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前대통령 서거 10주기 토크콘서트 '김어준-유시민-양정철 등'참여
석달 전 '구두약속'까지 받은 민간단체에 "노무현재단 행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해
市관계자 "한국당은 '투쟁본부'라 했으니 정치행사...'토크콘서트'는 문화행사'"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천막 당사 저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한국당 천막 당사 저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제공]

자유한국당이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에 맞서 서울 광화문광장에 천막 농성장을 치려했으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좌시하지 않겠다”며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그러나 노무현재단 행사는 먼저 일정 약속을 잡아 둔 지자체 행사까지 밀어내며 허가한 것으로 알려져 광장 사용에 대한 서울시의 이중잣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시는 한국당 행사를 불허한 이유로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들었다.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 시 관계자는 “여가선용과 문화활동이 아닌 정치적인 목적에 광장 사용을 승인해주기는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오는 23일)를 빌어 평소 좌파 정치이념을 강하게 드러내 온 방송인 김어준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 내정자가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는 허가를 받은 것이다.

서울시는 기존에 일정이 잡혀 있던 다른 단체에게는 “다른 날로 옮기라”고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모든 시민의 공간인 광장 사용에 이중 잣대를 들어 댔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무현재단(이사장 유시민)은 지난 3월 14일 ‘5월 13일 월요일부터 1주일간 광화문 광장 북측 광장과 중앙 광장 전체를 쓰겠다’며 광장 사용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5월 17~19일은 전북 남원시와 민간단체인 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이하 진흥회)가 공동으로 여는 문화행사가 이미 잡혀 있었다. 이 행사는 지난해에도 열려 1300여명이 참여했다.

남원시는 지난 2월 15일 서울시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는 노무현재단보다 한달 먼저 광장 사용을 위해 움직인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진흥회 관계자는 “협조공문을 보낼 무렵 서울시청에서 담당자를 만나 구두 약속도 받았다”고 했다.

서울시는 혼잡이 예상되는 어린이날 주간과 부처님오신날 주간을 피해 셋째 주에 행사를 하는게 좋겠다고 조언도 해줬다. 단체는 시의 권유에 따라 행사를 5월 셋째 주말에 개최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까지 했다.

광화문광장 사용권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가 우선권을 갖는다. 남원시 행사는 일반 시민단체보다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노무현재단이 광장사용을 신청하며 시는 지난 3월 중순에 남원시와 진흥회에 날짜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진흥회 관계자는 서울시가 원칙과 절차를 생략하고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응하지 않고 버텼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요청을 받은 남원시가 진흥회 측에 “(시에)협조에 주라”는 연락을 여러 차례 걸어오며 결국 진흥회가 날짜를 양보하게 됐다. 남원시의 자금 후원을 받기 때문에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문에 따르면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진흥회 행사가(노무현재단이 신청한) 그 날짜에 하기로 세팅이 돼 있어 양해를 구했다”며 “노무현재단 행사가 진흥회 행사보다 더 중요하지 않으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진흥회는 결국 행사 일정을 시가 당초 ‘혼잡이 예상된다’고 조언했던 4~6일로 변경했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기존에 잡힌 행사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며 “재단은 절차에 따라 사용 신청서를 제출하고 허가 받았다”고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광장 사용 이중잣대 논란에 대해 “(노무현재단 행사는) 문화행사로 등록된 걸로 알고 있다”며 “거기서 다양하게 토크콘서트도 하고 공연도 하고, 이런 것을 문화행사로 생각하는 것이고 한국당은 저희에게 현재 접수는 안돼 있지만 투쟁본부를 마련한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날을 세웠다.

기자가 한국당에서 (투쟁본부라는)이름만 바꾸면 문화행사로 분류될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관계자는 “당연하다”며 “그렇게 접수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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