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정치경제 국정전반, '폭망' 수준 추락...文정권 사람들은 '남탓'하며 현실 도피
文대통령, '적폐시대'는 내가 마감하겠지만...'적폐수사'는 前정부에서 시작한 일이라는 '궤변'
'참사'로 불릴 정도로 실패한 '인사검증'에 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장관님들 잘하고 있지 않는가"
수치로 드러난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선..."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실도피
제1야당과의 '소통' 거부하는 '불통' 대통령 모습도...황교안 대표의 1대1 영수회담 제안 등 모두 거부
대통령 최측근 김수현 靑 정책실장은 정부의 失政 책임, 공무원에 전가
"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마치 4주년 같다"고 말하는 등 스스로 '레임덕' 자인하기도
공무원 사회는 '분노'..."문제 된 현안들, 다 靑과 與가 주도했는데 왜 그걸 공무원 책임으로 돌리나?"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소위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지 만 2년이 지났지만 국정 전반이 '폭망'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망가지고 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정권이 자초한  '총체적 난국'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 참모, 여당은 반성은커녕 모든 책임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떠넘기거나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자위'하며 현실을 도피하고 있다. 촛불 민심의 명령을 받은 혁명 정부여서 반대자들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언젠가는 모든 것이 좋아지고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이 올 것이기에 우리 잘못은 없다는 태도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와의 특집 대담에서 시종일관 '남 탓'과 '자기 합리화'로 일관해 방송을 지켜보던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적폐 시대'는 내가 마감하겠지만, '적폐 수사'는 전(前) 정부에서 시작한 일이라는 말을 했다. 수많은 적폐 수사가 문재인 정권의 지시로 시작된 엄연한 사실을 도외시한 전형적인 '책임 회피성' 발언이었다. 그는 2년 동안의 소회에 대해 "우리 국민들께서는 '촛불혁명'이라는 아주 성숙된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주셨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 위에 서 있다. '촛불민심'이 명하는 대로 국정농단, 그리고 반칙과 특권이라는 적폐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촛불혁명, 촛불정신, 촛불민심' 등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정서적, 감성적 단어를 전면에 내세워 강조하며 대한민국이 헌법에 기초한 자유민주주의국가라는 사실을 애써 무시하고 문재인 정부를 초헌법적 권한을 가진 혁명 정부로  묘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잠시 후 "적폐 수사나 재판은 우리 정부가 시작한 게 아니라 앞 정부에서 이미 시작했던 일"이라며 "우리는 기획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살아서 움직이는 수사를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매우 구체적으로 지시해 대대적인 수사로 확대된 사건들도 있는데 마치 관여하지도 기획하지도 않아 알지도 못한다는 태도를 취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 '불통' 대통령의 면모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2월 9일 JTBC '썰전'에 출연해 전원책 변호사의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참아야죠 뭐"라고 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범여권 4당의 제1야당 자유한국당 동의 없는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관련, 진행자의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가 주도해서 여당이 끌어가는 것으로 해서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계 '독재자'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독재자'라는 말을 듣자 다소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패스트트랙이란 성격이 말하자면, 다수 의석을 가진 측에서 독주하지 못하게 하면서 야당은 물리적인 저지를 하지 않기로 하고, 그 해법으로 패스트트랙이라는 해법을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그 해법을 선택한 것을 가지고 독재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형식적인 요건에 대해 언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 의회주의의 요체는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에 있다. 수적으로 적은 야당의 의견이라고 할 지라도 충분히 경청하고 토의함으로써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민주주의는 성립한다. 패스트 트랙이란 제도가 있지만, 그 제도를 가동하기 이전에 충분한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제도 도입의 취지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제도 도입의 취지는 무시하고 그 형식적 진행에만 무게를 둔 발언을 한 것이다.

또 "촛불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가, 지금 말하자면 독재, 그것도 그냥 독재라 하면 또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색깔론을 더해 '좌파독재'로 규정짓고 투쟁하는 것을 보면 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혁명'은 정상적인 시스템을 뛰어넘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의 총책임자가 말만 하면 '촛불혁명' 운운하며 상대 정당이나 반대자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이 '독재'라고 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 다수 정치학자들의 의견이다.

문 대통령은 '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히 실패한 '인사검증'에 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다. 현 정부 들어 장관급 고위 공직자 중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사례는 무려 15번에 달한다.

