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칼럼]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적 고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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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5.08 09:20:07
  • 최종수정 2019.05.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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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박근(朴槿) 대사가 서거했습니다. 외교에 일생을 바친 분입니다. 은퇴한 뒤엔, ‘한미우호협회’를 여러 해 동안 이끌면서, 민간 외교에 진력했습니다.

외교 능력은 국력에 비례하는지라, 우리 국력이 크지 않았던 시절 우리 외교관들은 무척 힘든 처지에서 국익을 지키려 애썼습니다. 박 대사는 북한과의 대결이 특히 첨예했던 제네바와 국제연합에서 대사로 활동했습니다.

북한의 핵무기가 현실적 위협이 되었을 때, 그는 중국을 움직여야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억제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를 개발하게 될 터이니, 중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이 나온다는 점을 중국에 일깨워주자는 얘기였습니다.

그의 지적은 오랜 외교 활동에서 얻은 통찰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그런 전략을 추구할 만한 식견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인기를 높이려는 생각에서 일본에 대결적인 정책을 폈습니다.

그는 선비의 풍모를 지닌 분이었습니다. 1958년 이승만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외교 업무에 종사하지 않았다면, 학자로서 대성했을 분입니다.

이 대통령은 독립 운동 시절에 젊은 유학생들을 ‘학업보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하는 것이 먼저’라는 명분으로 ‘징집’해서 워싱턴의 주미외교위원부에서 일하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징집’되었다가 뒤에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 활약한 분들로는 임병직 장관과 한표욱 대사가 있습니다.

박 대사가 펜실배니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얻고 막 모교에서 강의를 시작했을 때, 양유찬 주미 대사가 그를 이 대통령에게 천거했다고 합니다. 양 대사는 원래 하와이에서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대통령이 임시수도 부산으로 불러서 주미 대사를 맡으라고 권했습니다. 양 대사가 병원 때문에 도저히 다른 일을 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얘기하자, 이 대통령은 ‘나라가 위급하다’고 호소하며 하와이에서 가르쳤던 제자를 ‘징집’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수석대변인’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네 나라 주재 대사들은 하나 같이 직업 외교관들이 아닙니다.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라는 자격만으로 그 중요한 자리들을 차지했습니다. 경제만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외교도 무너졌습니다.

능력과 애국심을 아울러 갖춘 인재들을 ‘징집’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지녔던 지도자에게 ‘징집’을 당한 것은 큰 영광입니다. 그런 지도자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어려운 임무들을 잘 수행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일 터입니다.

그런 삶을 박 대사는 영어 자서전 <무궁화(Hibiscus)>에 담았습니다. 조국의 상징이고 자신의 이름인 무궁화를 제목으로 삼은 데서 자신의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이 드러납니다. 그는 진정한 애국자였습니다.

저는 흥남 철수 작전에 관련된 부분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병사로 함흥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흥남 철수 작전 초기에 연포 비행장에서 항공편으로 철수했습니다.

그 글은 사료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졸저 <굳세어라 금순아를 모르는 이들을 위하여>에 우리 말로 옮겨서 실었습니다. 그는 “영어로 써서, 읽은 사람이 없는데…” 하고 웃으면서 고마워했습니다. 제가 인용한 글을 다시 읽으면서, 고인을 추모하고자 합니다.

“비행장으로 가는 길에서 나는 주로 여인들, 아이들, 그리고 노인들인 수십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등에 어린애들을 업고, 가져갈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머리에 이고 얼어붙은 논을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길과 도로는 군사 전용이어서, 얼어붙은 길가의 논이 그들 피난민들의 주요 피난길이었다.

