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두 정상 전화통화 후 청와대와 백악관 발표 내용 차이
청와대 “北, 비핵화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 의견 교환”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10시부터 10시35분까지 통화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식량 제공을 지지했다’는 청와대의 발표 내용은 포함하지 않아 차이를 보였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7일 오후 10시부터 3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지난 4일 북한이 발사한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양 정상은 최근 WFP(유엔세계식량계획)와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지난주 WFP와 FAO는 북한 전체 인구의 약 40%가 긴급한 식량 구조가 필요한 상태이며, 136만 톤의 외부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올해 북한의 식량난이 10여년 내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저드 디어 백악관 부대변인이 이날 청와대 발표 후 1시간 쯤 지나 한미 두 정상의 전화통화에 대해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디어 부대변인은 “두 정상은 북한의 최근 동향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북 식량 제공을 지지했다’는 청와대 발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반면 고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에는 ‘FFVD’라는 표현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대신 “양 정상은 이번 발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는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240mm 및 300mm 방사포와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등 20여발을 발사한지 3일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발사체 중 최소 1개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것으로 분석한다. 만일 북한이 이날 발사한 ‘전술유도무기’ 가운데 탄도미사일이 포함됐다면 이는 지난 2017년 11월 북한이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이후 18개월만에 처음이다. 또한 이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시험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다. 한미 관계자들은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종류를 여전히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만나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하게 말해 나는 (대북 인도적 지원이) 괜찮다”며 “한국은 북한에 식량과 다양한 것들을 도와주기 위해 특정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금지하지 않는다. 과거 우리나라는 WFP와 유니세프의 북한 모자보건·영양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 달러를 공여하기로 의결했지만 지난 2017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후에 이를 보류했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9일 취임 후 처음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찾았다. 김 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대북 식량 지원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북측에 타진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국제사회와 긴밀히 정부가 협력을 하면서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인도적 식량 지원 추진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대북 식량지원 방식과 시기,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만큼 어떤 품목이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지원될지 궁금할 텐데 이제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 단계여서 확정된 것은 없다”며 “직접 지원이냐 기구를 통한 지원이냐의 문제를 포함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직접 북한에 식량을 제공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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