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진술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돼 동료들의 목을 조였는지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
심 의원, 자신의 블로그에 본인-유 이사장 진술서 PDF파일 형식으로 각각 게재
유 이사장 7일 연합뉴스 통해 애매모호한 입장 밝혀..."진술서는 앞 부분부터 다 거짓말"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
"심 의원이 나한테 없는 진술서를 공개한 것은 잘한 일...그를 상대로 법적 대응 할 생각 없어"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左),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左),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 받았던 자신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진술서를 6일 공개했다. 실제로 유시민 이사장의 진술서에는 운동권 동료들의 이름과 행적들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어 향후 파문이 확대될 전망이다.

심재철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역사 앞에 서는 각오로 유 이사장과 저의 진술서를 가감 없이 국민 앞에 공개한다"며 "누구의 진술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돼 동료들의 목을 조였는지 국민들께서 진술서를 읽어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2개의 진술서를 PDF 파일 형식으로 각각 게재한 후 인터넷 주소 링크를 보도자료에 첨부했다.

심재철 "유시민 진술서,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학우들 행적 상세히 기록"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진술서에 대해 "유시민이 1980년 당시 고문을 견디며 학우들을 지켰는지, 상세한 검찰측 참고인 진술이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이번에 공개된 진술서 전문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유시민의 진술서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의 진술서에 내 이름은 모두 78번 언급됐으며, 이 진술서는 나의 공소사실 핵심 입증증거로 활용됐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그러면서 "내 진술로 새롭게 지명수배되거나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없었다"며 "나는 학생운동의 순수성을 피력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치권의 개입이 없음을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시민은 지난달 20일 KBS 2TV '대화의 희열2'와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통해 왜곡된 허위사실을 전달했다"며 "그는 학생회 간부로 공개된 사람들에 관해서만 진술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학생운동권 내부 움직임 등을 진술해 다른 학우들에게 직접적 위협의 칼날이 됐다"고 덧붙였다.

심 의원은 "잡혀서 진술하게 되면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노출할지 이미 사전에 얘기가 됐다"는 유 이사장의 주장에 대해선 "상세한 진술이 당사자들에게 목을 겨눈 칼로 바뀐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신의 진술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 체한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20일 '대화의 희열2'에 출연한 유 이사장은 "진술서를 쓸 때만 구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기 위해 글을 쓸 수 밖에 없었다"며 "누구를 붙잡는 데 필요한 정보는 노출 안 시키면서 썼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심 의원이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다"고 즉각 반발하면서 두 사람의 진실공방이 시작됐다.

유 이사장은 지난 1일에도 유튜브 방송 '1980 서울의 봄, 진술서를 말할레오'를 통해 "나는 그 진술서를 보면 잘 썼다고 생각한다. 감출 것은 다 감췄고, 부인할 것은 다 부인했다"며 "(진술서 작성 이후) 500명 가까운 수배자 명단이 발표됐는데 우리 비밀조직(서울대 농촌법학회) 구성원은 단 1명도 그 명단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재차 자신의 결백을 피력했다.

유시민 이사장 결백 주장에도 불구, 진술서에는 그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정황 나타나

하지만 유 이사장의 진술서를 읽어보면 그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다. 진술서에는 이해찬 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민주당 의원, 신계륜 전 의원, 심 의원 등 운동권 동료들의 이름과 행적이 나타나 있다.

유 이사장은 진술서에서 "저는 일전에 미처 진술하지 못한 사항이나 잘못된 사항, 불명확한 사항을 상세히, 잘못을 수정하고 명확하게 진술코저 합니다"라고 적었다.

유 이사장은 또한 진술서에서 이해찬 대표의 첫 만남을 언급하며 "음향시설 철거 문제로 한 복학생과 다투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복학생이 바로 학기 초부터 민청협 회장이고 김대중 씨와 관계한다고 소문이 돌던 이해찬(사회학과)이었다"고 썼다.

그는 김부겸 의원과 신 전 의원의 행적도 자세히 밝혔다. 민주화대총회에 당시 복학생이었던 김부겸이 참석했다는 것과 한 집회에서 당시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신계륜이 사회를 보았다는 내용 등이다.

심 의원에 대해선 조사관이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했다. 유 이사장은 "심재철이 학생들 식사대 약 1만 원도 자기가 지불했는데 그 돈의 출처는 알지 못한다"며 외부 자금 출처가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진술을 했다.

유 이사장은 이밖에도 지도부의 시위 교사 정황과 이수성 전 국무총리(당시 서울대 학생처장)의 민주화운동 참여 내용, 신군부가 김대중 씨 사조직으로 기소한 민청협 등 복학생들의 시위 교사 현황, 서울시 22개 학생회장단, 사북탄광 실태조사, 외부 해직 기자들과의 연대 등을 상세히 적었다.

유시민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심 의원이 진술서 공개한 것은 잘한 일"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이 진술서를 공개한 후 7일 연합뉴스를 통해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진술서는 앞부분부터 다 거짓말이다. 내가 1980년 3월 심재철 의원을 처음 만난 대목부터 완전히 창작이었다"며 "합수부 수사관들이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하도록 성의있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또 "진술서의 내용과 방식을 볼 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창작인지 사람들이 구분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일일이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나는 당시 우리의 행위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법적으로 끝나길 바랐다"고 언급했다.

유 이사장은 더불어 "심 의원이 나한테 없는 진술서를 공개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생각도 없다"며 "이 모든 일을 학생회 간부가 다 한 것으로 진술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 점만 이해해주면 된다"고 했다.

한편 심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후 펜앤드마이크 방송에 출연해 정규재 대표 겸 주필과 대담을 갖는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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