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개 유엔 회원국, 北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 지적
美, 정치범수용소 해체 촉구
北 “유엔 제재가 인권 개선 가로막아...정치범수용소 없다” 주장
韓日, 北인권상황에 별다른 비판을 않고 발언 수위 낮춰

한대성(왼쪽에서 네번째)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국가별정례인권검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한대성(왼쪽에서 네번째) 주제네바 북한 대표부 대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지난 9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국가별정례인권검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유엔 인권이사회(UNHCR)는 9일(현지시간) 북한에 관한 세 번째 보편적 정례검토(UPR) 심사를 개최하고 북한에 정치범수용소와 강제노동 폐지, 고문과 여성 폭력 문제를 해결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북한정권은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하며 오히려 유엔의 대북제재 때문에 인권 개선이 어렵다고 강변했다.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 193개 유엔 회원국 중 발언권을 행사한 94개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내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들을 지적하며 개선안을 제시했다.

특히 미국은 이날 “8만~12만 명에 이르는 정치범들이 수용소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 중에는 순전히 종교 문서를 보유하거나 교회 신도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사람들이 수천 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에 모든 정치범수용소를 즉각 폐지하고 모든 정치범을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은 북한에 초법적인 사형을 없애고 유엔특별보고관이 북한의 모든 구금시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 활동을 하는 관계자들이 제한 없이 독립적으로 이동하며 모든 취약 인구에 직접 접근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은 북한주민들이 자유롭게 독립적인 언론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북한주민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감시와 검열, 수감자와 어린이들을 동원한 강제 노역 문제를 지적하며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침해에 깊이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는 사형제도의 집행 중단과 여성에 대한 폭력 처벌 중단을 권고했다. 독일은 유엔 특별보조관의 방북 허용을 강조했다.

호주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초법적 감금·고문과 차별 폐지, 남녀 평등 보장과 여성에 대한 폭력 처벌 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는 성분에 의한 차별 폐지와 정치범수용소와 강제 노동의 폐지를 촉구했다.

우루과이, 아이슬란드는 1969년 KAL기 납치사건을 거론하며 피랍자 송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한대성 제네바 주재 북한 대사를 단장으로 하는 북한 대표단은 많은 나라가 지적한 인권 문제들을 부인하며 이 같은 지적이 ‘적대주의와 정치적 모략, 이중 잣대의 산물’이라는 과거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한 대사는 “유엔의 대북제재가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북한의 모든 노력을 방해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주민들이 인권을 향유하는데 심각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엔 제재가 경제발전을 위한 정상적 무역을 막아 민생을 힘들게 하고 취약 계층을 위한 약품과 의료품의 반입을 어렵게 해 유엔기구들의 인도적 활동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북한 대표단은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거듭 부인했다.

박광호 북한 중앙재판소 참사는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이른바 정치범이라거나 정치범수용소란 표현 자체도 없으며, 있다면 반국가 범죄자와 형법 집행을 위한 교화소만이 있을 뿐”이라며 “적대세력이 북한에 보내는 소수의 간첩과 테러분자들이 있지만 이들은 일반 교화소에 수감돼 있으며 다른 범죄자와 분리해 교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와 수십 명에 달하는 북한 관리소 출신 탈북민들, 국제인권단체들은 위성사진과 증언을 통해 적어도 4개의 정치범수용소가 북한에 존재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리경훈 북한 최고인민회의 법제부장은 북한의 모든 공민이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의 자유, 신앙의 자유를 철저히 보장받고 있으며 성분 차별도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과 대화와 접촉을 강화하는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인권상황에 별다른 비판을 하지 않으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백지아 제네바 주재 한국대표부 대사는 북한이 이번 UPR에 국가 보고서를 제출하고 장애인권리협약(CRPD) 비준, 유엔아동권리협약(CRC) 등에 협력한 것에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의 실질적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삼간 채 남북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납북자, 국군포로 사안을 제기하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보편적 정례검토 UPR은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5년 주기로 심사를 받는 제도다. 북한은 2009년, 2014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심의를 받았다. 유엔 인권이사회 UPR 실무그룹은 북한정권에 제시할 다른 회원국들의 권고를 오는 14일에 채택할 예정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5년 2차 UPR에서 나온 268개 권고안 가운데 83개를 거부하고 113개만 수용했다. 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이 수용하겠다고 한 권고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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