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배급 시스템에서 시장 거래 시스템으로 바뀌어...‘부익부 빈익빈’ 현상 일어나
전체 인구의 40%가 식량 부족 상황...계란도 연간 2∼3차례만 먹어

 

사진설명[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북도에서 현지 조사하는 모습. 2019.5.3 [FAO·WFP 제공]
사진설명[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북도에서 현지 조사하는 모습. 2019.5.3 [FAO·WFP 제공]

 

9일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공식화한 가운데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이 다시 부각 되고 있다.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낙후된 식량 생산 시스템, 가뭄 등과 같은 자연재해가 겹쳐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지만 북한 식량난의 주요 원인은 국가 배급 시스템의 붕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정부 당국자는 8일  “북한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식량, 외화, 에너지난 등으로 인한 최악의 경제위기)을 겪으면서 식량 증산을 위해 농지 확보와 수로 공사를 했다” 며 “2000년대 이후엔 꾸준히 식량 생산이 늘었지만 지난해 급감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뒤 경제구조가 바뀌어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받고 있다” 고 말했다.

북한이 독립채산제(기업에서 일정한 사업 부분을 독립하여 경영하고 결산하는 것)를 강화하고 기존의 국가 배급 시스템을 시장 거래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언론은 대북소식통을 인용 “북한은 최근 국가에서 배급하는 대상은 당이나 국가기관, 군 등 800만명 수준이고 나머지는 각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자체조달하거나 시장을 통해 식량을 해결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국가 배급대상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밑도는 규모로, 나머지 주민들은 농장에서 직거래하거나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돈이 있는 주민들과 기업의 수입이 많은 곳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식량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덜 받지만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식량난에 즉각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한편 제임스 벨그레이브 WFP(유엔세계식량계획) 평양사무소 대변인은 국내 한 언론사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전체 인구의 40%가 식량 부족 상황에 처해 있을 만큼 북한 주민들은 혹독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주민들의 영양 불균형이 특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상당수는 심각한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주민 대부분이 쌀 등 곡류와 김치 등 약간의 야채만 일상적으로 먹을 뿐 단백질 섭취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고기를 먹는 것은 고사하고, 계란도 연간 2∼3차례 먹는 데 그치고 있다"며 비참한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 상황을 묘사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단백질 부족에서 오는 '사일런드 헝거(Silent Hunger)’가 만연해 있고, 이로 인한 북한 아이들의 발육 부진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일런트 헝거란 WFP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쓰는 용어로 곡류와 야채 등으로 배고픔은 피하고 있으나 단백질 부족으로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열량이 채워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여러 시민 단체들은 정치와 인도적 지원을 구분하여 접근해야 하고, 하루빨리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식량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을 위해 지원한 식량이 군부와 전쟁 대비를 위한 군량미로 사용될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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