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 비치에서 열린 지지자 대상 정치 유세 연설에서 “나라 이름을 밝히지 않겠지만 ‘아주 위험한 영토(very dangerous territory)’를 지키기 위해 미국이 많은 돈을 쓰는 국가가 있다”며 “방금 우리 쪽 사람들에게 ‘그들이 (미군 주둔 비용의) 나머지도 내도록 요구하라’고 이야기했다. 그들은 돈을 더 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 장성들에게 그 나라 방위비로 우리가 얼마나 쓰는지를 물어봤더니 (연간) 50억 달러(약 5조 8965억 원)라고 하더라”며 “그러나 그 나라는 우리에게 5억 달러(약 5897억 원)만 주고 있다. 엄청난 부자이면서 어쩌면 우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라(a country that’s rich as hell and probaly doesn’t like us too much)를 지키느라 45억 달러(약 5조 3067억 원)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를 거론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주 위험한 영토’와 같은 표현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한미 양국이 지난 3월 제10차 한미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에 서명한 사실을 염두에 둔 듯 “이제 2개월이 다 돼 분담금 증약을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10차 SMA에서 미군 주둔에 따른 한국의 올해분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전년대비 787억 원(8.2%) 인상된 1조 389억 원으로 합의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중 11차 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각료회의 때도 “미국이 한국 방위를 위해 연 50억 달러를 쓰는 반면 한국은 5억 달러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워싱턴 DC 북한 전문가들은 트위터에서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지칭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그가 한국을 지칭한 것이 분명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의 작동방식이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동맹국과 어긋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대통령이 동맹 목표나 공유 가치보다 비용에 매달리는 것은 집권 초기부터 매우 일관된 행동”이라며 “비용 분담에 대한 수치를 틀리는 것도 그렇다”고 말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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