해안과 남쪽을 향해 말없이 걸으면서, 모두 눈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그들의 본능은, 끝내 어디에 이를지도 모르는 채, 그들의 공산주의자 상전들로부터 떠나도록 몰아붙이는 것 같았다. 내 가슴은 말할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 찼다. 무슨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는가? 몇이나 남한에 닿을까? 만일 붙잡힌다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

오늘날까지, 눈길이 닿는 데까지 늘어서서 말없이 걷는 사람들로 덮인 얼어붙은 하얀 논의 광경은 내 눈앞에 때때로 떠오른다. 나는 그때 울지 않았다. 그러나 요즈음 나는 눈물 없이는 그 이야기를 입밖에 내지 못한다.”

얕은 지식에 대하여

요즈음 신문을 펼치면, ‘AI’라는 말이 자주 눈에 들어옵니다. 한 10년 전만 하더라도 그 말은 ‘조류 독감(Avian Influenza)’을 뜻했습니다. 이제 AI에 ‘조류 독감’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인공지능이 빠르게 우리 삶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는 얘기입니다.

막상 읽어보면, 그런 기사들은 인공지능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술들의 현란한 발전으로 우리 삶의 모습이 크게 바뀐다는 얘기만을 해서, 낯설게 다가오는 미래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일으키고 끝납니다.

인공지능에 대해 좀 깊이 알고 싶어도, 일반인으로선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주체(agent)인 인공지능의 지능에 해당하는 응용 소프트웨어(application software)는 난해한 수학에 바탕을 두었으므로, 설령 필자들이 친절하게 설명할 마음이 있더라도, 일반인들이 알아듣게 설명할 길도 마땅치 않습니다.

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인공지능에 대해선 분류학(taxonomy)이 없다는 사정입니다. 생명체들을 보면, 우리는 이내 식물, 동물, 그리고 곰팡이 가운데 하나로 인식합니다. 그런 기본적 분류만으로도 대상에 대해 많은 것들을 단숨에 알게 됩니다.

인공지능은 그렇게 분류할 기준이 없습니다.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면, 일단 익숙해질 바탕이 마련되는데, 그렇게 할 길이 없으니, 많이 접해도 여전히 낯선 존재로 남습니다.

다행히,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기법들을 알게 되면, 인공지능의 모습이 조금은 또렷해집니다. 어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어떤 이론들에 바탕을 두고 어떤 기법들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면, 그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그것에 대해 친근한 느낌이 들고 우리가 품게 되는 막연한 두려움이 좀 가십니다.

인공지능을 만드는 기법들은 난해하고 높은 수학 지식이 요구되므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은 열심히 공부해도 깊이 알 수는 없습니다. 저로선 이 주제에 대해 적잖이 투자했지만, 아래에서 소개할 기법들에 관한 제 지식은 어쩔 수 없이 ‘부분적이고 피상적인 지식’에 머뭅니다. 잘못 이해한 부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초보적 지식이 쓸모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을 배우든지, 누구나 처음엔 초보적 지식으로 시작합니다. 실은 우리가 지닌 지식들은 거의 다 그런 초보적 지식들입니다. 사람은 작고 세상은 방대하므로, 우리는 세상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볼 수 있고, 그래서 사람마다 눈에 들어오는 세상의 모습이 다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그런 초보적 지식을 그대로 지니고 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정보들을 얻어서, 현실에 보다 잘 맞는 지식들로 꾸준히 발전시킵니다. 바로 진화의 과정을 밟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진화하지만,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생명체들이 지닌 지식입니다.

이런 사정이 아래에서 소개할 ‘베이지안 망(Bayesian network)’의 인식론적 바탕입니다. 처음엔 초보적 지식에서 출발해서 점점 정교한 지식으로 진화하는 사람의 지식을 본 딴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기법은 인공지능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기법입니다.

