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民心이 명하는 대로...적폐 시대 마감하고, 공정-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길 향해 걸어가고 있어"
"적폐 수사나 재판은 우리 정부가 시작한 게 아니라...앞 정부에서 이미 시작됐던 일"
한국당의 '독재자' 비판 두고..."독재라 하는 것은 맞지 않아...뭐라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인사 참사' 지적엔 '변명'으로 일관..."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장관님들이 잘하고 있지 않나?"
이명박-박근혜 前대통령 사면에 대해선..."전임자 분들이라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 커"
'경제 파탄' 질문엔..."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
청년 실업률 관련해서는..."고용상황 아주 좋아졌다" 거짓말, 현실은 2013년 이래 '최악'
논란성 경제정책 책임-대기업 압박 등 즉답 회피..."대통령이 가이드라인 제시하기 어렵다고 생각"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KBS와의 특집 대담에서 정치·경제·사회·안보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에서 자신이 지난 2년간 저질러온 '실정(失政)'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더해 한 문장을 말하는 짧은 시간 동안조차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 '무논리성'으로 앞에 앉아 있는 기자의 표정을 연신 찌푸리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정부 출범 2주년 소회를 비롯 각 분야별 입장을 밝혔다.

文대통령, 연신 앞뒤 맞지 않는 발언...적폐 시대는 내가 마감. 적폐 수사는 前 정부에서 시작?  

문 대통령은 먼저 2년 동안의 소회에 대해 "우리 국민들께서는 촛불혁명이라는 아주 성숙된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하고, 저를 대통령으로 선택해 주셨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 위에 서 있다. 촛불민심이 명하는 대로 국정농단, 그리고 반칙과 특권이라는 적폐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잠시 후 '적폐 수사'는 전(前) 정부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책임을 돌리는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적폐 수사나 재판은 우리 정부가 시작한 게 아니라 앞 정부에서 이미 시작했던 일"이라며 "우리는 기획하거나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살아서 움직이는 수사를 통제할 수도 없고 통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적폐 시대'는 자신이 마감하지만, 적폐 시대를 마감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적폐 수사에 대한 부담은 지기 싫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비판 수용하지 않는 모습...대통령 당선 前 '납득할 수 없는 비판도 참을 수 있다'는 다짐은 어디로?

문 대통령은 최근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4당이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동의 없이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해 여야(與野) 대치 국면이 경색된 상황에 대해선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답답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며 "이런 국면에서 필요한 것이 지난번에 합의했던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를 가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자가 최근 문 대통령이 사회 원로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눈 것을 언급하며 "원로들도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풀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자신만큼 야당 대표, 원내대표들과 많이 만난 대통령이 없다는 사실상 '거짓말'에 가까운 주장을 펼쳤다. 이어 야당 탓을 하며 "여야정 상설국정협의체를 분기에 한 번씩 상황에 상관없이 하기로 합의했는데, 그것이 지난 3월이었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라며 "지금이라도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자고 말하는 것이다. 어쨌든 노력을 하더라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저의 제안에 대해 야당 측에서 좀 성의있는.."이라고 말을 흐렸다.

기자는 문 대통령의 답변이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재차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보면 청와대가 주도해서 여당이 끌어가는 것으로 해서 야당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국을 끌어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 '독재자'라고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독재자'라는 말을 듣자 다소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패스트트랙이란 성격이 말하자면, 다수 의석을 가진 측에서 독주하지 못하게 하면서 야당은 물리적인 저지를 하지 않기로 하고, 그 해법으로 패스트트랙이라는 해법을 마련한 것이다. 그래서 그 해법을 선택한 것을 가지고 독재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촛불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부가, 지금 말하자면 독재, 그것도 그냥 독재라 하면 또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색깔론을 더해 '좌파독재'로 규정짓고 투쟁하는 것을 보면 참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2월 9일 JTBC '썰전'에 출연해 전원책 변호사의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판, 비난도 참을 수 있나"라는 질문에 "참아야죠 뭐"라고 답했었다.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두고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 본인이 지난 2016년 민주당 대표 시절 선거법에 대해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이다. 일방의 밀어붙이기나 직권 상정으로 의결된 전례가 단 한차례도 없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3년여 전 자신의 말은 쏙 빼놓고 이제 와서 '촛불민심'과 '해법'이라는 일종의 핑계로 야당의 정치적 수사를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뭉개는 것은 대통령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사 참사'도 '변명'으로 일관..."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장관님들이 잘하고 있지 않는가?"

문 대통령은 '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철저히 실패한 '인사검증'에 대해서도 '변명'으로 일관했다. 현 정부 들어 장관급 고위 공직자 중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한 사례는 무려 15번에 달한다.

