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의원 의사 반영 안 된 불법 '사-보임'부터 국회의장 병상 결재까지"
이언주 "여야 4당이 담합해 법안 거래해...국회가 헌법 정신 완전히 파괴해"
'게임의 룰' 선거제 여야 합의 없이 날치기...87년 헌법개정 후 첫 위헌적 사례
공수처 검사 절반 이상 변호사로 보임...특정 이념 지향하는 집단 들어찰 듯
검경 수사권 조정안, 檢직접수사 제한하고 헌법이 보장한 영장청구권 침해
박인환 "공수처는 가시적 성과 도출 위해 무리수 두며 반대파 공격할 것"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주최 '패트트트랙 입법지정의 문제점' 토론회, (왼쪽부터) 박종서 한국경제신문 법조팀장,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백승재 행동하는자유시민 사무총장, 이헌 한변 공동대표, 채명성 한변 공동대표 [펜앤드마이크]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주최 '패트트트랙 입법지정의 문제점' 토론회, (왼쪽부터) 박종서 한국경제신문 법조팀장, 박인환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백승재 행동하는자유시민 사무총장, 이헌 한변 공동대표, 채명성 한변 공동대표 [펜앤드마이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여야 4당이 선거법, 고위고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사실상 날치기 지정하며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유우파성향의 법조인 단체 한반도인권과통일위한변호사모임(한변)이 국회의 패스트트랙 입법 지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를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개최했다.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자유한국당을 뺀 민주당 등 4당에 의한 무리한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가 부정당하는 위기감속에 정치권이 극적인 대립상태에 빠졌다”라며 “과거에도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만은 여야 합의로 정한다는 원칙을 지켜왔으나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에서는 독재국가에서도 안 일어나는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대표는 “패스트트랙 지정 절차에서 당헌·당규에 어긋난 당론을 강제하고, 임시 회기 때는 사·보임이 안 된다는 국회법 조항에도 불구하고 의원의 의지에 반한 사·보임을 강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이 자임됐다. 전례 없는 사·보임 신청서 팩스 제출, 국회의장의 병상 결재 등 편법이 난무했다”라고 비판했다.

축사로 나선 이언주 무소속 의원(경기 광명시을·행동하는 자유시민 공동대표)는 바른미래당 등이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합세한 것을 두고 “의석수 증가에 눈이 어두워 이런 어마어마한 짓을 벌였다”라며 “저는 사실 군소정당이 때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당제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나 (이번 패스트트랙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의 현재 정치인들 가지고는 절대 다당제를 못한다고 판단하게 됐다”러고 말했다.

이언주 무소속 의원 [펜앤드마이크]
이언주 무소속 의원 [펜앤드마이크]

이 의원은 “다당제 떠드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국가는 안중에도 없다. 이들 머리 속에는 ‘총리 한 번 해야지’ ‘내가 연정해서 이권 차지해야지’ 이런 생각들 밖에 없다. (다당제를 할거면) 지금 떠드는 사람들 싹 다 물러나고 해야 한다”라며 “(패스트트랙 3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담합이고 끼워팔기이고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선거법 외에 검경 수사권과 공수처법 등은 반대해 왔으나 의석수에 눈이 멀어 국민 기본권이 걸린 패스트트랙 법안을 민주당과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로 자당의 의석 수가 줄어드는 선거법은 마음에 안 들지만 공수처를 위해 야당들과 거래를 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입법무가 원래 할 일을 완전히 망각했다. 국민들이 왜 대의민주제를 해 주는가? 국민들이 바쁘니까 국민 기본권에 대한 사법 원리라던가 형사절차의 법적인 여러 문제를 그나마 전문가인 국회의원들에게 맡긴 것 아닌가? 그런데 맡겨 놓았더니 자기들끼리 담합해서 ‘이거(공수처, 수사권조정) 절대 안 된다고 외치던 거를 선거법 들이미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래를 한 것”이라며 “이게 대의민주주의? 국회가 헌법정신을 완전히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선거법에 관련해서 “이번에 (오신환·권은희 의원) 사·보임에 아무생각 없이 들어간 사람들이 누구냐? 비례대표들이다”라며 “대한민국에서 정당에 줄 서서 비례 받은 사람들은 위기 상황에서 나라를 위해 일하기 어렵고 거수가 역할만 한다. 그런데 선거법은 이런 사람들을 늘리겠다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패스트트랙 입법지정의 문제점 토론회 국민의례 [펜앤드마이크]
패스트트랙 입법지정의 문제점 토론회 국민의례 [펜앤드마이크]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백승재 변호사(행동하는 자유시민 사무총장)는 ‘패스트트랙 3법(공직선거법, 공수처법, 형사소송법)의 위헌성’을 설명했다.

패스트트랙 3법은 모두 위헌성 있어 

백 변호사는 공직자 선거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 모든 정당들이 군소정당화되는 것을 지목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의석을 300석(지역구 253→225, 비례대표 47→75석)으로 하고 전국 단위의 정당득표율로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하며 연동형 적용 비율을 50%로(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한다. 또 6개 권역별로 비례대표를 배정하고 석패율제(한 후보자가 지역구(지역구 의원)와 비례대표에 동시에 출마하는 것을 허용, 중복 출마자들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선출하는 것)를 도입하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춘다.

