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패트리어트, 사스 방어체계로 40~50km고도 미사일 방어 불가”
“450~500kg 핵탄두 탑재하면 약 280km 비행 가능”
韓국방부, ‘탄도미사일’ 호명 주저...“
김연철 “인도주의와 정치 분리해야”

북한이 지난 10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이 지난 10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이 지난 10일 두 번째 미사일 시험을 강행했다. 첫 번째 미사일 시험 발사 후 불과 5일만이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일과 10일 발사한 미사일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하면서 이 미사일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며, 핵탄두 탑재도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사실상 대한민국은 북한의 핵 인질이 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안보 위기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인도적 대북 식량지원의 필요성만 강조하고 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미국의 대북 제재를 압박하고 한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와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반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한 이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내부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치적 목적 외에도 북한의 최근 미사일 시험은 한국과 미국에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북한은 한국 및 미국과 전쟁 발발을 염두에 두고 전쟁 초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단거리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한 ‘정치적 쇼’가 아니라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고 ‘결정적 한방’을 날릴 수 있는 미사일을 북한이 실제로 개발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최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들은 크기가 소형이어서 은폐와 엄폐가 손쉽고, 조종이 간단하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한국군과 주한미군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8노스 화면 캡처
38노스 화면 캡처

 

지난 8일 38노스는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가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비슷한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며 ,한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뚫고 전략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38노스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새로운 미사일은 외형상 러시아의 이스칸데르(9M723, SS-26)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보이는데, 450~500kg의 탄두를 탑재할 경우 약 280km을 비행할 수 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에는 여러 가지 버전이 있는데 그 중 이스칸데르-E는 수출용이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와 탑재 중량이 미사일 기술 통제 체제(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의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수출이 허용됐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수평 궤도를 비행한다. 고도는 50km를 초과하지 않는다. 50km 이하의 고도에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꼬리 부분의 4개의 작은 날개를 사용해 비행한다. 즉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발사 단계 후와 전 탄도에 걸쳐 비행 궤도를 수정할 수 있다. 특히 GPS와 글로나스(GLONASS, 러시아의 범지구 위성항법시스템)와 같은 위성위치추적기 장착으로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탄도를 수정할 수 있으며, 목표 지점으로부터 20~50m 이내에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핵탄두 장착 시 독립적으로 목표를 파괴하는 군사용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비행 중 조정 가능성과 향상된 정확성은 탄도미사일 방어를 어렵게 만든다. 가속 후 단계에서 경로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예상 요격 지점을 계산하기도 훨씬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방어가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 능력의 틈새를 파고든 무기로 요주의 대상이 되고 있다.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약 40km 고도에서 발사체를 격추한다. 50km 이상의 고도에서는 사드(THADD)나 이지스 미사일 방어체계가 사용된다. 40~50km고도에 사이에 10km 공백이 생기는데,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이 지점을 휘젓고 날아다닐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때문에 한미 연합전력이 보유하고 있는 현재의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지난 4일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차륜형(바퀴형) 이동형 수직 발사대(TEL)에서 발사됐지만 지난 10일에는 궤도형 발사대가 사용됐다. 차륜형은 기동력이 있어 어느 지역이든 빠른 전개가 가능하다. 궤도형은 험준한 지형에 잠복해 있다가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몬트레이 국제대학원 산하 비확산센터에서 발간하는 잡지 ‘비확산 연구(The Nonproliferation Review)’의 조슈아 폴락 편집장은 10일 로이터통신에 “궤도형 발사대의 사용은 북한이 더 많은 미사일과 발사 장치를 사용할 계획임을 암시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고체 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미사일이 훨씬 더 쉽게 움직이고 빨리 발사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은 발사 전에 액체 연료를 주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위성 시스템에 탐지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고체연료 미사일은 미리 연료를 주입해 놓고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쏠 수 있어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방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국방부는 지난 1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1분 전에 이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핵탄두 장착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이번에 북한이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탄두 장착 크기가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96cm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3월 북한이 공개한 KN-08 지대지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핵탄두 모형이 60cm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 충분히 장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480kg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전술 핵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이 쏜 미사일을 ‘탄도 미사일’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는 4일 “북한이 원산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단거리 발사체 수발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9일에는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각 1발씩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13일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들이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요격이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여전히 “이번에 발사된 발사체의 탄종, 재원, 비행특성 등에 대해서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욱이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방한 중인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을 접견하고 대북식량지원을 논의했다. 김 장관은 이날 “인도주의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는 WFP 기본입장에 공감한다”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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