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지난달 29일 해안 경계철책 절단된 후 뒤늦게 조사 나서..."낚시꾼 소행" 결론
남북 협력사업 손발 맞추느라 경계 업무 태만한 것 아니냐는 지적 커져...일각선 '북한군 침투' 까지 우려

유엔군사령부가 관활하는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사진=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관활하는 비무장지대(DMZ) 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혈세 286억원을 들여 조성한 ‘DMZ 평화 둘레길’로 인한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강원도 동해안의 군부대 해안 철책선이 절단된 상태로 발견됐지만, 군은 이와 관련한 사항을 뒤늦게 파악한 뒤 안이한 분석만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일 군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강원도 동해시 한 해안에서 근무 중인 육군 장병들은 지난달 29일 해안 경계철책이 절단돼있는 것을 발견했다. 군 당국은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대공 용의점은 없다”는 입장을 내고, 철책 철단이 ‘낚시꾼의 소행’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DMZ 순례길 조성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돼, 지난달 27일 운영이 시작됐다. 강원도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하는 둘레길은, 해안 철책을 도보로 이동해 금강산 전망대까지 도보로 가는 A코스와 차량으로 이동하는 B코스 두 가지로 운영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 주변의 약 40km 구간에도 소위 ‘한반도 평화관광 상징화’ 사업이 조만간 추진될 예정이다. 북한 병사들의 탈영과 총격 사건 등이 줄줄이 벌어졌던 강원도에 둘레길을 조성하면 평화와 통일이 찾아온다는 식이다.

최근 철책선에 구멍이 난 사건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군 당국이 둘레길 조성과 문재인 정부의 소위 남북 협력사업에 손발을 맞추느라, 경계 업무에 태만하게 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군 당국은 철책선 훼손이 ‘낚시꾼의 소행’이라고 하면서도, “(훼손된 날짜는) 특정할 수 없고 길어야 2일 정도”라 해명했다.

둘레길 조성에 따른 안보 우려는 앞서서도 제기된 바 있다. 남북군사합의로 인한 GP 철수 하루 뒤인 지난해 12월 2일에는 북한군 1명이 강원도 동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왔지만, 우리 군은 이 북한군 병사가 MDL 이남으로 와서야 감시장비로 식별한 바 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군 침투’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둘레길 조성한다는 구역이 DMZ 이남으로 우리 구역이기는 하지만, 조성과 운영 전에도 DMZ 인근 보안시설이 노출돼 안보상 우려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라며 “DMZ 둘레길이 통일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될 것 같아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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