문제는 새로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르면 한국당과 민주당만 의석 수가 줄어들고 정의당, 바른미래당 등은 의석수가 늘어나게 된다. 민주당은 정의당 등을 범좌파 연정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사실상 우파정당인 한국당만이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백 변호사는 “선거제도는 국민의 민의를 담아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여 주권을 위임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핵심제도이기 때문에 여야 합의를 거쳐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채택한 문명국의 사회적 합의이다”라며 “그렇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87년 헌법개정 이후 선거법에 대해 여야 합의없이 날치기를 강행한 위헌적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공수처법과 관련해선 권력남용 통제시스템이 없으므로 법치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국회의 출석요구에도 재판 등의 자유로 불응할 수 있기 때문에 입법부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공수처장이 대통령에게만 보고하도록 하고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는 것도 제왕적 대통령의 독재권력을 강화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 공수처장이 경력 15년 이상의 판검사와 변호사로 임명돼야 하는 조항도 좌파성향의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출신 인사들이 임명될 소지를 안고 있다. 공수처 검사는 25명 이내로 임명되는데 현직 검사는 정원의 2분의 1을 넘지 못한다. 이 때문에 13명 이상이 변호사로 보임되는 것도 이념적 지향성을 갖는 변호사 집단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백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문제점으로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에 대한 침해를 꼽았다.

그는 “검사가 경찰의 영장 신청을 기각하게 되면 경찰이 이의제기를 하고, 검사가 신청을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관할 고등법원에 이의신청 한다. 헌법상 보장된 검찰의 영장청구권이 경찰에 관여되는 것 자체가 헌법상 문제가 된다”며 “또 검사의 직접수사가 제한되면서 새로운 범행이나 공범을 발견하더라도 직접수사를 못하고 경찰에 넘길 수밖에 없으므로 수사의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가시적 성과 도출하려는 조직 생존논리 작용할 것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인환 변호사는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공수처에 매달리는 행태를 두고 “자칭 진보진영이라고 하는 좌파성향 집단은 거의 20년 이상 이 법안을 밀어붙여 왔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참여연대 초기에 사무처장을 할 때의 숙원사업이 공수처 설립이었다”며 “당시 좌파들은 홍콩의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구), 싱가포르의 탐오조사국 등의 제도를 가져와 논리를 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 판도라를 보고 원전(原電)을 폐기한 것 처럼, 좌파 진영 사람들은 아마 그 당시 포청천이라는 중국 드라마가 유행했는데, 거기 보니까 시원하게 고위공직자나 탐관오리를 잡아서 목을 베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 같다”며 “7천여명 정도의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권력분립에 위배되는 특별수사기구를 만들어 온 나라를 흔든다는 것은 독일 나치 당시에 게슈타포를 연상킨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7200명에서 부패에 걸리는 사람이 없으면 이 조직은 놀고먹게 되나? 아니다. 가시적 성과 도출이라는 조직 생존 논리로 무리해서 수사를 할 것”이라며 “고무줄 잣대로 반대파를 공격하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선거권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선 “좌파 정당이 고등학교에까지 지부를 설치하고 학생들을 흔들 것”이라며 “입시를 앞둔 고3 학생들에게 수많은 선거 속에서 정당가입의 자유를 주는 게 말이 되느냐? 전교조까지 끼어들어 난리를 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당 해산청원서 드러난 관제언론 및 포털 왜곡보도의 영향

이헌 한변 공동대표 변호사는 “동물국회의 주된 책임은 다수세력을 악용해 날치기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강행한 집권 여당측에게 있고, 관제언론이 이를 저지하려는 야당 측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호도한 측면이 있다”며 여당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전개했다.

이 변호사는 패스트트랙 입법 지정 과정에서 관제언론 및 포털이 왜곡보도 등으로 여당 지지자들이 결집했다며 직접민주주의 폐해의 단면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자유한국당 정당해산 청원을 예로 들었다.

그는 “170만명이 넘는 기록적인 인원이 이 청원에 참여했다. 매크로와 같은 조작 가능성도 제기돼 드루킹 일당과 같은 소위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층)’들의 건재함도 드러났다는 평가다”라며 “정당해선의 요건은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할 때’인 것이고, 그간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했다고 비판받은 정당이 야당(한국당)인지, 집권여당인지는 밝히 알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채명성 한변 공동대표 변호사는 이번 패스트트랙 사태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국회의원들이 구체적 내용도 모른 채 당리당략으로 움직였다며 이번에도 그런 행태가 되풀이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선거법, 공수처법을 너무 국민들은 잘 모르고 계신데, 이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좀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다”며 “이 선거법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감소하지만 자유한국당도 같이 감소해. 이번 패스트트랙처럼 더불어민주당과 야3당이 담함하면 체제변환도 가능하다. 개헌까지도 가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채 변호사는 복잡할수록 진실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며, 국민들이 이해하기도 힘들고, 의원들도 이해하지 못한 선거제가 국민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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