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든’ 미사일 쏠 수 있어...패트리엇, 사드, L-SAM 등으로 요격 어려워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공개한 훈련 모습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북한이 지난 9일 김정은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공개한 훈련 모습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3일과 9일 발사한 발사체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판단하면서 한국 대부분을 사정권으로 한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11일 보도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500km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면서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VOA에 “북한의 이번 발사는 명백히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한미 연합군의 공격에 대한 ‘방어적 보복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제주도를 제외한 남한의 대부분 지역이 사정권 안에 든다는 지적이었다.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와 캠프 험프리뿐 아니라 수도권의 인구 밀집 지역도 타격 대상에 들어간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한미군 특별작전사령부 대령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동일한 성능을 보유했다는 가정 아래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경우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핵탄두 장착 가능성도 제기됐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이번에 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탄두 장착 크기가 이스칸데르와 유사한 96cm 지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3월 북한이 공개한 KN-08 지대지 대륙간 탄도미사일의 핵탄두 모형의 지름이 60cm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번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도 충분히 장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탄두 중량이 480kg으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전술 핵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발사준비 시간이 짧고 이동형 차량으로 어디에서든지 쏠 수 있는데다가 비행 궤도 수정까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요격이 어렵다는 점도 큰 특징으로 꼽았다.

루이스 소장은 지난주 북한이 쏜 미사일이 이스칸데르와 외형상 유사했다면 이번 미사일은 성능상 유사점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특히 50km 낮은 고도로 400km를 날았다면 지난 주 발사에서 볼 수 없었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탄도 궤적을 날아간 것이 아니라 ‘비행’과 ‘조종’을 통해 좌우 이동이 가능하다는 정황을 보여줬다는 설명이었다. 루이스 소장은 미사일이 발사된 후 조종 국면에 들어서면 발사 지점을 파악하거나 어디로 향하는지 추적이 어려운 만큼 미사일 방어 역량의 운용도 제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이처럼 탄도미사일임에도 궤도가 특이하고 하강 시 방향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패트리엇과 사드 체제로는 요격이 사실상 어렵다. 북핵 미사일 선제 타격 작전인 ‘킬체인(전략 표적 타격)’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기존 우리 군의 핵-WMD 대응 체계의 허점을 파고드는 새로운 무기 체계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정점 고도가 50km 안팎으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보다 낮다. 스커드 등 기존 탄도미사일은 270km를 날아갈 경우 정점 고도가 80~90km 수준이어서 요격미사일로 대응할 시간이 어느 정도 확보되지만 이스칸데르는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대폭 줄어든다.

또한 최저 요격 고도가 40km인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로도 요격이 어렵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복잡한 궤적은 요격을 어렵게 한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정점 고도에서 내려오면서 급속 하강, 수평 비행, 하강 시 좌우 회피 등 복잡한 패턴으로 목표물에 접근한다. 한미 양국의 패트리엇 PAC-2, 3 미사일(요격 고도 15~20km)은 물론 우리가 자체 개발한 천공(철매2) 개량형(요격 고도 20km)으로 요격이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개발 중인 L-SAM(최대 요격 고도 40~60km)도 회피 기동을 하는 이스칸데르 요격은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고체 연료의 양만 조절하면 280~500km로 사거리 조절이 가능해 타격 목표 판단이 어렵다. 또한 고체 연료 미사일의 특징상 발사 준비 시간이 5~10분에 불과하다. 실제로 우리 군은 지난 9일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 징후를 ‘1분 전’에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 4일에는 차륜형(바퀴형) 이동식 발사대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9일에는 궤도형 발사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차륜형은 기동력이 있어 빠른 전개가 가능하다. 궤도형은 험준한 지형에 잠복해 있다가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미사일을 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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