기자는 이와 관련, "지금까지 청와대의 인사검증, 인사와 검증 양쪽 다 만족스럽다고 보시나. 국민들은 낮은 점수를 주는 분야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사참사'라고 평하는 부분은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금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장관님들이 잘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도 해왔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혼자 잘한 것이 아니라 내각이 잘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명된 장관들이 의무를 제대로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사실패인데, 잘하고 있다면 인사실패일 수 없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문회 제도의 취지 역시 야당 또는 반대자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데 있다는 게 중론이다. 자기 맘에 드는 사람으로 내각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타인도 동의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내각을 꾸린다는 것이 청문회 제도의 근본 취지다. 이런 취지를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청문회 제도는 없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소위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로 발생한 '경제 폭망'에 대해서도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괴이한 주장으로 여론을 들끓게 했다. 관련 기사에는 1천527명의 네티즌이 '좋아요'를, 무려 2만 5639명의 네티즌이 '화나요'를 클릭했다. 정권에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최근 문 대통령 지지율 조사 결과가 48.6%라는 현실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가 2009년 이후 가장 낮고, 실업률은 2001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명백하게 수치로 드러나고 있는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 "통계와 현장의 온도 차가 물론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최초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중소기업 수출이 2년 연속 10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발언한 지 하루 만에 지난 4월 실업자가 124만 명을 돌파했다는 '우울한' 통계가 발표됐다. 이는 1999년 통계작성 후 사상 최대치다.

실업률과 청년실업률도 4월 기준, 통계 작성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취업자 증가폭은 17만 1000명에 그쳤다. 제조업의 취업자 감소 추세는 13개월째 이어졌고,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3~40대 취업자 감소 추세도 계속됐다. 지난달 25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3%를 기록했다는 한국은행의 발표에 이어 또 한 번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문 대통령은 제1야당 대표와의 '소통'도 거부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1 대 1' 영수회담을 요청했고, 나경원 원내대표가 '여야정상설국정협의체' 가동을 5당이 아닌 교섭단체로 이뤄진 '3당 협의체'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은 5당 대표 회동과 5당 여야정상설국정협의체를 고집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제1야당을 완전히 무시한 채 국정을 이끌어나가기로 작정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표는 "1 대 1 영수회담이 아니면 대화는 어렵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장외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左),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左),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 최측근이자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을 안 듣는다"며 청와대의 '실정(失政)'의 책임을 애꿎은 공무원들에게 전가했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인영 원내대표를 찾았다. 두 사람은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이 원내대표는 마이크가 켜진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김 정책실장과 "정부 관료가 말을 덜 듣는 것, 이런 건 제가 다 (이야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정책실장은 동의하는 듯한 뉘앙스로 "그건 해주셔야 한다. 진짜 저도 (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고 했다. 집권 3년 차에 '레임덕'이 시작됐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특히 국토교통부 사례를 언급하며 "단적으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그 한 달 없는 사이에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정책실장 역시 "지금 버스 (파업)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고 말하며 현재 버스 파업 찬반 투표 사태를 국토부 공무원들 탓으로 돌렸다. 이 원내대표는 한술 더 떠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두 사람의 경솔한 언행을 지적하긴커녕 오히려 "전 정부하고 새로운 정부하고 정책이라든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관료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감쌌다.

지난 1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주요 부처 공무원들은 김 정책실장과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소득주도성장, 탈(脫) 원전, 4강(强) 외교 실패, 버스 사태 등 문제가 된 현안들은 다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했는데 왜 그걸 공무원 책임으로 돌리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졸지에 '이상한 짓을 많이 한' 공무원들이 된 국토교통부 간부들은 버스 사태에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는 지적에 "지금 버스 사태는 청와대와 여당이 대통령 공약이란 이유로 주 52시간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버스업계 특례 조항까지 없앤 것이 원인"이라며 "정책 실패의 책임을 왜 관료들에게만 돌리느냐"고 반문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 또한 "통상도, 탈원전도 모두 어렵지만 우리가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 없다"며 "관료들만 싸잡아 비판하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의 정책 수장 입에서 집권 4년차 같다는 탄식이 흘러나올 정도이니 이는 임기가 3년이나 남은 문재인 정권이 벌써부터 레임덕에 빠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자신들이 내세운 정책 실패를 공무원들한테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공무원을 부하 직원처럼 여기는 발언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개탄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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