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무부, 北 단거리 미사일 발사 몇 시간 후 발표
법원에 몰수 소송 제기...“美 은행 몰래 대금 달러로 지불”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 3월 예인선에 이끌려 이동하고 있다(VOA).
인도네시아에 억류됐던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 3월 예인선에 이끌려 이동하고 있다(VOA).

미국 정부가 9일(현지시간) 북한산 석탄을 운송해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대한 몰수 절차에 나섰다. 미 법무부는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이 선박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첫 대북제재 위반 북한 선박에 대한 압류 사례다. 미국은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를 발사한 지 몇 시간 후 이 사실을 발표했다.

미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의 가장 큰 화물선 중 하나인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불법적인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는데 이용되고 북한으로 중장비를 운송했다”며 자산 몰수를 위한 소장을 미국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선박은 지난해 7월 17일 미 뉴욕남부 지방법원이 발행한 영장에 의해 압수됐으며 현재 미국의 유치 하에 있다. 앞으로 미 연방법원 판결에 따라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최종 몰수 여부가 결정된다.

존 데머스 법무차관보는 “오늘 민사 조치는 국제제재 위반으로 북한 화물선을 압류한 첫 조치”라고 말했다.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북한이 보유한 선박 중 두 번째로 큰 화물선으로 중량톤수 2만 7000톤, 용적톤수 1만 7061톤에 이른다. 현재 이 선박은 미국령 사모아섬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검찰은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유지보수와 장비 개선 작업비용이 미국 달러로 지불되었고,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미국 은행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와이즈 어네스트호와 관련 회사, 개인 등은 미국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했다.

와이즈 어네스트호는 지난해 4월 북한 남포항에서 실은 석탄 2만 6500톤(약 299만 달러 어치)을 운송하다 같은 달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되었다. 최근에는 와이즈 어네스트호에 적재되었던 북한산 석탄이 베트남 선사가 선주로 있는 동탄호로 옮겨진 것이 확인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최소한 2016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북한의 송이종합상사(송이무역회사) 자회사인 송이해운회사가 북한산 석탄을 해외 구매자들에게 수출하고 북한에 외국산 중장비 등 기계류를 수입하는 데 이용됐다.

소장에는 유엔 안보리가 금지한 북한 석탄이 남포에서 실리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특히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선주인 평양 소재 조선송이 무역회사의 대표 권철남은 석탄 운송과 관련된 비용 지불을 하면서 미국 금융기관에 연계된 계좌를 이용해 75만 달러를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소장에는 이들이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은 일부 내용이 공개됐는데 권철남 등은 미국 달러가 아닌 중국 화폐로 거래를 시도하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제3자가 보유한 미국 화폐 계좌를 이용하는 내용 등이 공개됐다.

또한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북한 석탄 외에도 중장비를 북한으로 운송한 사실도 지적됐다. 지난 2016년 11월 1일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서 핵폭탄이나 미사일 제조에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분쇄기와 원심 분쇄기를 남포로 운송하면서 내용물을 드릴과 원뿔형 분쇄기 등으로 명시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맡아 진행한 미 연방수사국(FBI) 월리엄 스위니 뉴욕지부장은 “이번 압류는 외국의 적들이 미국을 위협하는 데 사용되는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기 위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허용치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17년 6월 1일 행정명령에 따라 송이무역회사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이 회사가 북한 조선인민군에 종속된 회사라고 판단했다.

북한 선박이 미국 정부에 의해 몰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제3국 정부의 북한 선박 몰수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14년 멕시코 정부는 자국 해역에서 좌초됐던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에 대해 몰수와 폐선 처리 절차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AP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명백한 신호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몇 시간 뒤에 발표됐다”며 이번 조치가 “양국 간에 미묘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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