물론 이런 사정은 자유주의와 시장 경제를 정당화하는 궁극적 근거이기도 합니다. 한 사회에 존재하는 지식들의 대부분은 개인들의 머리 속에 존재하고, 정부가 아무리 큰 자원을 들이더라도, 그런 지식들을 한데 모을 길이 없습니다. 그렇게 불완전한 지식들에 바탕을 두고 정부 주도로 경제를 운영하겠다고 나서면, 갖가지 문제들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주의적 색채가 유난히 짙은 현 정권의 경제 정책들이 아주 짧은 시간에 우리 경제를 허문 가장 근본적 이유가 바로 그런 사정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 인공지능의 기법들

인공물(artifact)인 컴퓨터의 빠른 발전은 그 속에 깃든 지능의 빠른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 인공지능은 모든 지적 작업들에 쓰이고 점점 큰 몫을 한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널리 그리고 깊이 인류 사회에 침투했다.

다만,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한번 실용적이 되면, 그것은 인공지능으로 여겨지지 않는 현상 – 이른바 ‘인공지능 효과(AI effect)’ - 때문에 잘 인식되지 않을 따름이다. 전자 요금 징수(electronic tolling)를 통한 도로가격제(road-pricing)의 보급은 전형적이다.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도로의 건설과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도로가격제는 멋지지만, 요금 징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커서 비현실적이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전자 요금 징수가 가능해지자, 비로소 실용적인 제도가 되어 널리 보급되었다. 이제는 누구도 그것이 인공지능의 한 분야라고 여기지 않는다.

인공지능에 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로 꼽히는 미국 발명가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어떤 인공지능 기술이 제대로 움직인다는 것이 알려지자마자, 그것은 인공지능으로 여겨지지 않고 그 자신의 독자적 분야로 떨어져나간다”고 지적했다.

훨씬 중요한 혁신은 컴퓨터 모의실험(computer simulation)이다. 아주 복잡한 체계는 분석적으로 접근해서 설명하는 것이 어렵다. 적절한 컴퓨터 모형을 만들어 컴퓨터로 실험하면, 체계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컴퓨터 모의실험은 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시작되었으니, 1940년대 전반의 ‘맨해튼 사업(Manhattan Project)’에서 핵폭열(nuclear detonation) 과정의 모형화에 처음 쓰였다. 이제는 모든 분야들에서 일상적으로 쓰여서, 인공지능이라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만난 어려운 문제들을 푸는 데 쓰인다. 즉 인공지능의 목표는 문제 해결이고, 그런 뜻에서 인공지능은 문제해결 주체(problem-solving agent)다.

인공지능이 문제를 푸는 데 쓰는 기법들은 본질적으로 전통적 수학에 바탕을 두었다. 그리고 여러 분야들이 – 생물학, 경제학, 신경과학, 곤충학, 동물행동학, 금속공학 등이 - 얻은 성과들을 활용한다. 후발 학문의 이점을 한껏 활용하는 셈이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적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진화의 발견법(heuristics)인 자연선택이다. 자연히, 인공지능이 이용하는 기법들은, 명시적이든 아니든, 자연선택과 본질적으로 같은 방법론을 따른다. 그리고 자신들도 자연선택을 받아 진화한다.

이들 기법들 가운데 명시적으로 자연선택을 따른 기법들은 진화적 계산(evolutionary computation)이라 불린다. 진화적 계산에 속하는 알고리즘들 가운데 생물적 진화를 특히 충실히 모방해서 유성생식, 돌연변이, 유전자 재결합과 같은 절차들을 포함하는 기법들은 진화적 알고리즘(Evolutionary Algorithm)이라 불린다.

진화적 알고리즘에 속하는 기법들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유전적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이니, 변수들이 너무 많아서 분석적 접근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는 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제트 엔진의 설계와 공급 사슬(supply chain)의 최적화처럼 복잡한 과제들에 많이 쓰인다. 다른 기법들 가운데 기본적이고 잘 알려진 것들은 아래와 같다.

베이지안 망(Bayesian network)

18세기 영국 수학자 토머스 베이즈(Thomas Bayes)의 통계 이론을 이용하는 기법이다. 베이지안 통계학(Bayesian statistics)에서 확률은 어떤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믿음의 정도(degree of belief)’를 나타낸다. 이런 ‘믿음의 정도’는 이전의 경험이나 개인적 견해와 같은 것들에 바탕을 둔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가 수집될 때마다 달라진다. 이것은 객관적 상황의 빈도나 경향에 바탕을 두어 ‘고정된 가치(fixed value)’를 지니는 일반적 확률과 대비된다.

