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대구 한국당 집회서 '문빠' '달창' 써...집회 끝나고 3시간40분 뒤 "유래 모르고 특정 단어 썼다" 사과
집회 당시 발언, KBS 대담 송현정 기자 공격하는 친문 네티즌들 겨냥한 것
자유우파 시민들 "물지도 못할 거면 애초에 짖지를 말아야지" "맞는 말 하고 또 뭔 사과냐" 비판
나경원 몸조심 행보, 보좌진 소신 부재 탓 때문 지적도 나와

11일 대구 달서구 자유한국당 장외집회에서 연설하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사진 = 연합뉴스)
11일 대구 달서구 자유한국당 장외집회에서 연설하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사진 =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대구 한국당 장외집회에서 ‘문빠’ ‘달창’ 등 용어를 사용한 데 4시간여 만에 사과했다. 제1야당 원내대표로서 ‘맞는 말’을 했음에도 발언 직후 사과를 한 데 대해, 우파 진영에서 ‘맞는 말 해놓고 사과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11일 대구 달서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가 끝난 뒤 3시간40분가량 뒤인 오후 8시 40분경 기자들에게 문자로 사과문을 보냈다. 집회에서 그가 “(대담을 진행한)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 들에게 공격당하는 거 아시죠? 대통령한테 독재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지도 못합니까?”라고 발언한 데 대한 것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사과문에서 “문 대통령의 극단적 지지자를 지칭하는 과정에서 그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의 집회 당시 발언은,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년을 맞이해 기자회견 대신 진행한 KBS와의 대담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 대담에 나선 송현정 KBS 기자는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에 ‘독재’와 관련한 질문을 하고, 문 대통령이 답변하는 중 찡그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친문(親文) 성향 네티즌들에 거센 비판을 받았다. 송 기자가 이조시대 왕을 숭상하듯 대통령에 저자세를 보였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친문 네티즌들을 두고 말한 단어 중 ‘문빠’ 라는 말은 문재인+빠순이 의 합성어다. ‘빠순이’라는 단어는 1990년대 전후로 국내에 처음 아이돌 그룹 등이 등장하면서 나온 말로, 아이돌 그룹 멤버의 언행 등을 무차별적으로 추종하거나 찬양하는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합성어인 ‘문빠’는 문 대통령을 무차별적으로 찬양, 숭배하려는 사람들을 꼬집는 말인 셈이다. ‘달창’이라는 말은 ‘달빛창녀단’을 줄인 말로, 문 대통령의 성인 문(Moon)을 ‘달’로 여기며 자신들을 ‘달빛기사단’이라 지칭해왔던 친문 네티즌들의 행동을 ‘창녀’라 비판하며 나온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사과를 비판하는 페이스북 시민들. 

자유우파 시민들은 나 원내대표의 사과가 불필요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한다. 나 원내대표가 사과했다는 소식을 다룬 한 페이스북 포스팅에는 “자한당 강령 하나 추천드린다. ‘일단 말을 했으면 누가 기분나빠 한다는 이유만으로 사과를 하지 말고, 사과를 할거면 애초에 그냥 닥치고 있자’. 필요하면 직접 제작해 당사로 보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사과가 ‘불필요한 사과’였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 포스팅의 댓글로도 “물지도 못할 거면 애초에 짖지를 말아야지, 모양새 빠지게 이게 뭐냐” “사과할 말은 아예 하지 말던가. 이미 했으니 뻔뻔하게 밀고나갔어야 했다” “맞는 말 하고 또 뭔 사과냐. 사과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나보다” “문재인이 사과하는 것 봤느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시민들은 나 원내대표 보좌진의 나약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당 내부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투쟁을 싫어하고 좌파의 공격이 있으면 피하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수 가치를 세우기보다는 중도 표심을 잡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일부 보좌진이 나 원내대표의 소신 발언에 조금이라도 비판 여론이 나오면 “사과해야 한다“는 조언을 한다는 것이다. 

한편 나 원내대표의 사과 직후, 최근 부친 독립유공자 서훈과 목포 땅 개발 전 사전매입 등 각종 직권남용 의혹을 받고 있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글을 남기기도 했다. 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두 글에서 “(문빠, 달창 등 용어를) 모르고 쓴 게 더 한심한 일인 걸 아직도 모르시네. 제1야당 원내대표라는 분이 이걸 핑계라고 댑니까”라며 “요즘 내뱉는 말들도 의미도 모른 채 마구 떠드는 거였군요? 인내하면서 오늘같은 헛발질을 모아가고 있습니다. 세상 만만치 않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썼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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