기자는 이와 관련, "지금까지 청와대의 인사검증, 인사와 검증 양쪽 다 만족스럽다고 보시나. 국민들은 낮은 점수를 주는 분야다"라고 질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인사참사'라고 평하는 부분은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지금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장관님들이 잘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가 어느 정도 해왔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혼자 잘한 것이 아니라 내각이 잘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명된 장관들이 의무를 제대로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인사실패인데, 잘하고 있다면 인사실패일 수 없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에 대해서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피력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을 흠결만 가지고 정쟁을 벌이는 것으로 폄하하다가도 기자가 청와대 검증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자 "청와대 검증부터 청문회까지 전체가 하나의 검증 과정인 것이다. 청와대 검증이 완결적일 수는 없다"고 했다. 앞에 말한 것처럼 인사청문회가 흠결만 가지고 정쟁을 벌이는 과정이라면 애초에 '무의미'하다는 전제를 깐 것인데, 청와대 검증을 언급하자 갑자기 '하나의 검증 과정'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文대통령,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 두고..."저의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 아프고 부담도 커"

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두고도 '제3자 화법'으로 논점을 흐렸다. 그는 "일단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두 전임 대통령께서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이, 한 분은 지금 보석 상태이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아직 한 분은 수감 중이시다"라며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정말 가슴이 아프다. 아마 누구보다도 저의 전임자분들이기 때문에 제가 가장 가슴이 아프고 부담도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답변은 아까 말씀하신 대로 아직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 속에서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가슴이 아프다'며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유체이탈 화법을 쓴 것이다.

자유 우파 진영은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을 엄혹한 교도소로 보낸 사람이 문 대통령 본인임을 세상천지가 다 아는 상황에서 '가슴 아프다'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일종의 '연기'를 하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그 지지자들까지 모욕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파탄" 지적은 외면하고 ‘나 잘했다’ 식 자평만 내세운 文

문 대통령은 정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기자가 “우리는 (경제가) 답답한데 왜 대통령께서는 괜찮다고 할까 이런 인식의 괴리 문제를 많이들 얘기한다”며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가 분명하게 인정해야 할 것은 우리가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경제가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라며 “지난번 원로들과의 대화때도 이홍구 전 국무총리께서 지금 우리가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과거 70년간 크게 성공해 와서 생긴 일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작년에 소득 3만불이 넘어서면서 세계 7번째로 3050 클럽・3만불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클럽에 가입을 하게 됐다”고 했다. 과거 정권에서 이룩한 경제성장을 모두 자신의 공이라 주장한 셈이다.

취업자 수/실업률 추이를 나타내는 통계정 자료. (사진=통계청 홈페이지 캡처)
취업자 수/실업률 추이를 나타내는 통계정 자료. (사진=통계청 홈페이지 캡처)

청년 실업률과 관련해서는 또 ‘거짓말’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 3월 청년 고용률은 아주 높아졌고 청년들의 실업률도 아주 낮아졌다는 말씀을 드린다. 특히 25세부터 29세 사이는 굉장히 인구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상황이 아주 좋아졌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과 3월 청년 실업자와 청년 실업률은 각각 41만명・9.5%, 47만3000명・10.8%를 기록했다. 두 수치 모두 통계청 페이지에 통계가 나타나기 시작한 2013년 이래 ‘최악’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청년실업률이 최악을 기록한 것에 대한 해명은 없이, 청년일자리 해법으로 ‘제조업 혁신’과 ‘사회 서비스 일자리 증설’ 등을 거론했다. 출범 직후부터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이용해 대기업을 ‘적폐 집단’으로 몬 것과는 정반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세금을 들여 지표를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단기 관제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식의 말을 한 것이다.

노인, 청년 일부를 대상으로 한 이 단기 일자리 증설과 관련해서도 “고령인구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일자리 수를 더 늘리고 과거의 급여가 낮았기 때문에 급여를 두배 높여서 실제로 어르신들의 빈곤 해결에 도움되도록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씀드리자면 노인 빈곤율도 꽤 개선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긍정적인 측면만을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논란성 경제정책 책임과 대기업 압박 등은 즉답 회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문제 역시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문 대통령은 “일단 (최저임금) 결정 권한이 정부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그렇게 결정하게 되어 있는 것이어서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발을 뺐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정부 주도를 문제삼으며 사퇴서를 낸 것과는 다른 설명이다.

주 52시간 근로와 관련한 최근의 버스 파업 문제를 거론한 기자의 질문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대비책을 세워나가야겠고 계도기간을 줌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주 5일 근무제가 많이 걱정됐지만 잘 안착이 된 것처럼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비판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듯 발언했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고르게 다 소득배분이 되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양극화가 심각하고 특히 소득이 낮은 층의 소득이 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사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고용의 문제가 주춤해졌다. 일자리를 늘려야 된다는 인식을 정부가 똑같이 하고 있고 똑같은 아픔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검증되지 않은 ‘사이비' 경제정책을 추진한 데 대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대기업 압박’과 관련해 나온 각계 지적은 ‘상투적인 비판’으로 치부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데 대한 질문에서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재벌을 만나면 친재벌이 되고, 노동자를 만나면 친노동자 되겠나”라며 “(이재용 부회장 등이)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만난 것은) 봐주기 아니냐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권에 대해서 훼손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라 일축했다. 송 기자가 “사법권이 어떻게 훼손되는지 국민들이 봤기 때문에 그런 시선을 가질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 논리라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은 다 봐주겠나. 그렇게 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엄중하게 수사받고 재판받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업을 ‘적폐’로 몰고 청산하겠다며 나섰던 과거를 부정했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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