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현재 북한의 핵과 화생방(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며 "(북한 군사력에 대한) 정량분석에 치우치다 보니 북한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 면이 있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은 그러면서 "미군 전력도 지상군과 공군 현역이 2만8500명 주둔하고 있고, 미 해병대는 동북아 해역서 대기하고 있다"며 "500여 명의 군사고문단만 존재했던 반세기 전과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와 관련해선 "(군사합의서) 정식명칭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로 판문점 선언을 위한 부속서였다"며 "당시 대통령 의도를 받들어 '일방적 양보는 없다', '꼭 상대적으로 하라', '한 번에 다 하지 말라', '과거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라'는 지침들을 제가 갖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남북이) 상호신뢰를 구축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 협력을 견인하려면 이 군사합의서는 꼭 이뤄져야 한다"며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합의서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은 명백히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후 '공포 정치'로 대변되는 '피의 숙청'을 자행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의 권력을 조금이라도 위협할 것 같으면 가족을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김정은은 지난 2013년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처형했고, 이복형 김정남도 독극물을 이용해 살해했다. 최근 연이은 '미사일 도발'로 그동안 취해왔던 '평화 제스처'가 모두 '쇼'였음이 확인되기도 했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기가 차고, 치가 떨린다. 이런 사람이 국방부 장관이었으니.."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예비군 교육에서 말하던 것과 완전 반대로 얘기한다. 대한민국 전 국토를 무장해제시킬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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