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세 칼럼] 자유우파는 북한인권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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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초승인 2019.05.06 09:00:09
  • 최종수정 2019.05.0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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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 들어 한국 정부는 물론 한국 언론도 북한 인권 관련 행사 외면
북한인권문제는 도덕을 넘어 네가지 정략적 이유만으로도 절대적으로 중요
1. 중도층과 청소년,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시각을 여는데 가장 효과적
2. 북한정권과 한국 좌파의 '우리민족끼리' 프레임 깨는 가장 확실한 방법
3. 협상에 임하는 김정은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
4. 미국의 여야 정치권과 국제사회에서 일치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
대한민국은 북한동포 구출하겠다는 근본목표 잊으며 '자유'라는 가치관 상실
북한인권문제는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관과 목표 회복하는 유일한 열쇠
조평세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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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이곳 워싱턴에서는 16번째 북한자유주간(North Korea Freedom Week)이 진행됐다. 이 행사는 2004년부터 시작해 매년 워싱턴과 서울을 번갈아 오가며 한 주간동안 탈북자증언을 통해 북한인권실태를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하는 행사다. 올해에는 20여명의 탈북자가 미국을 방문해 미 의회 증언과 중국 국영방송국 (CCTV) 앞 시위 등을 진행했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Listen to the defectors, then you will know the truth (탈북자들에게 귀를 기울이면 진실을 알리라)였다. 너무 당연한 말이고 이미 많이 듣던 말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한참 부족한 말이다.

금년 행사가 보다 특별했던 이유는, 첫째, 지난 한해동안 유례없던 미북정상회담이 두 차례나 이뤄지고도 여전히 변함없는 북한의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무대였다는 것과, 또한 어느때보다도 심한 한국정부의 방해와 억압 속에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2004년 처음부터 이 행사를 주관해온 수잔 솔티(Suzanne Scholte) 북한자유연합(North Korea Freedom Coalition) 대표는 지금까지 열다섯번의 북한자유주간이 있었지만 올해처럼 한국정부의 지원이 전무했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김대중, 노무현 진보정권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북한인권활동 외면이었다는 것이다.

펜앤마이크 독자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탈북자 단체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었을 뿐 아니라 경찰을 동원해 대북 정보유입 활동을 물리적으로 저지하기도 하는 등 각종 시비와 꼼수를 부려 탈북자들의 북한인권활동을 억압하고 있다. 올해는 매년 있었던 통일부의 경비지원도 없어져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었다가 시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진행되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의 언론 역시 이번 행사를 외면했다. 행사 내내 방문단을 따라다니며 취재했던 미국 언론사 VOA(미국의 소리)와 RFA(자유아시아방송) 기자들 외에는 행사현장에서 한국 기자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언론이 얼마나 현 문재인정부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지 잘 보여주는 행태다.

취재할 만한 내용이 없었던 것이 결코 아니다. 금년 북한자유주간은 워싱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들이 전례없이 대거 참여한 행사였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헤리티지재단, 미국기업연구소(AEI) 등, 인지도와 영향력 Top 10 순위에 속하는 정책연구기관들이 북한자유주간의 일환으로 탈북자 방문단을 초청해 세미나를 주관했다. 행사의 내용 또한 ‘뻔한’ 탈북자들의 증언과 인권활동으로만 이루어진 것도 아니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경우 “북한의 장마당 활성화와 여성들”이라는, 지금까지 잘 다뤄지지 않았던 흥미로운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모두 ‘진부한’ 탈북자 증언 내러티브(narrative)를 탈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이들 싱크탱크들의 사소한 연구동향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해왔던 한국 특파원들이 이번 북한자유주간 행사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같은 기간 워싱턴D.C.에서 어떤 중요한 행사가 있어서 취재인력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한국 언론들이 대놓고 한국정부와 발맞춰 이번 북한자유주간은 외면할 것을 '의도'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자유주간이 열렸던 지난 주 워싱턴D.C.에서는 또 다른 중요한 북한관련 행사가 있었는데, 일본정부와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주최로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납북문제' 세미나였다. 40여년 전 북한요원들에 의해 납치된 메구미 요코타의 오빠를 포함한 일본 납북자 가족과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 15년 전 중국에서 실종되었다가 북한이 납치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이빗 스네든의 형 마이클 스네든, 그리고 50년전 KAL기 납북 당시 피랍되어 아직도 억류되어 있는 황원씨의 아들 황인철씨가 증언했다. 이들은 모두 북한정권의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서 규탄하면서 동시에 북한동포들의 고통에 동감하며 북한주민의 해방을 염원해주었다.

일본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수많은 기자들과 참석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펜스 부통령의 특별자문위원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자문도 참가하여 미국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반면 북한문제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피해자인 한국민을 대표해야 할 대한민국 정부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다. 황인철씨도 일본정부와 민간탈북자지원단체(TNKR)의 지원으로 겨우 이 자리에 와서 증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나라가 없는 국민 같아요..." 황인철씨가 일본측 정부인사의 인솔을 받으며 필자에게 씁쓸히 속삭인 말이다.

북한정권의 ‘대변인’ 혹은 ‘협력자’라고 세계 여러 언론에서 회자되며 심지어는 '인권유린공범자'라는 오명을 쓰기 일보직전인 현 문재인정부로부터 사실 일말의 어떤 기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의 심기를 무엇보다 불편하지 않게 세심히 배려해야 하는 종북 문재인 정권의 입장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와 한국 좌파세력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자유우파진영의 입장을 곤고히 할 수 있는 이 결정적인 자리에 유일한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전혀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것이 매우 아쉬웠다. 아마도 문재인 정권의 워낙 광범위하고 파격적인 국내 좌파독재 행보에 대응하느라 북한인권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 것이다.