베이지안 망은 꼭지(node)들과 그것들을 잇는 연결선(link)들로 이루어진다. 꼭지들은 무작위적 변수들을 가리키는데, 그 변수들이 맞을 가능성이, 즉 믿음의 정도가, 표로 표시된다. 연결선들은 화살표들인데, 한 변수가 다른 변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가리킨다.

따지고 보면, 이런 기법은 생명체가 한경에 관한 정보를 얻어서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생명체는 작고 환경은 거대하므로, 생명체는 환경의 대부분에 대해선 무지하고 자신의 생존에 관련된 아주 작은 부분에 대해서만 정보들을, 그것도 불확실한 정보들을, 지녔다. 새로운 정보를 얻을 때마다, 생명체는 자신의 판단을 수정해서 점점 진실에 가까운 판단을 하고 자신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늘려나간다. 자연히, 사람마다 다른 지식들을 지니게 된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이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데서 가장 근본적 조건이어서, 지식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결정적 중요성을 지닌다. [양자 역학에서 최근에 나온 이론인 ‘양자 베이지어니즘(Quantum Bayesianism)’은 지식의 불확실성과 무지에 바탕을 두고 양자 역학의 문제들에 접근한다.]

자연히, 베이지안 망은 보편성을 지닌 기법이어서, 여러 다른 기법들의 바탕이 된다. 1970년대에 의료 전문가 체계들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것들은 증상들과 병들 사이의 연관을 계산할 때 불확실성을 무시하고 엄격한 논리적 추론에 의존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은 현실 세계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고, 베이지안 망을 이용하려는 시도들이 나왔다. 베이지안 망을 이용한 첫 전문가 체계는 김종환(J. H. Kim) 교수의 ‘CONVINCE’다. [CONVINCE; A conversational Inference Consolidation Engine. Ph. D. thesis, Department of Computer Science,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1983)]

동적 베이지안 망(dynamic Bayesian network)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나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문제해결 주체인 인공지능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현재의 상황을 계속 파악해야 한다. 그가 관찰할 수 있는 것들은 부분적이고 감지장치(sensor)들도 한계가 있으므로, 그의 판단은 ‘믿음의 정도’에 의존하게 된다. ‘동적 베이지안 망’은 베이지안 망에 시간의 차원을 도입해서 이런 상황에 대처한다.

이 기법은 컴퓨터 시각(computer vision), 로봇 위치 인식(robot localization), 음성 인식(speech recognition), 유전자 연구 등에 쓰인다.

숨겨진 마르코프 모형(hidden Markov model: HMM)

이 기법은 19세기 말엽에서 20세기 초엽에 활동한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마르코프(Andrei Andreyevich Markov)의 이론에 바탕을 두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상황을 모형으로 만든다. 따라서 ‘동적 베이지안 망’과 성격이 같다. 실제로, ‘숨겨진 마르코프 모형(HMM)’은 ‘동적 베이지안 망’의 특수한 경우로 간주된다.

HMM이 다루는 상황은 독특한 특질들을 지닌다.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과 피터 노빅(Peter Norvig)이 든 예는 아래와 같다.

당신은 비밀 지하 시설의 보안 요원이다. 당신은 오늘 비가 오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지하 시설을 떠날 수 없으므로, 일기를 알아볼 길이 없다. 단 하나의 단서는 시설 관리소장이 아침에 들고 오는 우산이다. 만일 그가 우산을 들었으면, 오늘은 비가 온다는 얘기다. 안 들었으면, 비가 안 온다는 얘기다.

위의 상황에서 우리는 마르코프 특질(Markov Property)이라 불리는 몇 가지 특질들을 이내 뽑아낼 수 있다.

