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미위' 설치 불법성 인정받아...과거 보도 등을 조사한 뒤 징계를 하려한 혐의
지난해 野추천 이사들 '진미위' 설치 반대..."평지풍파와 함께 불행을 초래할 것"
강규형 전 KBS이사 "사필귀정...주도한 사람 모두가 책임져야"
양승동 사장 고발한 KBS공영노조 "싸워야 견제가 가능하다는 현실 증명"

‘방송 정상화’를 외치던 양승동 KBS사장이 근로기준법 위반혐의와 관련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은 지난 8일 양승동 사장이 지난해 6월 7일, KBS판 적폐청산위원회라 불리는 이른바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를 만들면서 구성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직원들에게 불리한 새 징계 규정을 만들고 과거 보도 등을 조사한 뒤 징계를 하려한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위원회의 활동이 법원으로부터 불법성을 인정받아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것은 KBS가 첫 사례이며, 그 불법성과 관련해 사장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되는 것 또한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9월 법원은 진미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의 일부를 받아들여, 진미위에 운영규정 제10조의 징계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진미위가 별도의 운영규정을 만들어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는 등 절차상에 문제가 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한 진미위는 직원들의 과거 보도와 활동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자의 이메일을 몰래 들여다봤다는 의혹이 제기돼 법원의 명령에 의한 사내 전산망의 이메일 서버 등에 대한 압수도 집행됐다.

지난해 7월 KBS공영노조가 진실과미래위원회 해체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했다

KBS의 ‘진실과미래위원회’는 설치 당시부터 논란이 됐다.

지난해 6월 KBS 야권 추천 이사진(10기)은 '진실과 미래위원회'의 설치 안건 의결에 대해 ▲방송법,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정관 및 감사원의 감사 통보를 모두 위반한 점 ▲진미위 자체가 특정시기를 겨냥한 표적 조사, 보복 조사로 흐를 개연성이 매우 높은 점 ▲미래지향적이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KBS 앞날에 평지풍파와 함께 불행을 초래할 것임을 새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규형 전 KBS 이사는 “사필귀정”이라며 “무리하고 불법적인 숙청 행위에 대해서는 양 사장뿐만 아니라 주도한 사람 모두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미위 위원장인 정필모 부사장은 중징계 심의 중 부사장이 된 불법 임명자이며 그런 사람이 이끌었던 위원회 자체가 문제”라며 “진미위 설치 안건을 의결한 KBS이사회도 이에 응하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양승동 사장을 근로기준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KBS공영노조는 진미위 설치와 활동에 대해 이를 ’보복을 위한 위원회‘라고 규정하고 설치 초기부터 법적 투쟁을 해왔다. 공영노조는 숫자가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사측의 편파·왜곡 보도와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의 행태 등을 성명서를 통해 내외부에 알려왔다.

성창경 KBS공영노조 위원장은 펜앤드마이크(PenN)와의 인터뷰를 통해 “싸워야 이길수도 있고 싸워야 견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현실에서 공영노조는 증명하고 있다”며 “우파들도 좌파들의 약점을 파고들어 집요하게 싸우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KBS, MBC, 연합뉴스 등 공영언론사에는 대대적인 적폐청산 바람이 일었다.  약속이나 한 듯 회사와 노동조합의 협력 속에 적폐청산위원회가 생겨 동료 언론인들에 대한 조사와 내부 고발이 이어졌다. KBS에는‘진실과미래위원회', MBC에는 '정상화위원회', 연합뉴스에는 '혁신위원회'가 만들어져 현직언론인들을 조사하고, 해고하고 각종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  여론을 주도하는 공영언론사에서 동시에 이름만 다를 뿐 같은 짓을 한 적폐청산위원회가 생기고 불법, 탈법적인 내부 조사를 벌여 현직 언론인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은 전례가 극히 드문 일로 세 회사 사장과 경영진, 노조, 정치권, 외부 세력의 공모가 있었는지 정식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드세지고 있다.

성기웅 기자 skw4242@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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