사실상 문재인 정권의 안보파괴, 경제파괴, 질서파괴, 대한민국 정체성 파괴의 문제만도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가 아니어도 대응할 이슈가 산적해 있다. 또한 이미 오랫동안 보수세력의 관심 주제였던 북한인권문제가 대중에게 ‘안 먹힌’다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다. 일종의 피로(fatigue)현상이다. 지난 주 중국에서 체포되어 강제북송 위기에 처해진 9살 아이를 포함한 7명의 탈북자 이슈도 보수 언론이나 자유우파진영에서 이전만큼 다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인권문제와 탈북자들의 호소는 자유한국당과 자유우파진영이 결코 놓쳐서는 안되는 이슈다. 도의적이고 도덕적인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다음 네 가지의 정략적 이유만으로도 여전히 북한인권문제는 충분히 효과적이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슈다. 먼저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는 무엇보다 중도층과 청소년, 청년들의 관심을 끄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당장 필자만해도 한국에 큰 관심이 없었던 유학시절 영어로 먼저 출간된 강철환씨의 ‘평양의 어항’을 읽고 북한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자유우파적 가치관을 굳히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활동하고 있는 트루스포럼의 대학캠퍼스 운동을 통해서도 북한인권문제가 여전히 가장 효과적으로 대학생들의 주목을 끌고 시각을 열 수 있는 이슈임을 확인하고 있다.

둘째로,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정권과 한국 좌파세력의 ‘우리민족끼리’ 프레임을 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정권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자 우리민족 동포인 북한주민 수백만 명을 굶겨 죽이고 무자비한 정치범수용소에 가두는 민족반역자이며 민족학살자이다. '백두혈통' 우상화를 위해 날조된 좌파의 역사조작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기준으로도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우리민족'이나 '우리 겨레'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북한정권과 좌파가 말하는 '우리민족끼리'에서 그 '민족'은 김일성 혈통일 뿐이다. 반면 대한민국이 손잡아 구출해야 할 대상은 우리 혈육인 북한동포다. 북한인권문제를 통해 북한정권과 북한주민을 분리하고 김정은 정권을 반민족세력으로 규정하여 이러한 대한민국 vs. 반대한민국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은 민주당을 비롯한 좌파들의 위선을 발가벗겨 드러내기에 아주 유용하다.

셋째,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은 협상이나 외교에 임하는 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가 된다.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에는 콧방귀를 뀌던 북한정권이, 5년 전 유엔조사위원회 (COI)가 북한의 인권실태를 고발했을 때는 가장 당황하여 허둥지둥 해외에 외교관을 파견해 논란을 수습하려 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정권에게 가장 취약한 아킬레스건이다. 핵문제해결을 포함한 모든 협상은 북한인권문제의 제기와 의제화로 빗장을 열어야 한다. 인권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그 어떤 북한의 대화제스처도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넷째, 북한인권문제는 미국의 여야 정치권과 국제사회에서 가장 전폭적이고 일치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슈다. 현재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그 어느때보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북한인권문제에 있어 초당파적 합의를 이루고 있다. 이를 이간질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좌파세력은 지속적으로 '평화' 프레임을 들이밀며 미국 민주당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다행히 인간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라는 천부적 인권을 바탕으로 건국된 미국의 보수주의적 뿌리와 정신은 아직 견고하다. 더구나 중국의 위협과 베네수엘라 사태 등을 통해 자유 vs. 사회주의라는 프레임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유진영이 북한인권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이 지금 그 자유민주 가치관을 상실하고 이처럼 망국의 위기에 처한 이유는 이승만 대통령 이후 북한동포를 저버린 원죄에서 비롯된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자 이승만 대통령은 2주 뒤인 8월 10일 성명서에서 북한주민들에게 이렇게 약속한 바 있다. “공산 학정 속에 당분간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우리의 불쌍한 동포들에게 나는 이렇게 외치는 바입니다. 절망하지 마시오. 우리는 결코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이며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잃어버린 이북 5도와 북한의 우리 동포들을 다시 찾고 구출하려는 한국 국민의 근본 목표는 과거와 같이 장차에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근본목표’를 잊었기 때문에 자유라는 가치관도 잃었다. '선경제, 후통일'이라는 명분으로 동포구출과 자유통일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잠시 미루는 듯했지만, 감당하지 못 할 수준의 경제성장과 번영에 취해 그 근본 목표를 망각해버렸다. 그리고 김일성의 계략에 넘어가 북한동포 해방통일이 아닌 '한민족, 자주, 평화통일'이라는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이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어떤 동맹보다 민족이 우선”한다는 망언을 낳았고 결국 6.15와 10.4남북공동선언, 그리고 지난해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돌이키기 어려운 매듭을 묶게 된 것이다

결국 이 고르디언 매듭(Gordian knot)을 끊어 버리기 위해서는 북한 체제 본질의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바로 개인의 존엄과 천부인권이 무시되고 인간의 양심을 파괴하는 사교전체주의 체제의 DNA말이다. 그렇게 인권문제라는 보편적 가치관으로 북한체제를 직시했을 때,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통일이 결코 남북의 '정상'이 손잡고 포옹해서 이룰 수 있는 그런 통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북한의 사교전체주의 체제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체제와 공존할 수 없는, 반드시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인권문제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망국적 위기를 돌이켜 국가의 근본 가치관과 목표 회복하고, 북한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한민국의 필수적인, 아니 유일한 열쇠다.

조평세 객원 칼럼니스트(트루스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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