보안 요원이 알고자 하는 것은 오늘 비가 오는가 여부다. 그러나 그는 상황을 직접 관찰할 수 없으므로, 상황은 그로부터 숨겨졌다. ‘숨겨진(hidden)’이란 말은 그런 상황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는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를 가졌으니, 아침에 관리소장이 우산을 들었느냐 아니냐 살피는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사건(event)는 우산의 등장 여부다.

아침마다 사건이 일어나므로, 사건에 대한 관찰은 연속적(continuous)이 아니고 불연속적(discrete)이다.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현재의 사건뿐이다. 바로 전 사건은, 즉 어제 아침에 우산이 등장했느냐 아니냐는, 현재의 사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무기억(memorylessness)은 마르코프 특질의 핵심이다.

HMM은 마르코프 특질을 지닌 상황을 모형으로 만들어 어떤 사건들의 연속(sequence of events)이 일어날 가능성을 평가한다.

마르코프는 자신의 기법을 푸시킨(Alexandr Pushkin)의 <예프게니 오네긴(Evgenii Onegin)>의 모음 분포를 조사하는 데 썼다. 지금도 HMM은 기계 번역, 음성 인식, 음성 합성, 암호 해독, 스캐닝의 문서 분리, 필적 감정 등에서 기본 도구로 쓰인다. [Apple의 Siri와 같은 ‘가상 조수(virtual assistant)’들은 대부분 HMM으로 만들어졌다.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에서 ‘사건들의 연속’은 음소(phoneme)들이다.]

일반적으로, HMM은 이내 관찰되지 않는 자료 연속(data sequence)을 찾아내는 데 널리 쓰인다. 그래서 많은 분자들의 연속을 다루는 생물학 분야에서 특히 유용하다.

몬테 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

‘몬테 카를로 방법’은 ‘반복적 무작위 표본추출(repeated random sampling)’을 통해서 수치적 결과를 얻는 계산 알고리즘이다. 이 방법은 원리적으로 결정론적(deterministic)인 문제들을 무작위성(randomness)을 이용해서 푼다는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었다. 그래서 확률적 해석이 가능한 문제들은 모두 이 방법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몬테 카를로 방법은 폴란드 출신 미국 수학자 겸 핵물리학자 스타니스와프 울람(Stanislaw Ulam)에 의해 창안되었다. 그는 당시 로스 앨러모스 국립실험실(Los Alamos National Laboratory)에서 일하면서 ‘맨해튼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존 폰 노이먼에게 얘기했고, 폰 노이먼은 울람의 창안의 중요성을 이내 인식했다. 그래서 그 기법을 발전시켜 맨해튼 사업에 쓰는 사업도 비밀 사업이 되었고 ‘몬테 카를로 사업’이라는 암호명을 얻었다. 궁극적으로 이 방법은 미국이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몬테 카를로 방법의 많은 용도들 가운데 하나는 인공지능이 전략적 경기들을 배우는 것이다.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바로 이 기법을 쓴다. 인공지능 경기 프로그램들은 가능한 착점들을 나무 형태로 조직한 탐색 나무(search tree)를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처음에 두는 수는 뿌리고 다음 수들은 가지들과 잎새들이 된다. 착점들의 예상된 결과를 평가해서 가장 나은 착점을 골라가는 방식이므로, 가능한 조합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조합 폭발(combinatorial explosion)’ 문제를 피할 수 있다. 아울러, 따로 명확한 평가 함수(evaluation function)를 마련할 필요가 없이 게임의 역학으로 검색해서 스스로 실력을 향상시킨다. 이런 몬테 카를로 나무 탐색(Monte Carlo Tree Search)은 바둑만이 아니라 아리마(Arimaa), 전함(Battleship), 탠트릭스(Tantrix), 하바나(Havannah)와 같은 근년에 개발된 전략 경기들에서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문제 해결에 쓰인다.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ANN)

이름이 가리키듯, 인공 신경망(ANN)은 동물의 뇌를 이루는 생물적 신경망들을 모방한 컴퓨터 체계다. 동물의 뇌에서 정보를 실제로 처리하는 부분은 신경세포(neuron)들과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접합부(synapse)들로 이루어지므로, ANN도 그런 구조를 단순화해서 인공 신경세포들과 연결부(connection)들로 이루어진다.

이들 인공 신경세포들과 연결부들은 층(layer)들을 형성한다. 각 층은 다른 기능들을 수행하는데, 첫 층은 입력(input) 층이고 마지막 층은 출력(output) 층이다..

ANN은 알고리즘은 아니고 각종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들이 활동해서 복잡한 자료들을 처리하는 터전(framework)이다. ‘기계 학습’은 컴퓨터 프로그램이 명시적 지령들을 따르는 대신 스스로 구도(pattern)들을 찾아내고 추리(inference)를 하는 것을 연구한다. ‘자료 채굴(data mining)’은 기계 학습의 한 분야로 ‘무감독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통해서 탐색적으로 자료를 분석한다.

근년에 뇌 역공학(brain reverse engineering)이 성과를 얻으면서, ANN은 점점 정교해졌다. 특히 여러 층들을 통해서 정확한 결론을 얻어내게 되었다. 이처럼 정교한 기계 학습은 ‘깊은 학습(deep learning)’이라 불린다. 여기서 ‘깊은(deep)’은 ANN이 여러 층들로 이루어졌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기계 학습은 인공지능의 부분집합이고 깊은 학습은 기계 학습의 부분집합이다.

동물의 뇌를 본 따서 만들어진 체계이므로, ANN은 광범한 구도인식(pattern-recognition) 임무들에 효과적이다. 그래서 사람 얼굴들과 필적을 인식하고 상업 거래들에서의 사기를 찾아내는 것과 같은 일들에 쓰인다.

주체기반 모형(Agent-based model)

이것은 컴퓨터 모의 실험(computer simulation)의 한 종류인데, 자율적 주체들(autonomous agents)들의 행동들과 상호작용들에서 거시적 현상들과 질서들이 창발되는 모습을 살피는 기법이다. 이 기법을 이용한 실험들에서 얻어진 통찰들은 생물학과 사회과학의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주체기반 모형은 1970년대에 처음 쓰였는데, 가장 성공적인 시도는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가 1980년대에 ‘죄수의 양난(prisoner’s dilemma)’을 이용한 실험이었다. 널리 알려진 이 실험에서 ‘되갚기(TIT-FOR-TAT)’란 이름을 가진 아주 간단한 프로그램이 궁극적으로 가장 번창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략도 아주 간단해서 ‘먼저 협력적으로 대하고 다음부터는 상대가 하는 대로 따라서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실험 결과에 따라 생태계에서 상호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가 궁극적 질서로 나오는 과정이 잘 드러났다.

주체기반 모형은 자연스럽게 인공 사회(artificial society)를 이룬다. 가장 유명한 예는 미국 경제학자들인 조슈어 엡스타인(Joshua M. Epstein)과 로버트 액스텔(Robert Axtell)이 1990년대에 만든 ‘슈거스케이프(Sugarscape)’다. 그들의 실험은 몇 가지 단순한 규칙들에서도 교역과 분업이 나타나서 복잡한 사회가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컴퓨터라는 인공물에 깃든 지능이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은 점점 널리 쓰이고 점점 깊이 인류 사회들로 스며든다. 인공지능의 용도들 가운데 비교적 눈에 잘 뜨이는 것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사회 현상의 설명과 정책 결정, 자율적 수송수단, 의료 진단 및 수술 보조, 법적 판정의 예측, 수학 정리들의 증명, 물체 인식, 검색 엔진, 광고 대상 선정, 휴대용 정보처리 기구의 음성 보조, 블록체인(blockchain)과 암호화폐(crypto-currency), 금융에서의 사기 탐지, 경기 프로그램들의 지식 향상 등이다.

복거일 객원 칼럼니스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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